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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 제4회 적도문학상 성인부 수필부문 김신완 / 장려상 : 한국문협 인니지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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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24 12:42 조회1,1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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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酸)박소와 신(酸)두부 / 김신완


  처음 인도네시아에 와 가장 적응이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신 음식’이었다. 나에게 우리나라 음식이 맵고 달다면, 인도네시아 음식은 시고 달다. 단맛이야 익숙한 맛이고, 그러려니 하면서 먹을 수 있지만, 신 음식을 그러려니 하고 먹기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만한 게 한국 사람들은 신 음식에 익숙하지가 않다. 한국에 신 음식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신 김치와 오이 냉국, 초고추장 정도. 신 음식을 많이 먹어보지도 않았을뿐더러 나는 오이 냉국과 식초가 많이 들어간 초고추장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인도네시아에서 신맛과 친해지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처음 신 음식을 접했던 건, 현지 식당에서 치킨 수프를 먹을 때였다. 박소와 두부 건더기가 뒤섞인 치킨 수프를 주문했는데 얼핏 보기에는 만두전골 같았다.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따뜻한 게 술 마신 다음날 친구 자취방에서 끓여 먹던 해장국을 생각나게 했다.

‘이 집 아주 맛집이네. 비주얼도 좋고 국물이 맛있으니 박소와 두부는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으로 두부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 시큼한 맛이 혀끝을 넘어 목구멍까지, 비강을 넘어 코끝까지 강하게 올라왔다. 생전 먹어본 적 없는 신맛이었고, 음식을 씹어 넘겨야 하는데, 내 몸이 ‘먹지 마! 먹지 마!’ 하며 씹기를 거부했다. 박소와 두부가 차마 나를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음식이 쉬었나?’ 생각이 들었다. 식당 아주머니께 맛이 원래 이런지 여쭤보니 원래 시큼한 맛이 맞고 상한 게 아니라고 한다. 원래 그렇다고 하니 더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지 음식에 적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이랑 한 사람당 3개씩 배분하여 겨우 그릇을 다 비웠다. 이후 다른 식당에서도 박소와 두부를 먹을 때 시큼한 맛을 느낄 때가 많았다. 아니 거의 다 그랬다. 입맛에 썩 맞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가 더운 나라라 음식을 시큼하게 해서 보관 기간을 늘리려나 보다’ 하는 마음으로 그럭저럭 잘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지인 친구가 점심시간에 밥을 먹자 하여 처음 나에게 두부의 신맛을 선사해 주었던 식당에 다시 가게 되었다. 똑같은 음식을 주문했다. 

  한동안 인도네시아에 살며 신맛에 많이 적응했을 줄 알고 호기롭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 이 집 박소와 두부는 유난히 신맛이 강했다. 웃음이 터졌다. 현지 음식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던 내 스스로가 너무 가소롭고, 도대체 이 집의 박소와 두부의 신맛은 언제쯤 익숙해질까 하는 생각에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잠깐 숟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백과사전을 검색했다. ‘신 음식’. 나는 단순히 음식의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음식을 시큼하게 만드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백과사전에 이렇게 나와있었다. ‘신맛의 초산과 낙산 성분이 장내 유익균을 만듦’, ’신 음식은 장 세포 강화와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줌’ 인도네시아에서 이렇게 신 음식을 많이 먹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물속에 석회질과 병균이 많을 뿐 아니라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음식에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지인들도 배 아프고, 탈 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문득 어릴 적 집에서 감기 걸렸을 때마다 끓여주던 엄마의 닭백숙이 떠올랐다. 감기 얼른 나아야 한다며 감기 걸렸을 때마다 닭보다 마늘을 더 많이 넣어 닭백숙인지 마늘 백숙인 지 모르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꾸덕꾸덕해질 정도로 압력솥에 푹 삶아진 엄마의 닭백숙이 싫었지만 신기하게도 엄마의 닭백숙을 먹으면 감기가 싹 나았었다. 아마 마늘의 효능보다 아들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 일찍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1시간 넘게 불 앞에 서서 닭백숙을 푹 삶았던 엄마의 정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신 음식도 어쩌면 엄마의 닭백숙과 같다. 먼저 아픔을 겪던 인도네시아 조상들이 후손들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고 싶은 마음에 발달시켰던 인도네시아의 음식문화였는지 모른다. 다시 숟가락을 들어 두부 반 조각을 우걱우걱 씹었다. 신맛이 나에게 맞지 않는 건 변함없었지만 그전과는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내가 씹고 있는 이 신맛은 이들의 삶이고 역사이며 후손들을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선조들의 마음, 어쩌면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 가 아닐까?




<수상소감>

  적도 문학상을 주최해 주신 인도네시아 문인협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끄럽고 ‘일기’ 라는 단어가 더 적절했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아낌없는 조언을 준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제가 있는 곳의 유서를 받아 적고자 노력합니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감정들이 지금은 내 안에 존재하지만 곧 사라지고 잊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들이 말해주는 유서를 글로 받아 적고 있습니다. 카페 앞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며 “꺄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소리, 눈과 귀를 통해 나의 뇌로 그리고 나의 마음으로 들어와 아이의 순수함과 따뜻함을 저에게 전해줍니다. 아이는 그렇게 유서를 남기고 저는 그걸 받아 적고자 노력합니다. 적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 이라는 느낌을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한번 피식 했으면 글 쓴 사람으로서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아직 섬세함도 부족하고, 전달 력도 부족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힘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 쓰는 일에,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들려주는 유서에 더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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