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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오랑오탄, 한국 라면의 나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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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10-06 19:45 조회6,22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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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 동아시아 통신] 난개발에 신음하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 시나붕 화산(2460미터)의 분출이 계속 되면서 인근을 운항하는 항공기에 안전주의보가 내려졌다. 북부 수마트라 주 메단의 쿠알라나무 국제공항은 시나붕 화산이 9월 15일에 이어 17일 2차 분출을 일으킨 뒤 이 지역을 운항하는 항공사에 운항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진, 화산 등 자연재해가 왜 그렇게 자주 일어나느냐, 고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외국 신문을 보면 남북한이 대치하는 한국도 매우 불안해 보인다. 인도네시아가 워낙 넓은 면적에 걸쳐 있는 국가인데다 신기조산대에 해당하는 화산섬이니 화산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학교 교육 과정에서 화산, 지진 등 자연재해의 조짐을 알아차리고 대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친환경적인 지열 발전소를 건설하여 지구 내부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 평소에도 연기를 내뿜는 작은 분화구와 화산 지역으로 답사 나온 아체 지역 고등학생들. ⓒ김이재

평소에도 연기를 내뿜는 화산을 보며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발전시켰다. 카로 바탁 족이 많이 사는 시나붕, 시바약 산 주변 주민들은 유황을 채취하여 피부병 치료제로 활용하고 따뜻한 천연 온천물에 몸을 담가 하루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화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자연을 가까이하며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이번 시나붕 화산 폭발에도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여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지 바탁어로 '시나붕'은 '돈이 되는 재물'을 의미하니, 재난의 고통을 잘 견디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이번에 폭발한 시나붕 화산 아래 고산도시 브라스 타기는 야채와 과일 생산지로 유명한데, 화산 폭발로 주변 지역에 뿌려진 화산재는 밭은 더욱 비옥하게 할 것이다.

▲ 화산에서 유황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 ⓒ김이재

▲ 야채, 과일 산지로 유명한 브라스타기의 시장 풍경. ⓒ김이재

화산으로 인한 피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지만, 매년 발생하는 동남아의 연무는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재앙이다. 토양에 포함된 인화 성분으로 자연 발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숲을 팜 오일 등의 경작지로 바꾸기 위해 일부러 산불을 내는 사람들에 의해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항공기 운항을 지연시키고 노약자들이나 호흡기 질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연무는 한번 발생하면 수주일동안 계속되어 넓은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다. 특히 수마트라 섬과 리아우 군도의 연무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기에 인도네시아의 국내 문제를 넘어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주요한 의제로 계속 등장한다.

인도네시아는 생물 종 다양성이 풍부하고 수마트라 호랑이, 코뿔소, 오랑우탄 등 희귀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동물의 왕국이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네덜란드 등 서구의 과학자들에게는 환상적인 연구 지역이었고, 동물 애호가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생태 관광 프로그램이 오래 전 도입되었다.

수마트라 섬의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는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감시원이 정글에 상주하고, 코끼리, 오랑우탄 재활 센터를 비롯해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하루에 6~10킬로그램에 달하는 풀과 나무를 먹어야 생존할 수 있는 코끼리를 기르는 일은 쉽지 않은데, 수마트라 북부 탕카한 지역의 코끼리 캠프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물 보호 단체의 협조를 받아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 속에 운영되고 있었다. 코끼리에게 먹이를 충분히 주고 목욕과 산책을 매일 시키고 휴식 시간을 충분하게 제공하는 등 코끼리의 생태를 고려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서 그런지, 다른 동남아 지역에 있는 코끼리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다.

▲ 코끼리 캠프에서 행복해 보이는 코끼리들. ⓒ김이재

북부 수마트라의 부킷 라왕은 정글 속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생태 관광의 중심지인데, 시골 마을 주민들도 생태 관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당장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생태 관광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등 환경과 동물의 복지에 대한 인식이 선진적이다. 유럽인에게 인기가 높은 '숲의 사람(Orang은 사람, Utan은 숲을 의미하는 인도네시아어)', 오랑우탄을 관찰하는 투어에 참여하려면 에코 가이드로부터 철저한 사전 교육을 받고 오랑우탄의 일상생활 공간을 침해하지 않도록 숨을 죽이며 조심스럽게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동남아의 오랑우탄은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하는데 집단 정착 생활을 하는 고릴라나 침팬지와는 달리 계속 이동하여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숲 속을 수백 킬로미터 여행하며 새끼를 양육하는 엄마 오랑우탄의 정성은 대단한데, 새끼를 낳으면 이후 5년 동안은 늘 함께 하면서 생존의 지혜를 전수하는 엄마 오랑우탄의 지극한 모성애는 인간인 내가 보아도 눈물겹다.

▲ 새끼와 함께 나무 위를 이동하며 숲의 지혜를 전수하는 오랑우탄 엄마. ⓒ김이재

영장류 연구는 인내심과 섬세한 감성이 필수적이어서 여성들이 연구하기에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우리에게는 아프리카의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만 잘 알려져 있지만, 초창기 영장류 연구는 용감한 여성 삼총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제인 구달 외에도 아프리카 콩고에서 고릴라와 함께 생활하며 <안개 속의 고릴라>라는 명저를 남긴 탁월한 연구자였지만 멸종 위기에 빠진 고릴라를 돕다 살해당한 다이앤 포시, 그리고 동남아의 오랑우탄을 연구한 비루테 갈디카스다.

비루테 갈디카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공부할 때 만난 남편과 인도네시아 정글에 들어가 맨땅에 헤딩하듯 오랑우탄 연구를 어렵게 개척하였는데, 서구식 생활에 익숙한 남편이 열악한 연구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간 후에도 홀로 남아 연구를 계속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다약 족 남자와 재혼하여 가정을 꾸려 현지에 정착했는데, 환갑이 넘은 지금도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생활하며 오랑우탄 연구 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오랑우탄 연구와 인도네시아 자연을 지키는 일에 열정적이다.

비루테 갈디카스는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에 대해 관심을 갖자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아시아의 허파, 동남아의 정글이 파괴되는 가운데, 특히 팜 오일 경작지가 확대되면서 오랑우탄의 삶의 터전인 숲이 사라지고 개체수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인도네시아 정글의 환경 파괴 현장. ⓒ김이재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스낵이나 케이크에도 팜 오일이 들어가고,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 동남아에서 팜 오일 농장을 개척하는 한국 기업도 늘어났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먹는 라면의 주원료로 팜 오일이 쓰이는데, 대부분 동남아에서 수입된다. 우리가 먹는 한 그릇의 라면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인도네시아 정글의 오랑우탄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상상하니…. 동남아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착한 소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문화지리학자 김이재 경인교육대학교 교수(사회교육과)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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