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신선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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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사드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8-25 23:54 조회2,214회 댓글1건본문
새로운 시작, 신 선 놀 음
<2016, 자필묵연 정기전 새로운 시작 제호>
일로 치자면 세상에 일 아닌 것이 없고, 놀이로 치자면 세상에 놀이 아닌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즐기기가 대세다. 돈과 명예를 걸고 격렬한 경기를 하는 선수가 “맘껏 즐기겠다”고 해도 그 말이 엉뚱하게 들리지 않고, 중대한 갈림길에 선 사람에게 “순간을 편하게 즐기라”고 하는 말도 괜찮은 격려가 된다. 모두가 삶이란 그저 시간을 즐겁게 쓰는 놀이어야 한다고 아우성치는 것 같다. 어떤 어려운 일도 ‘즐기자’는 그야말로 즐기기 캠페인이 전개되는 시대에 우리가 사는 것이다.
<자필묵연 정기전 제10회 기념 2015, 서울 나들이 오프닝 테이프 컷>
‘신선놀음’이라는 단어가 있다. 분명 이 단어는 ‘신선이 하는 놀이’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단어는 상상 속의 신선을 향해서는 잘 쓰지 않는다. 권력이 높은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서도 잘 쓰지 않고, 천문학적 재산을 소유한 재벌들의 놀이를 들먹여 신선놀음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럼 대체 무엇을 신선놀음이라고 하는가? 답은 참 가깝고 하찮은 곳에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일상에 답이 있는 것이다. ‘걱정 근심 다 내려놓고 소소한 일에 심취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것을 일컬어 신선놀음’이라고 하니 말이다.
<자필묵연 정기전 제10회 기념 2015, 서울 나들이 전시장 풍경. 인사동 한국미술관>
<자필묵연 정기전 제10회 기념 2015, 서울 나들이와 함께 열린 인재 손인식 회갑전 산정무한>
자필묵연 정기전을 준비할 때면 나는 늘 분주하다. 누구에게 특별히 도움을 요청할만한 일도 아닌 어정쩡한 일들이 수월찮게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지금 활동하는 곳이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손수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점도 있다. 아무튼, 과정을 알아도 어수선하고 모르면 더욱 복잡하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 전시에 관한 일들이다. 그래서 자필묵연 단체 카톡방에는 내가 또 전시 준비하느라 입술이 부르트고 몸살을 앓을까 봐 염려하는 회원들의 글이 뜨고, 도울 일이 없는가를 묻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일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나는 목하 즐기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 결과가 모두 기뻐할 그림임을 알고 하는 일이기에, 전시 준비가 분주해도 제법 즐길만한 내 일인 것이다.
<하석 박원규 자필묵연 太老師와 한국서단의 중진 산민 이용 선생과 전시장에서 자필묵연 회원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요즘 나는 흔히 하는 말로 신선놀이에 파묻혀 산다. 예컨대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그렇다. 등산길에 만난 산마을 촌부가 모은 커피 루왁을 사와 껍질을 벗겨 몇 번이고 씻고 또 씻은 다음, 볶는 것도 내리는 것도 이리저리 실험을 하는데 이 모두가 흥미 만점 즐기기다. 기호로 잠시 마시는 것치고는 시간 소비가 과하다면 과하다. 하지만 그도 즐기다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또 있다. ‘백주부’가 애칭인 요리사이자 인기 방송인 흉내를 내며 뭔가 먹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 또한 창작이다 싶으니 호기롭기까지 하다.
<전시를 마치고 자필묵연 회원들이 함께 한 문화탐방, 강진의 한옥촌에 인접한 차밭에서>
즐기기도 파급이 되는 것이 분명하리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줄어들면서 일상을 즐기자 주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세상사 즐기면 다 신선놀음이고, 따져보면 신선놀음의 대상 또한 지천인 것 같다. 일로 치면 일이던 것이 놀이로 치니 모두가 놀이이니 말이다.
<한국 인도네시아 독립 70주년 기념하는 인재 손인식 휘호.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
신선놀음하다 보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신선놀음에도 나름의 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구잡이 즐거움만 좇다 보면 그것은 신선놀음이 아니고 애꿎은 시간 허비일성싶지 않은가. 신선놀음에도 분명한 자기 방식이 있어야 하리라. 좀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이는 곧 자기에게 알맞게 즐기는 것이라 하겠다. 분수에 맞지 않으면 어떤 놀이도 신선놀음일 수 없으니 말이다.
<2015, 한글의 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찌까랑 자바베카 자바팔레스 호텔)>
<2016, 정월 대보름 맞이 정기 윷놀이(데사드림)>
그러므로 전시를 앞둔 자필묵연 회원들에게 좋은 작품을 창작하자고 성화를 댄들 뭔 대수랴. 붓 놀이 먹 놀이 멋지게 즐기자고 닦달을 한들 어찌 도가 지나치다 하랴. 전시 날짜는 정해져 있으니 집중하여 작품 마무리하고, 필요한 자료들 빨리 보내라고 들볶아도 별 미안한 마음이 없다. 기왕 하는 신선놀음이니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몰두해야 하지 않겠는가.
<2016년 2월 사) 한국서협 윤점용 이사장 방문 기념 인도네시아 불우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식>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세상에는 신선이 없다. 신선을 공인해주는 곳도 없다. 신선놀음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신선놀음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신선이다. 우리 모두 신선이 되자. 자기가 하는 일을 모두 신선놀이로 만들자. 바로 오늘! 우리 모두 신선의 세상에서 살자.
2016년 8월 25일
인재 손인식 삼가
* 이 글은 2016, 자필묵연 정기전 도록에 실린 찬조의 글입니다.
이 전시는 2016년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자카르타 한국문화원에서 열립니다.
댓글목록
언틸님의 댓글
언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공부를 즐기고, 일을 취미처럼 즐겁게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는 말과 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을 즐기지 못하고 열심히만 하려고 합니다. 즐겁게 하려고 하지만 참으로 어렵습니다. 성품 탓도 있지만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제 쯤 신선놀음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