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땜에 마늘 파는 유명 무용가 "뇌졸중 남편, 딸 굶지 않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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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14 10:16 조회1,616회 댓글0건본문
35년 경력 인도네시아 전통 무용가 수르야니 아충씨
코로나19로 특히 형편 어려워진 예술가들 삶 대변
수르야니 아충(48)씨는 인도네시아의 유명 무용가다. 13세 때부터 춤을 배워 말레이 춤과 다른 7개 부족 춤을 터득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민속촌인 자카르타의 타만미니인도네시아인다(TMII)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해외 순회 공연도 다녔고, 올해 3월만 해도 인도네시아 명문 국립인도네시아대(UI)에서 열린 전통무용대회 심사위원도 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아충씨의 평탄한 삶을 앗아갔다. 그는 몇 달 전부터 동부 자카르타의 집 문간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마늘을 까고 양파를 벗긴다. 고즈넉한 춤사위를 펼쳤을 손가락으로 깐 마늘을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온라인에서 팔기 위해 손수 포장도 한다. 그는 "양파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니 기쁘다, 양파를 팔다 보니 양파 값에 민감해졌다"고 웃었다. 최근 콤파스가 소개한 아충씨 사연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충씨는 무용 일을 서서히 잃어갔다. 고정 수입을 보장하던 TMII도 문을 닫았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는 "남편은 뇌졸중을 앓고 있고 중학교에 입학할 딸도 있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를 팔아 돈을 조금 벌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던 사기꾼에게 300만루피아(25만원)를 잃기도 했다. 그 돈은 어지간한 현지 노동자들의 한 달치 벌이다.
재기를 위해 택한 물품이 마늘과 양파다. 그는 "양파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이번에 알게 된 것도 값진 경험"이라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만큼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수천만 루피아를 사례비로 받는 무용 일과 달리 마늘 장사는 큰 돈이 되지 않는다. 그는 "마늘과 양파를 일부러 비싸게 팔지 않는다"라며 "가족들이 굶지 않고 사는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충씨는 자신처럼 형편이 어려워진 동료 무용가들도 함께 불러 마늘과 양파를 팔고 있다.
인도네시아예술연합회(KSI)에 따르면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공연과 전시는 최소 134건이 넘는다. 예술 노동자 3만8,000여명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5월에 나온 걸 감안하면 현재는 더 많은 예술 노동자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예술 노동자들에게 온라인 공연 유도, 지원금 지급 등을 하고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은 예술 노동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충씨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불평만 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죠. 그래도 예술가들이 정말 힘든 때라 정부 대책이 절실합니다. 마늘을 팔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알함둘릴라(신께 감사합니다)."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469&aid=0000515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