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원 | 한인니문화연구원 제 69회 열린강좌 바람불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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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2-17 15:54 조회1,337회 댓글0건본문
바람불어 좋은 날
정윤희 (한인니문화연구원 부원장)
“어떻게 할까요? 연기해야겠죠?”
2020년 2월 22일, 한인니문화연구원 밴드에 제69회 열린강좌 공지를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미운 코로나가 인도네시아를 덮쳤다. 3월 초부터 12월 현재까지 한인회의 공식적은 모임이나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연구원에서 열린강좌를 재게 하는 것이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나 감염자가 나올까 우려되어 연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코로나 프로토콜 준수를 내걸고 추진했다.
모집인원은 단 5명, 꿈캘리 오순옥 대표님과 멤버들, 연구원 진행임원을 포함하여 총 10명으로 조심스럽게 11월 28일 열린강좌를 맞이하였다. 참석자 모두에게 체열검사와 소독을 하였다. 감사하게도 임원 중 한 분은 오시기 전 직접 래피드 검사까지 하고 오셨다고 했다.
열린강좌 주제는 부채에 예쁜 글씨를 그려 넣는 캘리그라피 부채 만들기 였다. 강좌준비를 하다가 샘플 종이에 적힌 글귀들을 보며 뭉클해졌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난 지금 인생 여행 중”
“소원을 말해봐”
“쿨 하게 살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지금, 우리, 여기,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라고.
오순옥 대표는 한국에서 캘리그라피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전시회 개최, 홈플러스 평생교육 진행 및 신세계백화점 캘리그라피 행사 등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인니문화연구원 홍윤경위원님과의 인연으로 강좌를 열게 되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오대표님은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부채의 재질, 색상, 특징에 따라 다른 장, 단점을 배웠고 다음으로는 글귀를 정해야 캘리그라피 연습을 효율성 있게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각자 마음에 드는 글귀를 골랐고 본격적인 연습시간이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이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캘리그라피는 감성과 많은 시간,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오대표님은 자음과 모음이 쓰는 방법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셨다. 글씨만으로 추상적 인 것이 표현 될 수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바람’을 표현할 때 살랑거리는 봄바람의 캘리그라피 표현 방법과 강한 태풍의 바람 캘리그라피로 표현이 가능하였다. 물론 내가 선택한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그러나 못 할 것도 없다” 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부채에 캘리그라피하는 시간이 왔을 때에는 다들 초조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한 자, 한 자 써내려 가며 한편에서는 탄성과 다른 한편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캘리그라피 결과가 흡족하지 않다는 애교 있는 불만들 까지도 그 자체가 서로 소통하고 하루를 위로 받는 멋진 날 이였다. 알록달록 색칠을 하고 꾸미면서 우리의 지루하고 힘든 삶도 조금씩 변화가 있기를 희망했으며 멋스러운 글씨로 다들 자신만의 캘리그라피 부채를 완성했고, 내 부채의 먹물 캘리그라피 글귀를 마음에 새기며 다음 캘리그라피 2강을 기약했다. 모두들 너무나 즐거워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각자 그 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인도네시아 문화를 사랑하고 전파하는 사공경원장님과 한인니문화연구원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염원한다.
바람불어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