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차_1.5팀_강성주] 2020.08.16 GN Salak(Pos Bayan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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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총탁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9-19 20:10 조회881회 댓글0건본문
# 산행 후기 - 제 1.5팀 - #
작성자 : 강성주
인니오름 밴드내 원본게시글 링크: https://band.us/band/71518455/post/176
♧ 일자 : 2020년 8월 16일(일)
♧ 장소 : 구눙 살락 (GN Salak 2,211M)
♧ 내용 : 제 32차 인니오름 회원 참가산행
♧ 참가인원 (총 5명) : 탁총 강성주 여은정 디안 + 서태용(feat 하산 1팀 ^0^)
♧ 산행 경로 및 시간
06:40 Javana Spa (1,200M) 출발 -> 08:00 까와 정상 갈림길 -> 11:40 제 2봉 Pos Bayangan(2,000M) 도착 -> 12:00 하산 시작 -> 16:10 하산완료
06시 30분 출발 - 16시 10분 종료
총 9시간 30분 (이동시간 6시간 30분)
제 32차 산행, 구눙 살락
금번 산행은 인니오름 창립이후 최대 인원인 16명이 참가했다.
1팀: 정상 등반 (2,211M) / 2팀: Kawah Ratu 트레킹 으로 구성하였다가,
서태용 사장님의 제안으로 구눙 살락 2개의 봉우리 중 낮은 Pos Bayangan (2,000M)까지 다녀오자는 1.5팀이 결성되었다.
■ 부부가 함께 참가한 강성주 회원의 후기 ■
지난 Gunug pancar 트레킹 후기 말미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여건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 번 산행을 해보고 싶다. 그 때는 무엇을 느끼게 될지 궁금함을 느끼며...” 라는 말로 산 행기를 끝 마쳤는데, 그 또 다른 기회는 예상외로 빨리 오게 되었다.
인니 독립기념일이자 공휴일을 하루 앞둔 8월 16일 산행은 고된 산행 후에도 다음날 하루를 더 쉴 수 있다는 심적인 여유와 여건을 만들었으니 얼른 산행 신청 할 일만 남은 것이다.
지난 산행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혼자 느끼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워 마나님께 동행 할 것을 제안하였더니 흔쾌히 수락하여 즐거운 맘으로 산행을 기다리게 되었다.
당일 새벽 3시부터 분주히 준비하고 탁 총무님 부부를 픽업 후 1차 집결지로 달리는 차 안에서 정상(2,211M)을 등반하는 1팀과 Kawah 방향으로 트레킹을 하는 2팀, 총 2개팀이 원래 계획이엇으나,
정상 바로아래 제2봉(Pos Bayangan 2,000 M)까지 등반 후 하산하는 1.5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 신청은 2팀으로 하였으나 이왕에 산에 오르기로 한 마당에 1.5팀으로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고 1차 집결지에 도착했다. 이 때 이미 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집결지에서 지난 산행에서 만나 반가운 분들, 새로이 만나 인연이 될 분들과 반가이 인사 후 각자 소개 및 인니오름 행사 이래 최대 인원 참가 산행이라는 설명을 듣고 Gunung Salak으로 출발 하였다.
가는 동안 마나님께 1.5팀의 합류를 제의 하였으나 Kawah 의 유황 온천과 폭포의 풍경을 보고 싶어 2팀을 원하는 마나님과 이왕 산에 오르는 것 좀 더 운동 할 수 있는 1.5팀을 고집하는 나 사이에서 탁 총무님의 중재안으로 1.5팀과 2팀이 갈라지는 shelter까지 도착후 결정하기로 합의 하였다.
“아! 이때 마나님 말을 들었어야 됐는데... ”
베이스캠프인 Javana Spa에 도착 간단히 기념사진을 찍고 1팀을 선두로 보내고 1.5팀과 2팀은 느긋하게 산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등산가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열린지 얼마 안돼서일까 우거진 수풀과 나무들이 등산로를 조금씩 가로 막아 풀을 헤치고, 머리를 수그리고, 나무를 넘어서긴 했지만 지난번 Sentul 코스보다 평이한, 오르막 내리막이 거의 없는 길을 어느 정도 걷다보니 벌써 팀이 나뉘어져야 하는 갈림길의 shelter가 나왔다.
올라온 길의 평이함 때문이었을까, 길어진 휴식의 느긋함 때문이었을까 더더욱 1.5팀 합류로 생각이 굳어질 때 마나님께 의견을 물었다.
마나님은 아직도 Kawah 쪽 트레킹에 마음이 더 기우는 듯하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데 아무래도 난 자다가 떡 먹을 일은 없음인지 아니면 수컷의 향기를 뽐내고 싶었는지, 든든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지 여하튼 내가 1.5팀을 고집하고 있으니 마나님은 군소리 없이 배낭을 둘러매며 내 말에 호응을 해준다.
이로서 서태용사장님, 탁총무님 부부, 우리 부부 이렇게 다섯이 1.5팀을 꾸려 길을 출발하게 된다.
무식이 용감함이요, 준비되지 않은 자의 만용이었으리라 지금껏 오른 평이함은 앞으로 오를 가파름 이란 걸 알지 못하고, 사람이 그나마 다녔던 길의 수풀이 그러하면 사람 발길 닿지 않은 윗 오름은 더욱 험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가시넝쿨 손으로 밀어내며, 나무뿌리 손으로 잡아가며 오르다 보니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 “형님 산에 오르실 거면 필요할거에요”라며 창휘가 내밀어준 목장갑이 너무도 고맙다.
본인은 올라봤던 험한 산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맨손으로 무식하게 오르려는 형에 대한 작은 배려였으리라, 그 작은 배려가 험난함 앞에서 너무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창휘가 내어준 목장갑 하나씩 각자 왼손에 마나님과 나눠 끼고 오른손에 스틱 부여잡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 하다 보니 온몸이 땀에 절어 바지까지 모두 적시었다.
젖은 청바지처럼 바지가 달라붙어 무릎과 허벅지의 행동반경에 제약을 준다. 무릎 높이 이상의 고바위에서 다리가 올라가지 않아 몇 번씩 바지를 추스르고, 마저 올라오지 못한 다리는 바지 밑단을 잡아 당겨 가며 끌어 올린다. 이러다 보니 체력은 더 소모 되고 근육의 피로도는 더 쌓여 간다.
남편보다 더 씩씩하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마나님에게 약한 모습 안보이려고 군소리 없이 가려 했으나 한계인 듯하다. 레펠 구간 몇 군데 지났을까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얘기를 꺼내 보니 형호형이 바지 원단 한번 만져 보고서는 무릎을 찢자고 제안해 주고 서사장님께서 말없이 맥가이버 칼을 꺼내 가위로 직접 무릎을 잘라주셨다. 작은 가위로 힘겹게 자르고 나서 형호형이 조금 더 큰 칼을 꺼내 다른 한 쪽마저 무릎을 자르고 오르니 아직도 달라붙긴 하여도 한결 수월하다.
오르며 형호형이 하는 말 “산에서는 힘든 일이 있으면 꼭 공유해야해, 혼자서만 힘들고 말 안하다 그게 더 큰 사고로 이어 질수 있으니까” 맞는 말이면서 뭔가 띵하고 와 닿는다.
이런 작은 배려들이 쌓여 안전산행 즐거운 산행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또한 준비되지 못한 지식과 준비되지 않은 장비, 복장은 남에게 폐 끼칠 민폐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2봉 정상 등반 5분~10분 전쯤이었을까 마지막 레펠 구간에서 햄스트링 쪽 근육이 살짝 올라온다, 예전 같으면 와이프도 있고 나보다 연세 훨씬 높으신 서사장님도 계셔서 약한 모습 안보이려 애써 오르겠지만 혹여나 생길 사고에 서슴없이 말씀 드리고 일행들의 배려 속에 잠시 쉬고 나서 다시 오르다 보니 드디어 2봉 정상에 올라 설 수 있었다.
탁 트인 시야도 없고, 좁은 공터 한켠의 나무 한 그루에 붙어 있는 'POS BAYANGAN'이라는 표지판이 전부인 제 2봉 정상이다. 어디에서도 멋진 풍경과 풍취를 찾을 수 없다. 다만, 힘들었던 등반만큼 목표한 위치까지 올라섰다는 성취감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장소였다.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 ‘POS BAYANGAN' 제 2봉의 이름을 직역하면 그림자 봉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Gunung Salak의 제일 높은 1봉의 이름은 알지 못하여도 아마도, 1봉에 뒤에 가리워진 내지는 1봉에 비추어진 그림자 봉이라는 이름이 아닐까 생각하며 간식과 휴식을 취하였다.
올라오면서도 걱정되던 하산 길에 내려섰다 그래도 휴식을 취한 후 나선 길인지 초반 하산 길은 나쁘지 않다 1팀과 하산 길에 조우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1팀과 조우하고 같이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1팀에 서사장님이 합류 하셔서 우리 팀을 먼저 앞질러 내려가시고 우리 팀은 내 속도에 맞추어 내려가게 되었다 좋지 않은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좌, 우로 골반을 돌려가며 발을 내딛고 자꾸 미끄러지는 진흙길에 브레이크를 거느라 발목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얼마 안가 발목은 풀려 버리고 허리 골반 무릎은 아우성을 친다. “아이고~, 에고 에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나님의 여기 미끄러워 오빠 조심해 소리를 몇 번이나 들으며 내려온다.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다 진창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니 마나님이 붙잡아 주기 바쁘다. 수컷의 향기는 어디 갔으며, 든든한 가장의 모습은 어디 있단 말인가?
마나님이 오히려 나를 챙겨주고, 형호형 부부의 기다림이라는 배려 속에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하산 후 베이스캠프에서 샤워를 마치고 간단한 뒤풀이 자리에서 생각 해 보았다 산행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난 누군가에게 무지함으로 인하여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누군가의 배려를 배려라 알지 못하고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수컷의 향기를 뽐내지도 든든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였지만, 내가 우겨서 보고 싶어 하던 풍경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어 버린 남편에게 푸념 한마디 안하고 1봉에 비추어져 생긴 그림자 봉처럼 남편을 잘 챙겨주는 마나님께 고마움을 느끼며 나의 제2차 산행기를 마치려 한다.
-긴 글 읽어 주심에 감사드리며...-
■ 그리고... 1.5팀 사진들, 설명: 탁총 ■
[ 서태용 사장님. 1.5팀의 제안 창시자, 베품의 미덕 실천자 ]
[ 탁총부부. 단체 음식들 전부를 준비하는 고마운 디안 ]
[ 강성주&탁총의 아내들(X), 남편을 지혜롭게 이끄는 여장부들 ]
[ 자신의 몸상태 보다도 아내의 안전을 더 챙기는 듬직한 진짜 남편 진짜 사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