학생들에게 '인연' 에 대하여 설명했던 어느 여름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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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맘마미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5-18 16:12 조회3,237회 댓글0건본문
한국학생들이 많은 국제학교에서는 영어가 다소 부족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문법을 다듬어주기도 하고 원어민 교사들을 별도로 투입해서 스피킹 등을 추가로 돕기도 하죠.
학부모들은 그런 프로그램에 반응이 좋고 . 학생들도 도움이 많이 되는것 같더군요.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비슷한 문제가 보이는데 .. 그중 하나가 한국학생 특유의 산만함 입니다.
같은 학교에 있지만 학년도 다르고 실력도 살짝 차이가 있어서 집중하는 타이밍도 다릅니다.
그리고 비슷한 또래끼리만 쑥덕거리고 어울리는 등 한국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어수선한 모양을 볼 수 있어요 ^^
다른 무리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마음이 맞는 몇이 뭉쳐서 자기들끼리 히히낙낙 거리고 간식도 나누어 먹는거죠.
하루는 .. 조금 일찍 끝내고 아이들에게 다른 얘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단어시험보고 숙제내주고 매일 족치더니 갑자기 뭔 소리를 할려고 하는지 학생들의 눈이 말똥말똥 하더군요 ^^
제가 "번지점프를 하다" 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봤었는데 그 영화를 이용해서 얘기를 했어요.
2000년 제작된 이 영화는 헐리웃으로 진출한 이병헌 . 그리고 자살로 삶을 마친 (고) 이은주 주연의 사랑 영화 입니다.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린 명작이죠.
영화속에서 국어교사로 나온 이병헌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칠판에 긴 줄을 죽 -------------------- 그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뭐냐"
학생들은 아무말도 없지만 나를 보고있는 눈동자에서 속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뭥미 .. 뭔 개소리 하는거야 .. "
저는 그런 분위기를 예상했기 때문에 말을 이어갔죠 "이건 지구다"
그리고 영화속 대사의 한 부분을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그 긴 대사를 기억하고 있는 제가 오히려 희안하더군요 ^^
"자 ~ 내가 말하는걸 상상해봐라 .. 이 지구 어딘가에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저 멀리 우주에서 밀씨 한알을 뿌렸을 때 그 밀씨가 온 우주를 날아다니다가 그 바늘에 꽃일 확률. 그 계산도 안되는 확률로 만난게 지금 너희들의 인연이다"
학생들은 이런 골때리는 표현이 나름 재미있나 봅니다. 슬그머니 웃으면서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부모님 따라서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 지금의 너희들이 얼마나 극소수의 케이스에 해당하는지 .. 얼마나 특수한 상황에 있는 주인공들인지 설명을 해줬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절거렸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너희들 각자는 모두 소중한 존재들인데 이렇게 특별한 인연으로 만났으니 각자 존중하며 배려해야한다" 라는 도덕 교과서에 나올법한 단순한 내용이었죠.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타인에 대해 무관심했던 학생들을 '인연' 이라는 배경으로 설명을 해보려고 시도했던 겁니다.
효과요 ? 전혀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산만한 분위기는 계속 되었고 ..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현상도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과정이 끝날 무렵 어느 학부모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 감사해용"
학생이 엄마에게 말을 했다고 하네요.
'인연' 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는데 .. 모두가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말하더라 .. 하더랍니다.
그런 내용의 카톡을 받고 저도 씨~익 웃음이 나왔습니다 .. 짜식 기억하고 있었구나 .. 그럼 됐다.
아이들 머리속에 영어단어와 수학공식도 집어넣야 하지만 어른으로서 전해야 할 세상의 내용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달라지는건 없어도 하나씩 미세하게나마 어딘가에 누적되면 심신 건강한 성인이 되겠지요.
어제 가수 이선희가 데뷔한지 30년이 됐다며 콘써트를 했더라구요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 부르던게 엊그제 같은데 ..)
노래중에 '인연' 이라는 곡이 있는데 .. 갑자기 학생들에게 '인연'을 설명했던 그날이 떠올라 횡설수설 해 봅니다 ^^
즐거운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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