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응시'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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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08 11:38 조회2,904회 댓글0건본문
2/3 이상의 답변이 '한발 더 뛰기 위해서'류일 것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인간의 몸이 움직이기 위해서, 나아가 적은 힘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근육의 수축과 신전을 필요로 합니다.
뻣정다리로 서 있을 경우에는 근육이 다 늘어나 있는 상태라 더이상의 신전이 불가능하죠. 이미 가동범위가 최고에 달한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수축->신전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수축시켜두고 기다린다면?? 신전이라는 하나의 프로세스만 거치면 되겠죠. 과정이 줄어드는 만큼 시간도 단축됩니다.
'반 걸음 더 갈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저는 여기에서 두 가지의 의미를 더 찾습니다
하나는 퍼스트스텝의 '조절'입니다.
땅바닥에 발을 대고 있다가 근육을 수축시키는 것보다 점프해서 근육을 '신장'시킨 후 착지하면서 근육을 '수축'시켰다가 다시 신장시킴으로서 스플릿스텝 후 첫 스텝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지요.
한발 멀리 뛸 것인지, 아니면 가까이 뛸 것인지 말입니다.
경기동영상을 보시면 샷에 따라 대응하는 스플릿스텝의 점프량이 다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리턴의 경우 큰 걸음의 첫스텝을 대비해서 크게 점프하고 발리를 할 때는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의 스플릿스텝만 합니다(물론 패싱이 예상될 경우 커지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첫 신장과 수축이라는 두 단계의 과정을 통해 뒤의 신장량을 조절하여 퍼스트스텝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큰 걸음을 예상하고 점프를 높게 했다가 작은 걸음을 요하는 공이 올 경우 수축을 줄이거나, 점프를 낫게 했다가도 큰 걸음이 필요한 공이 오면 수축량을 늘려서 대응하는 식입니다.
이는 하체에 불필요한 힘이 가해지는 것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수축->신장의 2단계과정에서는 수축량만으로 부족하거나 넘치는 공이 올 경우 신장단계에서 힘을 가하여 첫 스텝을 조절하여야 하므로 하체에 힘이 들어가게 되는 반면,
신장->수축->신장의 3단계과정에서는 처음 두 단계에서 힘의 양이 조절되므로 2단계과정에 비해 마지막 신장단계에서 하체에 인위적으로 들어가는 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육상 필드종목 중 투창이나 투원반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뒤로 돌렸다가 앞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한번 돌렸다가 다시 뒤로 돌린 후 던지는 식이죠(다만 투포환은 이렇게 던지면 룰 위반이라서 안됩니다 -_-).
두번째는 '균형의 중립화'입니다. 'neutralizing of balance'입니다. ^^
(저는 이것이 스플릿스텝을 하는 궁극의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첫번째 샷 이후의 스플릿스텝에 더욱 큰 의미를 가집니다.
테니스를 치는 영상을 떠올려보시죠.
서브 이후, 리턴 이후 테니스는 끊임없이 상하좌우앞뒤 3차원으로 뛰어야 하는 경기입니다.
게다가 상대방은 나를 한발 더 뛰게 하는 것을 목표로 공을 쳐댑니다
뛰는 동안은 밸런스를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앞이는 뒤든 좌우로든 상하로든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죠.
그러나 한편으로 테니스는 다른 운동에 비해 높은 수준의 밸런스를 요구합니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공을 열심히 쫓아가서 공을 넘겼습니다.
얼른 리커버리하셔야죠.
중심은 아마 왼쪽으로 치우쳐있을 것입니다.
이 때 공이 왼쪽으로 온다!
리커버리하시던 대로 왼쪽으로 치우친 중심을 계속 유지하시고 또 힘껏 달려가셔서 치시면 됩니다. 타격시의 균형은 '잔발'이 회복시켜주어야 합니다(잔발은 이 글에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중심이 한껏 왼쪽으로 치우쳐있는 상태에서 공이 다시 오른쪽으로 온다면요??
아마 역동작에 걸려서 바로 1~2m 옆으로 빠져나가는 공도 그냥 '안녕~'하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겁니다.
멀리 도망가는 공 못치면 억울하지나 않을텐데...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녀석을 볼의 솜털까지 다 보면서 보내주어야 한다니...
리커버리중의 스플릿스텝은 한쪽으로 치우친 중심을 상대방의 타구뱡향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다시 변환시킬 수 있도록 몸의 균형을 'neutralize'해 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기능은 한국처럼 복식이 활성화된 테니스환경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맞발리나 발리-스트록 플레이에서는 한발 더 뛰는 것보다는 앵글이나 패싱에 대한 방향설정(전환)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못쫓아가서 놓치는 볼보다는 역동작에 걸려 못치는 경우가(노터치이든 언밸런스샷이든) 더 많지 않나요?
여기서 딴지 한가지.
역동작을 예상할 경우 스플릿스텝이 유용하겠지만 오픈스페이스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스플릿스텝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그냥 냅다 달려가는 것이 더 빨리 커버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맞는 말씀입니다. 그냥 달려가는 것이 '왼쪽으로 빠지는' 볼에는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죠. 그러나...
저는 리커버리중에 스플릿스텝 안하는 플레이어와 경기를 한다면 계속 역동작에 걸리도록 칠 겁니다. 굳이 구석으로 뺄 필요도 없죠. 코트를 2분할해서 오른쪽계통으로만 계속 치면 되니까요.
스플릿스텝을 못할(또는 안할) 정도로 왼쪽으로 깊게 빠지는 샷은 i)자신의 리커버리가 늦었거나 ii)상대방이 친 샷의 앵글이 무척 좋았거나 iii)상대방의 패턴을 자신이 100%확신할 경우에 한정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상적으로 리커버리가 이뤄졌을 경우 스플릿스텝의 위치는 코트의 중앙이 아니라 방금 샷을 한 방향(예로 든 경우에는 오른쪽)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그래도 반대방향까지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는 뜻이겠죠. 경기동영상에서 사이드로 빠지는 볼을 리턴한 후 선수들이 스플릿스텝하는 위치를 보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정확한 관찰'에 대해서도
이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가 공을 치는 것을 보는 순간을 첫번째, 바운드 후를 두번째라 한다면 첫번째는 '관찰', 두번째는 '응시'입니다.
viewing(또는 observing)과 focusing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첫번째의 경우 매우 종합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샷의 종류, 내 스윙의 선택, 스텝의 조절, 내 타구의 선택 등등등 보고 있어도 사실 보는게 아니죠.
계산하느라 머리에 열납니다.
두번째는 어찌보면 꽤 단순한 과정입니다.
정확히 공을 보고 정확한 스윙을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복식의 포치타이밍이 바운드전후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계산 끝낸 상대방에게 뭔가 왔다갔다 하는 새로운 정보를 보여줘서 계산에 오류가 나게끔 하는 것이죠.
제게 스텝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은 예외없이 '1st 스텝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비단 스플릿스텝 후 첫 스텝의 방향을 잡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그거는 눈밝은 어린애들 시키면 더 잘한다고... ㅜ.ㅜ),
샷을 할 지점과의 거리에 따라 첫 스텝의 강도를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시더군요.
테니스의 스텝은 '다다다다'의 느낌이 아니라 '펑~! 스스스륵"의 느낌이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