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테니스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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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6-01 11:38 조회5,8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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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레이스먼트(Placement)에 대한 이해
복식은 파트너와 함께 코트를 반씩(사실 파트너와의 수준 차이에 따라 코트를 분담하는 퍼센트가 조금 불균형하긴 하지만) 분담한다는 사실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부담을 줄여줍니다.
그럼 단식은 왜 더 힘이 들까요 ?
코트 커버 범위가 복식보다 넓으니까 ?
물론 당연한 사실 입니다만,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플레이스먼트(Placement)라는 개념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플레이스먼트란 간단히 말하면 공을 어느 곳으로 보낼 것인가 입니다.
경기 중 빈번하게 일어나는 하나의 상황을 머리속에 그려보겠습니다.
네트를 살짝 타고 넘는 쇼트는 상대가 위치한 곳에서 가장 먼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정석이지요.
상대 선수가 잽싸게 뛰어와 그 볼을 걷어 올렸다면 이번엔 그 선수의 백핸드쪽 머리 뒤로 로브를 멀찌감치 올립니다. 상대가 간신히 헉헉대며 그 볼을 쫒아가 수비적인 로브를 올렸다면, 이건 스매싱의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짧은 상황 재연입니다만, 생각만해도 숨이 차시죠 ?
헌데 만약 이 상황이 복식이 아니라 단식이라면...
행여 막판에 공격자가 스매싱을 실수해서 포인트를 뺏겼다하더라도, 이건 한포인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체력의 저하는 곧 경기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한 골 넣고 잘 버티기만 하면 볼 점유율 30:70이나 슈팅수 3:20의 절대 약세에서도 운좋게 승리할 수도 있는 축구 경기와 다르게, 이놈의 테니스는 경기 중 선수교체도 안되고, 매 포인트가 곧 게임과 세트를 결정합니다.
만약 단식 경기에서 위의 상황을 당하셨다면, 체력저하도 물론이지만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 지실 겁니다.^^
하지만 그 한포인트로 여러분은 엄청난 경험을 하심과 동시에 하나의 소중한 화두를 얻으신 것입니다. 그것은 즉, 다음 경기에선 나역시 그런 패턴을 만들어 상대를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신무기를 보신 것이지요.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는 것은 곧 상대의 미스를 유발시키는 것이며, 상대는 체력저하로 인한 미스를 방지하기 위해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모 아니면 도 식의 묻지마 샷이고, 둘째는 플레이스먼트고 나발이고 일단 안전하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코트 한 복판에 떨어뜨리는 아리랑 볼입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볼 수 있겠죠.
정리하자면, 아이러니 하게도 단식의 경우 체력싸움이기도 합니다만, 그 보다는 얼마나 상대의 체력을 빨리 빼 놓느냐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상대의 체력을 빨리 빼놓는 플레이스먼트 전략에 기반한 경기력을 장착하기까지는, 자신보다 상수와 대적하며 무수한 희롱을 당해봐야 합니다...ㅠㅠ
2. 복식은 높이, 단식은 깊이의 싸움
통상 복식을 공중전에 비유한다면, 단식은 지상전에 비유하죠.
서브 넣고 발리 들어오는 상대를 무찌르기 위한 가장 좋은 초이스 중 하나가 상대의 발밑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어정쩡한 세컨서브를 넣고 용감하게 네트로 대시하다가 발 밑에 뚝떨어지는 상대방의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에 비명횡사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또한 복식에서 강력한 서브 앤 발리에 대응하는 또하나의 초이스는 역시 로브 입니다.
전략적인 로브의 장점이라면 상대편의 네트 점령을 방지함과 동시에 상대편의 진영과 파트너쉽을 깨뜨릴 수 있고, 긴 체공시간 동안 우리편의 전열을 정비하여 수비적인 상황을 공격적인 상황으로 국면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듯 복식의 싸움이 네트점령을 기반으로 한 3차원 입체전쟁이라면, 단식의 싸움은 얼마나 베이스라인 깊숙하게 강력한 스트로크로 상대를 코트에서 밀어내느냐의 평면전쟁입니다.
현대의 놀라운 라켓제조기술 발달은 보다 강력한 탑스핀을 만들어 주었고, 그 결과 보다 컴팩트한 자세로 보다 강력한 스트로크를 날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심지어 라켓을 잡는 그립 또한 이스턴 그립에서 탑스핀에 용이한 웨스턴 그립으로 전환되었으며, 20세기 단식선수라면 누구나 교과서처럼 신봉하던 서브 앤 발리 패턴을 거의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서브가 아무리 강해도 리턴이 그 이상 좋아졌기 때문에 서브 넣고 네트로 달려갈 수가 없게 된 것이지요. 서브의 구속도 이제 230km를 넘나들다 보니 네트로 달려갈 시간도 없습니다. ^^
이런 경향은 우리 동호인들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강력한 스트로크에 이은 네트점령과 발리는 단식에서도 지상과제입니다만, 매 포인트가 발리싸움이 되는 복식에 비해 단식은 누가 더 강력한 스트로크를 상대의 빈구석에 깊숙히 꼿아넣느냐의 싸움이지요.
우리가 단식경기를 지속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조금 덜 힘들고 아기자기하니까 복식경기만을 고집한다면, 별도의 노력이 없는 한 스트로크의 향상은 요원하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코트의 반쪽만 커버하는 복식에서 싸이드 스텝은 보통 두어걸음이면 됩니다.
하지만 단식의 경우 좌우의 사이드라인까지 왕복하려면 체력은 물론이거니와 효과적인 사이드 스텝의 연습이 필수 입니다. 하지만 우리 동호인에게 스텝 훈련까지 체계적으로 받으라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는 요구라면 단식경기 자체 만으로도 그런 훈련 효과를 자동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단식에서 상당히 먼거리의 공을 쫒아가려면 빠른 상황판단과 즉각적인 몸의 반응이 필요하고, 그럴려면 스프릿스텝(기마자세로 가볍게 뛰는 제자리 점프. 발꿈치만 들었다 놓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며, 상대 스트로크의 임팩트 지점을 보며 공이 어디로 어떻게 올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 집니다. 또한 상대에게 힘이나 기술적으로 뒤진다해도 수싸움에서 제압해 갈 수 있다는 원리를 터득해 전체적으로 게임을 그리는 전략적 마인드가 형성됩니다.
그저 현재 수준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는 하수들과의 복식게임에서 근근히 승리하는 기쁨에 만족하신다면 엔조이 테니스 레벨 이상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최단기간 기량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의 단식 경험이 특효약과 같은 지름길이고, 특히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끈임없이 참가하여 수 많은 패배의 쓴 맛을 경험함으로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3. 자신에게 숙제를 낸다.
복식에서는 자신의 어떤 점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게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발리가 부족한 분들은 네트플레이를 기피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스트로크가 발전하지요.(물론 궁극적으로 복식에서 베이스라이너는 발리어를 넘어서기가 거의 힘듭니다만...^^)
또 강력한 스트록에 자신이 없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로브나 베이스라인 깊숙한 문볼(moon ball, 일명 아리랑볼)이 발달하기도 합니다.서브가 약한 분들은 툭쳐놓고 무조건 네트로 대시하는 발리 능력이 발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식에서는 대부분 자신의 단점을 다른 장점으로 커버하는 형태로 테니스 구력이 쌓이게 됩니다. 하지만 단식에선 하나의 약점이 경기를 지배 당하게 만듭니다.
백핸드 드라이브나 슬라이스를 공격적으로 치지 못하는 사람에겐 모든 볼이 백핸드로 오기 십상입니다.
걸음이 느리거나 네트플레이를 꺼리며, 베이스라인에 딱 붙어서 라이징 볼을 치지 못하고 2~3미터씩 뒤로 물러나 랠리를 진행하는 사람에겐 한번 걸러 쇼트가 들어옵니다.
스매싱이 쥐약인 분에겐 그럼 ? 물론 로브가 박격포 부대처럼 들어오겠죠. ^^
그렇듯 단식에선 자신의 약점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 약점을 고수일수록 집요하게 파고 들며, 나또한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파트너의 도움없이 치러진 단식의 결과는 100% 스스로의 책임입니다.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지요. 오죽 열받으면 라켓을 다 부수겠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의 약점이 잔인할 정도로 드러납니다만, 그렇기에 단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정확한 숙제를 던져줍니다.
대다수 동호인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는 서브를 한번 살펴볼까요?
단식에서는 특히 파괴적인 1서브와 강력한 스핀의 2서브가 매우 중요합니다. 복식에서의 서브는 직접적인 에이스를 노리기보다는 효과적인 코스 공략으로 우리편 전위가 손쉽게 발리로 마무리 지어버릴 수 있는 형태의 전술적인 서브가 강조됩니다. 이 말은 즉, 폭발적인 스피드의 플랫 서브나 상대편의 머리 위로 튀는 강력한 탑스핀 서브가 없이도 약 50%의 힘만으로 정확히 코스 공략된 서브 정도면 적어도 리시버에게 리턴에이스를 먹을 일은 없다는 얘기지요.
허나 단식에서 비실비실 넘어가는 서브는 손도 못 대보는 리턴에이스로 응징 당합니다. 열에 하나나 들어갈까 말까한 확률로 온 힘을 짜내어 첫서브를 넣어보지만 역시 실패. 탑스핀이나 슬라이스 서브를 익히지 못 했으니 세컨서브는 어쩔 수 없이 리시버에게 공 건네주듯 더블폴트 안되길 기도하며 조심조심 밀어 넣지요. 이게 그래도 복식에선 어느 정도 허용이 됩니다만, 단식에선 용서가 안됩니다.
단식을 하며 위와 같은 경험을 하셨다면 대부분은 그 때부터 서브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연습을 시작합니다. 너무나 중요해서 빨간펜으로 밑줄 박박 긋고 색연필로 수없이 동그라미를 쳐도 모자라는 숙제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숙제를 해결해 가면서 느끼는 달콤함은 경기에서의 승리와 짜릿한 성취감으로 보상받을 것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약점이 무엇인지 한번 머리 속에 그려보세요. 그 약점을 가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식을 경험하며 변화를 시작해 보십시오. 곰 쓸개를 핥지 않고도 복수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 쓸개를 기꺼이 핥는 자는 천하를 얻을 것입니다.(이거 너무 거창한가요 ㅎㅎ)
4. 단식 대회에 참가하자 !
위에서 지루하게 설명했지만 역시 고수와의 경기 경험은 백번의 레슨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평소에 동호회에서는 코트 여건상 단식 경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쩌다 사정이 허락한다해도 고수와의 단식 경기를 경험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그게 가능하죠. 그것도 절대 봐주기 없는 진검으로... 수준급의 킥서브를 듬직한 파트너도 없이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 당연히 실수의 연속이겠죠. 그런 볼을 정확한 정타로 리턴에이스를 빈번히 만든다면 우리는 동네레벨이 아닙니다. ㅎㅎ 하지만 선동열의 공을 배트에 댈 수 라도 있게 된다면, 시속 90km짜리 동네 투수의 직구 쯤은 우스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선동열의 광속구를 정확히 배트에 맞추는 순간, 홈런도 나올 날이 꼭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단식대회는 꼭 참가하십시오 !
못 넘기더라도, 못 쫒아가더라도, 그런 볼 앞에 서서 움찔대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레슨을 받고 계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