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 상승,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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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트라자카르타무역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5-11 10:05 조회2,271회 댓글0건본문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 상승,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 4월 평균 환율, 2월 대비 3.6% 상승(루피아 평가 절하) -
-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와 인도네시아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의 주 원인 -
-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상황과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가 관건 -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은 선진국 경제 상황에 따라 환율이 민감하게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 약 1년 전인 작년 4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루피아 환율은 1만6741대까지 급격히 상승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안정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2월부터 다시금 안정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거래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환율 상승의 원인과 향후 추세에 대한 주요 전망을 살펴보았다.
1. 루피아 환율 동향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 페리 와르지요 총재는 1월 말 인도네시아 CNBC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활발한 외국인 투자활동에 따른 달러 유입으로 올해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환율은 2월 말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5월 5일 기준, 1달러 대비 1만4439루피아를 기록했다. 이는 4월 중순의 1만4630대에 비하면 소폭 조정된 수치지만 최근 3년(2017~2019) 평균 환율인 1만3927루피아 대비 3.7% 평가 절하된 것이다.
2. 주요 원인
환율 변동은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 '랜덤워크(Random Walk)'로도 불린다. 이에 따라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파악한 주요 원인 위주로 이번 환율 변동에 대해 살펴보았다. 주요 원인은 크게 미국 경제 회복과 같은 외부 요인과 인도네시아 코로나 19 상황 개선 부진과 같은 내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1) 미국의 본격적인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투자 자금 이탈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인도네시아 투자 자금 이탈이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외부 원인으로 보인다. 국채 금리 상승 원인으로는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공급 증가와 미국 대형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 준수에 따른 국채 판매 증가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작년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 5월 4일 기준, 인구의 44%가 백신 접종을 이미 완료했다. 백신 공급이 충분해 백신 접종 연령 대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확보한 백신 중 일부는 해외로 수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더해서, 3월 통과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슈퍼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이 6.9% 성장해 198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모건 스탠리는 이보다 높은 7.3%의 전망치를 내놨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1분기 미국 경제가 6.4%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회복 기대는 미국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고 알려진 미국 10년 만기 채권 금리에 나타나 있다. 올해 1월 4일 0.93%였던 10년물 금리는 4월 29일 기준 1.65%로 77.4% 상승했다. 반면 인도네시아 기준 금리는 5월 기준 사상 최저치인 3.5%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3개월 연속 동결이다.
Mandiri 증권의 Immanuel Reinaldo 이코노미스트는 KOTRA 자카르타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3개월 동안 미국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투자된 자금이 이탈되고 있다'고 답했다.
2) 코로나 19 불확실성 지속 존재에 따른 인도네시아 경기 회복 지연
내부적 요인으로는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상황 지속에 따른 경기 회복 부진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특화 컨설팅 업체인 Van Der Schaar는 4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이번 루피아 환율 상승의 내부 원인은 코로나19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백신 보급 시작에 따른 경기 회복 흐름은 인도네시아도 비슷하지만, 그 정도는 백신 보급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선진국과 차이가 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74%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의 -5.32%를 기록한 후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나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시작으로 백신 보급을 시작했다. 정부는 연내 전체 인구 2억7000만 명의 70%인 1억8000만 명에게 접종을 완료하기 위해 상반기까지 4500만 명에게 접종을 완료할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5월 5일 기준으로 전체 대상자의 약 7.1%인 1300만 명만 1차 접종이 완료된 상황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일 접종 인원이 100만 명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17만 명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네시아의 지금 접종 속도라면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5월 기준으로 인도네시아가 실제 확보한 백신은 약 7400만 도즈로 전체 조달 목표의 15.2% 수준이다.
백신 보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확진자 수는 계속해서 50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영국발 B117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소규모 지역사회 활동 제한 정책(PPKM Mikro)을 5월 17일까지 연장하였고 적용 지역도 확대하고 있다. 더해서 코로나19 급속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라마단 금식 기간 이후 이어지는 현지 최대 명절 르바란(Idul Fitri) 기간 동안 고향 방문을 공식적으로 금지하였다.
이와 같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은 소비 회복의 부진을 불러와 인도네시아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1.55%, 2월 1.38%, 3월 1.37%로 목표 수준인 3%±1%를 하회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연초 예상한 연간 경제성장 전망을 종전 4.3~5.3%에서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연초 예측 대비 0.7%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 밖에 외국인에 대한 배당금, 투자 수익 등의 지급으로 인한 계절적 요인도 루피아 상승에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Mandiri 증권의 Immanuel Reinaldo 이코노미스트는 KOTRA 자카르타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서는 보통 4~5월에 배당금 지급이 이뤄지는데, 이 또한 환율 변동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3. 주요 기관의 향후 환율 및 정책 전망
인도네시아 재무부 산하 재무위험관리국(Financing and risk management)에서는 지난 1분기에만 약 18억 달러의 국외 투자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경제 전문 매체인 Bisnis Indonesia의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의 인도네시아 주식 보유 비중은 작년 전체의 43% 수준인 3008조 루피아(약 2111억 달러)에서 올해 3월 기준, 전체 주식 보유의 41.4%인 2927조 루피아로(약 2054억 달러) 감소했다. 외국인의 정부 국채 보유도 아래와 같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최근 환율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가 상향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4월 20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준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현행 3.5%로 두 달 연속 동결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 신흥국들이 금리를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페리 와르지요 중앙은행 총재는 '코로나19 대책의 일환인 이동제한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여러 지표를 보면 소비도 회복되고 있으나 회복 속도가 처음 예상을 밑돌고 있어 물가 목표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했다.
국내외 기관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동결 배경을 분석했다. 첫 번째로 미국 국채금리가 고점을 찍은 이후 조정되기 시작하면서 루피아 환율도 마찬가지로 조정이 되고 있는 점이다. 5월 5일 현재 루피아 환율은 1만4400대로, 4월 중순의 1만4600 대비 하락하며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두 번째는 경제 회복 상황이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그 이유로 글로벌 경기 회복 기조에 따라 인도네시아 교역 확대와 부진했던 내수 산업 및 소비심리 개선,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적극적인 외국인투자유치 활동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 다음으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급격한 루피아 변동과 같은 환율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작년부터 선물 및 현물환 거래, 채권구입 등 3가지 정책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작년 4월 법령(Undang Undang Nomor 2 / tahun 2020) 제정을 통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채권 발행 시장에서부터 정부 채권 잔여분 구입이 가능해지면서 정부에서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따른 코로나19 경기 회복 정책 집행이 가능해졌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채권 발행시장에서 구입한 국채는 2020년 473조4000억 루피아(약 326억 달러), 2021년 4월 기준으로 101조9000억 루피아(약 7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양적완화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우려 중 하나인 급격한 물가상승은 일어나지 않아 중앙은행의 정책 운신폭을 넓혀준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이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까지 발생하는 경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것이고 회복이 더딘 내수 경제와 환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KOTRA 자카르타 무역관에서는 현재 환율 동향과 전망에 대해 여러 기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응한 담당자들은 당분간 급격한 변동 없이 현재 루피아 약세 흐름이 유지될 것이나 인도네시아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 안정화되는 시점이 조금씩 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4. 시사점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경기 회복 흐름에 따라 작년과 같은 급격한 변동은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지금의 환율 변동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대 1만5000대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환율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외환 보유고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4월 기준, 인도네시아 외환 보유액은 약 1,388억 달러로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에서 권고하는 3개월 치 경상 지급액을 초과하는 약 10개월치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내수 경기 회복 흐름도 추후 환율 안정 요인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기업 활동 증가로 4월 인도네시아 구매관리자지수(Purchasing Manager Index, PMI)는 10년 이래 최고치인 54.6을 기록했고 소비자 신뢰지수 및 소매판매지수도 1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출과 수입도 국제적인 원자재 상승을 제외하고라도, 전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더해서 외국인투자유치 증가 추세도 루피아 안정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효력을 갖게 된 인도네시아 고용창출에 관한 특별법(옴니버스법) 시행령과 정부의 투자유치 활동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외국인직접투자 금액은 작년 2월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투자유치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4월 28일 2차 개각을 통해 투자조정청을 투자부로 승격시키는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예상된다.
더해서, 물가 수준까지 감안한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를 살펴보면, 루피아가 저평가돼 있어 추후 하락 가능성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자료를 보면, 인도네시아의 3월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포인트에 머물러 있다. 이는 아직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달러 대비 저평가돼 있음을 뜻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페리 와르지요 총재도 1월 CNBC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저평가된 루피아는 충분한 투자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5월 4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경기 과열 우려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였는데, 미국 금리가 실제로 인상된다면 급격하게 신흥 시장 환율이 급변하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의 가능성과 5월 중순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인 르바란(Idul Fitri) 이후 인도네시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우려 등과 같이 환율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해당 부분 관련 지속적인 동향 파악이 필요해 보인다.
자료: 인도네시아 재무부, 투자부, 중앙은행, 통계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국제결제은행, 블룸버그 통신, Our World in Data,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