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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비상등 켠 도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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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창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05-15 10:21 조회8,115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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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자동차 산하 연구소엔 ‘도요타 분석’ 과제가 급하게 떨어졌다. 도요타가 2008년 회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에서, 창업 이래 최대치인 4610억엔(약 5조9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직후다. 2007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꺾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이자 ‘제조업 넘버1’으로 우뚝 섰던 도요타가, 아무리 엔화 강세와 판매 둔화 탓이 크다 해도 어떻게 여기까지 고꾸라졌냐는 것이다.

도요타의 적자는 2009년 결산에선 8500억엔(약 10조8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다음달 말엔 창업자의 증손자 도요다 아키오가 사장 취임을 앞둔 상태. 이에 맞춰 도요타는 ‘700만대 생산에 이익을 내는 체질’을 내걸었지만 연산 1000만대 설비에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32만명을 거느린 거대 군함의 재편은 쉽지 않은 일이다.

■ 도요타에 무슨 일이?

도요타는 2000년부터 해마다 매출과 이익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다. 8년 동안 판매대수 증가치는 338만대로, 혼다 규모의 회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주목할 것은 판매 구성이다. 2007년도 판매(총 891만대)에서 북미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33%다. ‘달러박스’였던 북미시장의 판매 위축에 따른 충격 강도가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도요타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늘린 국외공장의 낮은 생산성은 근본적인 문제다. 지난 5년간 도요타는 국외 공장을 5곳이나 신설하는 ‘확대전략’을 펼쳤다. 2000년 당시 185만대이던 국외 생산 대수는 2008년 420만대로 일본내 생산을 앞질렀다. 일본 언론들은 2006년 가동한 미국 텍사스 공장이 흔들림의 ‘상징’이라고 지적한다. 대형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유가 상승과 미국 경기침체로 지난해 여름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덩치가 커지면서 본사의 ‘카이젠’(개선) 활동이 국외 공장에 그대로 전달되기 힘든데다, 현지인 비숙련공이 많은 탓에 혼류 생산이나 하이브리드 생산 전환도 어렵다. 도요타는 엔화 약세를 타고 일본내 생산설비 또한 꾸준히 늘려왔다. 엘지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과잉 생산분을 수출하는 비중을 다른 회사보다 공격적으로 늘렸다”며 “이 때문에 엔화 강세에 더 취약했다”고 지적한다.

생산 인력의 숙련도 저하에 따른 품질 문제도 있다. 2000년 9만대던 리콜 대수는 2004년 200만대 등 해마다 100만대를 계속 넘어섰는데, 이는 일본내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에 따라 숙련공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급증했던 추세와 일치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정희식 연구위원은 “와타나베 가쓰오 사장 시절은 ‘생산을 최대한 늘리고 불량이 나면 나중에 수정한다’는 전략을 펴왔으며 이 때문에 도요타답지 않은 현상이 공장 안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도요타는 몇 해 전부터 ‘1000만대 생산체제 도입’을 했고 차종은 55종까지 늘어났다. <마이니치신문>은 “급성장이 왜곡을 낳아 경기악화 타격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 도요타는 위기를 돌파할까?

최근 도요타는 ‘700만대 생산에 이익을 내는 체질’을 내걸었다. 원가개선 노력과 고정비 삭감 등 올해만 무려 8000억엔에 이르는 비용절감 방안도 내놓았지만 2년 연속 적자는 불가피하다. 올해 판매 목표는 650만대로, 6년 전 수준이다. 그럼에도 도요타 쪽은 “가동률을 조정할 뿐 라인 폐쇄나 공장 통폐합 등 설비 축소나 (정규직) 고용 감소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수요 반등에 대비해 설비 능력의 1000만대 체제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비정규직 해고를 더 가속화하고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긴급원가절감활동(VA)을 55개 전차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차 중심 전략을 바꿔 2020년 이전에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검토하는 등 친환경차와 소형차로 중심을 옮길 것도 분명히 했다. 이지평 연구위원은 “도요타는 이 정도로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보지만,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몰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사장에서 도요다 아키오로 넘어가는 사장 승계 과정은 한때 쇼군이 천황에게 권력을 되바치던 ‘대정봉환’으로 불렸다. 하지만 앞에 놓인 건 비단길이 아니다. 도요다 아키오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혁에 도전하겠다”며 ‘원점 회귀’를 내걸었다. 정희식 연구위원은 “도요타의 특징은 항상 종업원들이 현장에서 바로 문제를 개선해나가던 정신”이라며 “일본 전문가들도 그런 할아버지, 아버지대의 ‘자정 작업’의 정신을 되찾기 위해 도요다 아키오가 대대적 변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반면 절약과 효율의 강조로 신기술 개발 등이 다소 쇠퇴해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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