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교육 | 2017년 제 1회 적도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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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4-15 17:56 조회1,657회 댓글0건본문
2017년 제 1회 적도문학상 수상자와 수상작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와 한인포스트가 공동 주관한 2017년 제 1회 적도문학상 공모전 수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 적도문학상 공모전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에 거주하는 한인 및 인도네시아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다.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한국문인협회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며 한국문학의 발전과 보급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시행된 이번 공모전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과 인도네시아/한국어학과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여 마감날에는 응모원고가 폭주하였다.
이번 제 1회 적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신정근씨(수필/그 섬에서 온 편지)는 인도네시아 마카사르에 거주하는 한인으로 이번 적도문학상을 통해 해외신인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이번 적도문학상 심사는 한국문인협회의 위촉을 받은 지연희수필가(한국문협 수필분과회장)를 심사 위원장으로 하는 총 7명의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에 의해 진행되었다.
동남아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 문학인들이 참여함으로써 동남아 한국문단을 주도하는 대표 문학행사로 자리매김 하게 된 이번 적도문학상공모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국문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인작가들의 활발한 작품활동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기사 : 한국문협 인니지부 제공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 한인포스트 공동주관
<적도 문학상 대상 수상작>
- 그 섬에서 온 편지 -
신 정 근 /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거주
바닷바람이 선선하다. 가끔 성난 바람이 불어와 탁자 위에 놓인 안경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자바 해(Java Sea)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짠 내음이 코 끝을 스치며 맥주의 향과 함께 공기 중에 잘 버무려진다. 내가 머물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마카사르는 그런 곳이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태양의 뜨거움만큼 유명하고 더불어 이곳을 기착지 삼아 드나드는 수많은 배들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으리라. 이 먼 타국(他國)에서 나는 나의 고향, 서울을 생각하고 또 그 가을의 맑고 시원한 단풍잎의 싱그러움과 함께 바쁜 도시인(都市人)들의 거친 숨소리와 ‘또깍또깍’소리 내어 걸어가는 구둣발 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크한 듯 속도 있는 서울 말씨와 도시 이곳 저곳의 카페에서 스며져 나오는 볶은 커피의 구수함과 때론 불쾌하지만 또 때론 그 역시도 거대한 서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늦은 오후, 자동차들의 뿌연 매연 연기와 고막을 따갑게 만드는 경적 소리의 소스라침이 더욱 더 그리운 것이다. 그 수많은 그리움의 눈물이 이 섬을 감싸는 커다란 바다가 되어 다시금 인도양을 거쳐 한반도의 남해(南海), 혹은 현해탄 어디쯤에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렇게 하루의 꿈을 꾸고 또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도시 풍경에 대한 ‘자의적 이별(恣意的 離別)’의 결과이겠거니 생각한다.
이곳은 세련되고 첨단의 서울 풍경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 곳이다. 인구도, 면적도 서울의 십 분의 일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 길에서 마주친 사람과 저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작은 이 도시의 매력은 지척의 바다와 도시를 감싸 안은 바람, 그리고 도로 곳곳에 서 있는 거대한 코코넛 나무와 용광로처럼 뜨거운 태양일 것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곳 사람들의 까무잡잡한 얼굴 속에 그려지는 정직하고, 순박한 미소일 것이다. 가식적이지 않고, 건조하지 않은 엷고, 깊은 미소 말이다. 특히나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맑은 눈의 아이들은 그 자체로서 자연의 일부 혹은 자연의 모든 것이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초라한 행색으로 동전 한 닢을 구걸하는 거리의 아이들과 신문과 잡화 등을 파는 상인들의 모습은 괴로운 그들의 삶과 더불어 한 폭의 풍경처럼 오버랩 된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70~80년대의 어디쯤에 있는 것 같은 마카사르의 모습은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이다. 똑같은 청춘과 똑같은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의 도시, 마카사르는 그렇게 어느새 나에게 중요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런 곳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서울의 복잡다단함과 끝도 없는 경쟁으로부터 잠시나마 나에게 긴 호흡으로 마른 숨을 뱉어낼 시간을 부여하며 검붉은 심장으로부터의 상상력을 재장전 할 수 있는 그러한 삶의 ‘변압장치’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나의 도시, 서울을 사랑한다. 특히나 서울의 스산한 겨울 공기 말이다. 겨울바람을 느낄 수 없는 마카사르에서는 그것이 이곳의 지나친 한가로움과 더불어 유이한 단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다. 나는 사실 여름의 열기보다는 겨울의 한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두툼한 코트를 입고 사람들의 옷깃을 스치며 서울 시내를 활보하기 좋아하는 나는 매일 밤 꿈 속에서나마 서울과 마주하고픈 상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마카사르에서 그곳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약 5,279킬로미터, 비행기로는 아직 직항은 없지만 직항로로 대략 7시간 남짓 떨어져 있으며, 1시간의 시차까지 두고 있는 터라 지척의 바다에 나가서 고국의 향기를 조금이나마 맡아보려 해도 앞바다의 짠 내음과 물고기의 비린내 밖에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고국의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메시지는 타국의 나에게 꽤나 포근한 모국(母國)의 품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다행히도 시간의 축적 속에 매일 조금씩 희석되곤 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해변에 나가 너른 바다 어디쯤에 있을 저편의 고국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내가 느끼는 공간의 이질감이 때론 새로운 상상력을 보충하기도 하고 감각의 동질감이 팽창하는 그리움의 크기를 위로하기도 한다. 서로 상반 된 두 장소에서 문화적 노마드(Nomad) 족(族)으로 살아가는 나는 그렇게 느림의 미학 속에 하루의 일상을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자 하나하나에 담고서 끊임없이 읽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이 도시 숲에서 내가 생산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놀이인 것이다.
<수상 소감>
서툰 글을 읽어주시고 거기에 더하여 뜻 깊고 중요한 문학상을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마카사르에서 힘겹게 개인전을 끝내고 아무 것도 그리지 못하는 공허한 시간 동안 프리랜서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이 불안의 사막에 있는 저에게 조금이나마 또 다른 창작의 동력이 주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급하였다시피 저의 삶은 극도의 불안정에 있는 독립예술가이자 프리랜서입니다. 다른 생각과 다른 상상을 하는 것이 항상 있는 그대로의 자본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일이어서 어떤 시기에는 유명 성우가 언급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뽑혀야만 빛을 볼 수 있는 조마조마한 삶이기도 합니다. 또 어느 작가의 말처럼 새해가 될 때마다 한 해의 밥벌이가 얼마가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어떤 형태로든 창작할 수 있는 자유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지금의 이 상은 어쩌면 이 땅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매일같이 단어와 씨름하고, 자신만의 문장을 다듬어 나가는 수많은 작가들의 고달픈 시간을 대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을 잊지 않고 다른 이들의 노력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열심히 상상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신 정 근 /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거주
<2017년 제1회「적도문학상」수필 심사 평>
심사위원장 / 지 연 희(한국문협수필분과회장)
2017년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와 한인포스트가 주관하여 공모한「적도문학상 응모작품」중 수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중 30여편이 지부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올라왔다. 각기 고국을 떠나 낯선 타국에 사는 외로움과 낯 설음을 딛고 적응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심중의 배경이다. 여러 편의 수필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자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비교적 인니 사람들의 맑은 눈빛이 전하는 친근감으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예찬이 배면에 흐른다.
대상으로 선정한 신정근의 수필「그 섬에서 온 편지」는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항구도시에 거주하는 응모자로 고국 서울 도심의 풍경과 항구도시 마카사르를 관조하는 시선이다. 이 수필은 단순한 체험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제련된 보석처럼 빛을 밝히는 유려한 문장이 독자의 시선을 모으게 한다. 문장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어떤 의미를 담는 그릇이다. 한 가닥의 의미가 탐스러운 과일처럼 감각적 문장으로 옷을 입을 때 독자는 감동하게 된다.
최우수상 이민희의 수필「두 얼굴의 인도네시아」,홍수빈의 수필「나의 인도네시아에게」이며, 인도네시아인으로 한국어를 전공한 JANUARY의 [나에게 한국이란] MEUITIA의 [한국어 교수의 꿈]은 한국인 이상으로 수작에 꼽힌다. 우수상에 서정란의「빵 사탕에 담긴 마음」과 김현지의「눈이 맑은 사람들」이정희의 [인니 인들과 소통하기] 또 학생수필로는 박은수의[망고 같은 사람]이 결정되었다. 이들 모두 앞으로 훌륭한 수필을 쓸 수 있는 자질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더 갈고 닦아 빛나는 문필가로 성장해 주시기 기대한다. 글은 무엇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이다. 모국어 사랑의 일환으로, 또한 한국문학 보급 운동에 헌신하는 한국문인협회 인니지부 서미숙회장님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수필 부문 심사 / 수필가 : 지연희, 서미숙
<적도문학상 시 부문 심사 평>
시를 쓴다는 것은 마음에 거울 하나를 들여놓는 일이다. 처음에는 외부의 대상을 살펴보다가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시를 읽다 보니 시어와 행간에 묻어나는 녹말앙금 같은 그리움들이 먼저 잡힌다. 연령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분들을 심사라는 잣대로 줄을 세운다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국에 사는 아들을 20년만에 찾아오는 어머니의 모습도 그랬고 낯선 삶의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담히 풀어내는 과정도 아름다웠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하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치유의 힘을 가진 것이 ‘문학’ 일 것이다. 문학상 공모전에 응모한다는 것은 변명을 요하지 않기에 작품 자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내야만 한다. 나를 둘러싸고 수많은 타자(대상)를 관찰하고 시인의 감성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로 시 쓰기의 출발점이다. 김재구님의 <그리움>과 김혜민학생의<야자수>를 반갑게 읽었다.
시의 대상이 선명히 떠오른다. 다만 마지막 행에서 긴장이 풀어진 것이 안타깝다.
송민후님의 <엄마의 정원>도 좋은 글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부추에 의해 심상 하나를 만들어냈다. 송치선님의 <끌라빠가딩 보슬비>는 참신한 비유가 시선을 끈다. 그러나 시의 후반부로 가면서 평범한 마무리가 아쉬웠다. 김미선님의 <마라톤>은 시의 틀은 좋으나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과 마지막 행의 표현이 다소 아쉽다. 김수경님의 <맹그로브 숲>을 보고 대단히 반가웠다. 형식도 튼튼하고 마무리까지 해내는 힘, 집중력이 좋았다. 정진하시기 바란다. 전체적으로 김수경님의 작품을 제외하면 수준이 비슷하다. 말레이시아 김두형님의 <이해와 타협 속의 나>도 고민을 하게 한다. 한 번 더 살피고 정리를 하면 좋은 시를 쓸 자질이 있다. ‘적도문학상’이라는 큰 문학잔치를 통해 삶의 공간을 관통하는 언어의 힘을 새삼 느낀다. 그런 까닭에 앞으로의 적도문학상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시 부문 심사 / 시인 : 이상기, 김주명, 이태복
<적도문학상 소설부문 심사 평>
소설로 응모한 만 18세의 인도네시아 청년들이 한글로 쓴 작품들을 읽으며 한국어 표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모두 그 또래에 있을 법한 사랑과 실연이야기를 그렸지만 첫 장면에서 이미 결말을 유추할 만큼 진부한 설정과 전개였다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Ichsani의 '아침을 기다리다'는 상당부분 구글 번역기의 손길이 느껴진 반면 원어민 감수를 받은 듯한 Aldi의 '바보처럼 널 사랑해'는 유려한 문장과 함께 한국어 독서량이 많았음을 느끼게 한다.
두 사람 모두 정진해서 더 좋은 글을 쓰게 되겠지만 문법과 내용을 겸비한 Aldi의 '바보처럼 널 사랑해'를 적도문학상 수상대열에 올린다.
소설 부문 심사 / 소설가 : 이광복, 배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