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라고 말하지 않는 인도네시아인/출처-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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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11-11 23:49 조회6,336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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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 얼굴에는 미소가 있고 크지 않게 조곤조곤 말하고 누군가 농담이라도 던지면 웃음이 터진다.
품위를 지키며 화합하는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단어로 루꾼(rukun), 끄자웬(kejawen), 뜨만(teman) 등을 들 수 있다.
1만7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지고 2억4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다종족 다문화 국가이다. 자바족이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주류를 이루며 ‘화합’을 강조하는 자바문화가 인도네시아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인류학자 김형준 선생에 따르면, 루꾼(rukun)은 우리말로 ‘화합’으로 번역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면적인 상태와 관계없이 갈등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되며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자바사람의 사회문화적 특질로 여겨지는 루꾼을 실현하려면 품위 있는 태도와 행동이 필요하며, 이런 행동 양식을 성취하려면 친밀한 관계보다는 감정적 거리의 유지와 감정 표현 절제가 요구되고 이를 위한 자바인들의 규범과 관습을 '끄자웬'(Kejawen)이라 부른다.
끄자웬은 상대방을 불쾌하지 않게 하기 위해 화를 내지 않고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작은 소리로 공손하게 말하며 “아니오”라는 말도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 행동으로 묘사할 수 있다.
큰 소리로 말하고 화가 날 때는 비속어까지 섞어서 감정을 쏟아내는 한국인들은 화가 났을 때조차 속삭이듯 조용히 말하는 자바인들을 보면 갑갑하고 속이 터진다.
반면 식당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식사하면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듣고 자신들에게 화를 내거나 한국인들끼리 싸우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또한 가정에서 가사도우미가 일을 잘못해서 화를 내면 다음날 그만두겠다고 해 오히려 당황하기도 한다.
김형준 선생은 끄자웬은 넒은 의미로 자바의 규범과 관습을 지키는 사람을 뜻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의바른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동시에 음흉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들어 있다고 그의 저서에 언급했다.
자바인들은 타인을 향한 불만이나 증오를 자연스런 감정으로 여기며 속으로 삭히거나 숨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 달리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며, 스스로 또뼁(Topeng. 가면)을 썼다고 묘사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보이는 표리부동의 모습은 타인과 나누는 상호작용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목적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매우 가까운 관계보다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는 관계를 선호하는데, 이는 감정표현을 절제함으로써 품위 있는 생활방식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 말이 ‘뜨만’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친구를 일컫는 뜨만(teman) 또는 자바어의 깐짜(kanca)는 한국의 친구 개념과 차이가 있다. 이곳에서 말하는 친구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면식 있는 사람 또는 지인의 뜻에 가까워서 몇 번 만난 사람은 쉽게 친구라 지칭한다.
지인의 뜻을 갖는 말인 끄날안(kenalan)이 따로 있으니 친구와 지인은 그 가까운 정도가 구별되는 말이지만, 그 정도는 우리말만큼 차이 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의 친구에 더 가까운 어휘는 사하밧(sahabat)인데, 이 말은 선지자 무하마드를 따라다니던 추종자를 일컫는 아랍어에서 기원한다. ‘뜨만’이라는 어휘의 포괄적 성격 때문에 사하밧이 더욱 가까운 친구를 가리키는 데 이용된다.
표면적으로나마 화합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잘 웃는다. 인도네시아인과 사진을 찍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잘 웃는 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아니다’라는 의미의 띠닥(tidak)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사양할 때조차 인도네시아인은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라고 말하거나 미소를 짓는다. 따라서 자바인들과 대화할 때 '야'(ya 또는 iya)가 진정한 의미의 '예'인지 '아니오'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상황이나 표정을 살펴야 하고,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이것이 익숙하지 않은 다른 종족이나 외국인들은 자바사람들을 음흉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인도네시아인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로 ‘끼라끼라(Kira-kira 대략), 뭉낀(mungkin, 아마도), 띠닥따우(tidak tahu 모른다), 꾸랑따우(kurang tahu, 잘 모른다), 무다무다한(mudah-mudahan, 모쪼록), 뜨르스라(terserah, 알아서하세요), 인샬라(insya Allah, 신의 뜻대로) 등이 있다.
사실대로 말해서 상대를 언짢게 하는 걸 원치 않거나 스스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할 때는 본인이나 부모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때때로 실수를 하고 무안한 마음에 웃거나 미소를 짓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나 상사의 화를 돋우기도 한다.
즉 인도네시아인의 미소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정말로 만족하거나 수긍할 때와 어색, 당혹스러움, 부끄러움, 근심, 거부, 긴장감 등을 감추려 할 때이다. 후자의 경우 인도네시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무시당한다거나 뻔뻔하다고 느끼고 화를 낸다.
실수를 했을 때 표현방식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인도네시아인은 그 순간을 부드럽게 넘기고 싶고 불편해지기 싫어하는 반면 한국인은 명확하게 확인하고 사과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악수를 할 때 누가 먼저 손을 내밀지 정해진 법칙이 없고 손바닥을 가볍게 대는 정도로 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손을 어느 정도 힘주어 잡는다.
자바인은 ‘웃는다고 친구가 아니야’ 그리고 한국인은 ‘화낸다고 원수가 아니야’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 적도를 달리는 남자(김형준 지음, 이매진), 인도네시아(캐시드레인 & 바버라 홀 공저, 박영원 옮김, 휘슬러)
품위를 지키며 화합하는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단어로 루꾼(rukun), 끄자웬(kejawen), 뜨만(teman) 등을 들 수 있다.
1만7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지고 2억4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다종족 다문화 국가이다. 자바족이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주류를 이루며 ‘화합’을 강조하는 자바문화가 인도네시아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인류학자 김형준 선생에 따르면, 루꾼(rukun)은 우리말로 ‘화합’으로 번역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면적인 상태와 관계없이 갈등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되며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자바사람의 사회문화적 특질로 여겨지는 루꾼을 실현하려면 품위 있는 태도와 행동이 필요하며, 이런 행동 양식을 성취하려면 친밀한 관계보다는 감정적 거리의 유지와 감정 표현 절제가 요구되고 이를 위한 자바인들의 규범과 관습을 '끄자웬'(Kejawen)이라 부른다.
끄자웬은 상대방을 불쾌하지 않게 하기 위해 화를 내지 않고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작은 소리로 공손하게 말하며 “아니오”라는 말도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 행동으로 묘사할 수 있다.
큰 소리로 말하고 화가 날 때는 비속어까지 섞어서 감정을 쏟아내는 한국인들은 화가 났을 때조차 속삭이듯 조용히 말하는 자바인들을 보면 갑갑하고 속이 터진다.
반면 식당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식사하면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듣고 자신들에게 화를 내거나 한국인들끼리 싸우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또한 가정에서 가사도우미가 일을 잘못해서 화를 내면 다음날 그만두겠다고 해 오히려 당황하기도 한다.
김형준 선생은 끄자웬은 넒은 의미로 자바의 규범과 관습을 지키는 사람을 뜻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의바른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동시에 음흉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들어 있다고 그의 저서에 언급했다.
자바인들은 타인을 향한 불만이나 증오를 자연스런 감정으로 여기며 속으로 삭히거나 숨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 달리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며, 스스로 또뼁(Topeng. 가면)을 썼다고 묘사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보이는 표리부동의 모습은 타인과 나누는 상호작용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목적이다.
▲ 자료사진. 자바 가면
인도네시아인들은 매우 가까운 관계보다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는 관계를 선호하는데, 이는 감정표현을 절제함으로써 품위 있는 생활방식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낸 말이 ‘뜨만’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친구를 일컫는 뜨만(teman) 또는 자바어의 깐짜(kanca)는 한국의 친구 개념과 차이가 있다. 이곳에서 말하는 친구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면식 있는 사람 또는 지인의 뜻에 가까워서 몇 번 만난 사람은 쉽게 친구라 지칭한다.
지인의 뜻을 갖는 말인 끄날안(kenalan)이 따로 있으니 친구와 지인은 그 가까운 정도가 구별되는 말이지만, 그 정도는 우리말만큼 차이 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의 친구에 더 가까운 어휘는 사하밧(sahabat)인데, 이 말은 선지자 무하마드를 따라다니던 추종자를 일컫는 아랍어에서 기원한다. ‘뜨만’이라는 어휘의 포괄적 성격 때문에 사하밧이 더욱 가까운 친구를 가리키는 데 이용된다.
표면적으로나마 화합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잘 웃는다. 인도네시아인과 사진을 찍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잘 웃는 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아니다’라는 의미의 띠닥(tidak)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사양할 때조차 인도네시아인은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라고 말하거나 미소를 짓는다. 따라서 자바인들과 대화할 때 '야'(ya 또는 iya)가 진정한 의미의 '예'인지 '아니오'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상황이나 표정을 살펴야 하고,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이것이 익숙하지 않은 다른 종족이나 외국인들은 자바사람들을 음흉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인도네시아인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로 ‘끼라끼라(Kira-kira 대략), 뭉낀(mungkin, 아마도), 띠닥따우(tidak tahu 모른다), 꾸랑따우(kurang tahu, 잘 모른다), 무다무다한(mudah-mudahan, 모쪼록), 뜨르스라(terserah, 알아서하세요), 인샬라(insya Allah, 신의 뜻대로) 등이 있다.
사실대로 말해서 상대를 언짢게 하는 걸 원치 않거나 스스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할 때는 본인이나 부모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때때로 실수를 하고 무안한 마음에 웃거나 미소를 짓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해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나 상사의 화를 돋우기도 한다.
즉 인도네시아인의 미소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정말로 만족하거나 수긍할 때와 어색, 당혹스러움, 부끄러움, 근심, 거부, 긴장감 등을 감추려 할 때이다. 후자의 경우 인도네시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무시당한다거나 뻔뻔하다고 느끼고 화를 낸다.
실수를 했을 때 표현방식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인도네시아인은 그 순간을 부드럽게 넘기고 싶고 불편해지기 싫어하는 반면 한국인은 명확하게 확인하고 사과 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악수를 할 때 누가 먼저 손을 내밀지 정해진 법칙이 없고 손바닥을 가볍게 대는 정도로 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손을 어느 정도 힘주어 잡는다.
자바인은 ‘웃는다고 친구가 아니야’ 그리고 한국인은 ‘화낸다고 원수가 아니야’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 적도를 달리는 남자(김형준 지음, 이매진), 인도네시아(캐시드레인 & 바버라 홀 공저, 박영원 옮김, 휘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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