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사상 최고의 명승부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10-11 11:52 조회6,674회 댓글0건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36934
본문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일단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느냐에 따라 선호하는 경기가 달라지리라.
지금 50대 후반이라면 70년대 후반을 수놓았던 비외른 보리와 매켄로의 윔블던 결승을 꼽을 것이고,
50대 초중반이면 샘프라스와 아가시의 경기를 언급할 수 있다.
40대는 단연 페더러와 나달의 시대겠고, 지금 테니스를 보기 시작했다면 나달과 조코비치의 경기가
아마도 인생에 남을 명승부겠다.
게다가 명승부라고 하면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이긴 경기를 꼽을 확률이 높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경기들도 대부분 페더러가 이긴 경기들,
페더러가 진 것들은 너무 마음이 아파 다시 보고싶지 않다.
강의준비 하다가 너무 일하기가 싫어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내가 본 경기 중 명승부 네 편을 골라봤다.
1) 2005년 호주오픈, 페더러-사핀의 준결승
페더러의 전성기는 2004년부터 2007년, 프랑스에서 나달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지만
나머지 대회에서 그를 이길 선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 4년간 매년 3개씩 메이저 타이틀을 수집해야 했다.
실제로 2004년, 2006년, 2007년은 그렇게 했는데 문제는 2005년이었다.
준결승 상대였던 마라트 사핀이 그날 거의 크레이지 모드였던 것.
늘 제 성질을 못이겨 제풀에 무너졌던 사핀은 그날 역시 라켓을 내동댕이치는 등 성질을 부렸지만
경기만큼은 최고였다.
아쉬운 건 세트스코어 2-1로 페더러가 앞선 상황의 4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페더러가 진 거였다.
5-2로 앞섰고 서브권을 가졌을 때는 물론이고 6-5로 앞선 서브권 상황에서도 페더러는 점수를 따지 못했다.
결국 사핀은 5세트에서 페더러를 꺾고 결승에 진출, 휴이트를 3-0으로 물리치고 생애 두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는데,
페더러가 올라갔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즉 그 준결승은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2) 2008년 윔블던 결승, 나달-페더러
너무도 유명하고 인구에 많이 회자되는 이 경기는 나달이 2세트를 먼저 땄다가
비가 오고 난 뒤 페더러가 반격에 성공, 5세트까지 간다.
그 5세트에서 페더러는 결국 나달의 서비스를 한번도 브레이크시키지 못했고,
뼈아픈 패배를 당한다.
3) 2009년 US오픈 결승, 페더러-델 포트로
델 포트로는 그때가 인생의 최고 전성기였다.
준결승에서 나달이 3-0으로 졌을 때 나달 팬들은 무릎이 안좋았다고 했지만
나달 무릎이 정상이었다고 해도 델 포트로를 과연 이길 수 있었을지 의문이 간다.
아쉬웠던 순간은 페더러가 세트스코어 1-0으로 앞선 두번째 세트,
5-4로 앞서며 서브권까지 가졌기에 쉽게 두번째 세트를 따낼 수 있었지만,
40-15에서 어이없게도 그 게임을 내주면서 페더러는 다섯시간 가까운 사투를 벌여야 했고,
결국 2-3으로 지고 만다.
2009년 1월 호주에서 나달한테 지고 나서 눈물을 흘렸던 페더러는
나달이 무릎부상으로 이탈한 동안 프랑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윔블던에선 다시 왕좌에 복귀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상태였다.
US까지 이겼다면 2년만에 3관왕의 위업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델 포트로의 크레이지 모드에 막혔다.
4) 2012 호주, 조코비치-나달
2011년 조코비치는 모두 세 번의 우승과 한번의 준우승을 했는데
결승 상대는 호주오픈을 빼곤 모두 나달이었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수비와 공격의 최고수끼리 벌이는 멋진 장면이 시종 연출됐는데
조코비치가 말도 안되는 강스트로크를 때리면 나달이 말도 안되는 수비로 받아내곤 했다.
그렇게 한해를 평정한 조코비치는 2012년 들어 실력이 예전만 못해졌기에
호주오픈 하나만 달랑 우승하고 만다 (프랑스는 나달, 윔블던은 페더러, US는 머레이)
그 약화된 전력으로 나달과 싸운 조코비치는 거의 질 뻔한 경기를 뒤집어 3-2로 우승을 차지하는데
거의 사투에 가까웠고, 경기시간 역시 6시간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또한 이 경기에선 조코비치의 애인이 응원석에서 맹활약을 해서 관전의 즐거움을 더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