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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으로 세계 테니스 성지가 된 윔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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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4-26 10:31 조회3,6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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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덩굴 잎으로 엮어진 센터코트와 푸른 잔디 그리고 영국 왕실의 색인 자줏빛이 조화를 이루는 윔블던의 독특한 컬러는 전세계 테니스인의 로망이다. 1877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 크로켓 클럽(All England Lawn Tennis and Croquet Club, 이하 AELTC)에서 시작된 윔블던은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은 참가하고 싶어 하는 대회로 꼽힌다. 현역 최고의 선수들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까지 모두 윔블던 우승을 자신의 경력 중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한 것만 보아도 윔블던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동경의 대상인지 알 수 있으며 그 전통과 권위를 느낄 수 있다. 

4대 그랜드슬램의 대회 공식 명칭을 보면 윔블던의 자부심을 알 수 있다. 윔블던 창설 4년 뒤인 1881년에 US오픈이 시작되었고 프랑스오픈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1891년에 개최되었다. 호주오픈은 4대 그랜드슬램 중 가장 늦은 1905년에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각 대회 모두 국내 선수권 대회의 성격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대회 명칭 역시 지금과 동일하지 않았다. Australasian Championships으로 시작된 호주오픈의 현재 정식 명칭은 Australian Open이다. French Men’s Singles Championship으로 시작된 프랑스오픈은 1928년 롤랑가로로 대회 장소가 변경되면서 Roland Garros를 공식 대회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US오픈의 경우 National Championship Tournaments였던 명칭이 US오픈으로 변경되었다. 

테니스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영국의 윔블던 공식 명칭 역시 The Championships으로 호칭하고 있다. 유일하고 최고인 대회라는 뜻이다. 또한 영국테니스협회의 명칭 역시 국가명을 사용하지 않고 LTA(Lawn Tennis Association)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윔블던에만 있는 특이한 전통>

윔블던은 긴 역사만큼이나 독특한 전통을 자랑한다. 다른 대회에는 없는 윔블던만의 전통을 살펴보자. 

1. 변치 않는 흰색 의상의 전통

테니스 패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색상이다. 테니스하면 연상되던 흰색은 100년이 넘게 이어온 전통이었으며 테니스를 대표하는 색이었다. 그러나 흰색을 숭상하는 전통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었다. 1968년 미국 데이비스컵 선수들이 노란색 셔츠를 착용한 것을 시작으로 테니스 의상의 색상은 점차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1971년 US오픈이 흰색 복장 규정을 폐지하자 변화의 물결은 순식간에 세계 테니스계에 밀어 닥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색 의상을 고수하는 윔블던의 전통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 오랫동안 테니스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졌던 흰색 의상을 최초로 착용한 선수는 1884년 윔블던 첫 여자단식 챔피언 영국의 모드 왓슨과 준우승을 차지한 동생 릴리언 왓슨이었다. 모드 왓슨은 치렁치렁한 의상을 착용하고 테니스를 하던 여성 테니스 패션을 바꾼 장본인으로 뛰어 다니기 쉽게 다른 여성들이 착용했던 것보다 스커트의 길이를 약간 줄였는데 색상만큼은 흰색을 유지했다. 이 흰색이 잔디의 초록색과 산뜻하게 잘 어울려 잔디코트의 주조색으로 인정 받았으며 이 때부터 테니스에서 흰색 의상이라는 전통이 생겼고 그 오랜 전통이 윔블던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제 아무리 화려한 색상의 복장을 즐겨 입는 선수라도 이러한 윔블던의 전통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후 윔블던은 흰색 유니폼에 대한 규정을 조금씩 완화했는데 1963년  ‘주로 흰색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Predominantly white)’ 룰을 발표했고 1995년에는 ‘대부분 흰색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Almost entirely in white)’는 룰로 수정해 발표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에 동참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1986년까지 윔블던에서 사용된 공도 흰색이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니폼의 스폰서 로고와 옷의 끝자락 그리고 손목밴드 또는 헤어밴드와 같은 액세서리에서는 컬러를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다음과 같은 7개 금지조항은 엄연히 존재한다. 

1) 색깔 있는 두꺼운 줄 금지
2) 어둡거나 대담한 색 금지
3) 형광색 금지
4) 파스텔색 금지
5) 상의 뒷면은 모든 흰색만 가능
6) 바지나 치마는 흰색만 가능
7) 모자, 양말 그리고 신발의 윗부분을 포함한 액세서리는 대개 흰색만 가능

몇몇 여자 선수들은 드레스 코드에 속하지 않은 속바지를 컬러풀하게 입으며 개성을 뽐내지만 지난해부터 윔블던 조직위가 여자 선수들의 속옷까지 규제하면서 앞으로 선수들의 소심한 반항을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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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반드시 흰색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2. 미드 선데이(Mid Sunday)

다른 그랜드슬램과는 달리 윔블던은 2주동안의 대회기간 중 휴식일을 가진다. 미드 선데이라고 불리는 이 휴식일은 둘째 주가 시작되기 전 일요일로 이날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비가 많이 와서 경기가 지연되거나 연기되기 일쑤인 윔블던에서 휴식일을 둔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언제나 불만사항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선수들은 이를 비꼬기 위해 ‘매직 먼데이(Magic Monday)’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에는 우천으로 스케줄이 밀려 1991년, 1997년을 포함해 윔블던 역사상 세 번째로 일요일에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일요일에 판매되는 표는 일반적으로 더 저렴해 ‘팬들을 위한 날’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3. 독특한 윔블던의 시드 배정

시드(seed)란 대진상 우선적인 자리를 받는 선수를 일컫는 용어로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경기에서 상위 랭커들끼리 대회 초반에 만나지 않도록 분리시켜 놓는 역할을 한다. 일반 테니스 대회에서는 세계랭킹에 따라 시드가 배정된다.
하지만 윔블던의 시드 배정 시스템은 다른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우 특이하다. 윔블던 조직위는 1927년에 시드 제도를 도입한 이후 전통적으로 잔디 코트에서의 성적에 따라 시드를 배정해오고 있다. 이로 인해 클레이 코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톱 랭커들이 시드를 받지 못하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 스페인의 알렉스 코레차(당시 6위)와 알버트 코스타(당시 18위)를 비롯해 2001년 구스타보 쿠에르텐(당시 1위)이 윔블던의 시드 배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윔블던 시드 배정 공식
윔블던 시작 1주전 랭킹포인트 + 전년도 잔디코트 시즌에서 획득한 랭킹포인트 + 전전년도 잔디시즌에서 획득한 최고 랭킹포인트의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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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윔블던만의 독특한 공식을 따르다 보면 실제 선수들이 받는 시드는 세계랭킹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 동안 윔블던의 시드 배정에 많은 개선이 있었고 상당히 공정한 것으로 평가되면서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드나 클레이 코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도 전년도 윔블던이나 다른 잔디코트 대회에서 성적이 좋으면 높은 시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윔블던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공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TP투어 중 몇 개 안 되는 잔디코트 대회 대부분이 윔블던 직전에 영국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만의 고유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이한 점은 여자의 경우 공식에 따라 시드를 배정하지 않고 세계랭킹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드를 받지 않고 윔블던에서 우승한 선수가 있을까? 1985년 보리스 베커(독일)와 2001년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 단 두 명뿐이다. 1985년에는 16명만 시드를 받았는데 당시 베커의 랭킹은 20위였다. 이바니세비치는 2001년 당시 어깨 부상 등으로 세계랭킹이 125위였지만 이미 세 차례나 윔블던 결승에 오른 적이 있어 와일드카드를 받고 본선에 직행했다. 여자부의 경우 시드를 받지 않은 선수가 우승한 적은 없다.
 

4. 선수들은 왜 절을 할까?

윔블던에서 독특한 광경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이 입장과 퇴장 시 로열박스(Royal Box)에 있는 왕족이나 귀족에게 예를 갖추는 것이다. 윔블던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으로 지금은 대중화된 테니스가 과거에는 귀족 스포츠였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은 2003년부터 영국 여왕이나 황태자가 로열박스에 자리했을 때만 예를 갖추는 것으로 바뀌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2010년에 1977년 이후 처음으로 윔블던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경기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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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머레이와 디미트로프가 경기가 끝난 후 윌리엄 윈저 왕자와 미들턴 왕세손비가 있는 로열박스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윔블던의 상징 잔디 코트>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프랑스오픈을 제외하고 세 대회가 잔디 코트에서 열렸었다. 그 중 US오픈이 1974년 클레이로 바꾸었다가 1978년부터 지금의 하드 코트로 변경하였고 호주오픈도 1988년부터 하드 코트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윔블던은 1회 대회부터 지금까지 잔디 코트 대회를 고집하고 있다. 지금은 클레이나 하드 코트에서 대부분의 대회가 열리지만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처음 선보인 곳이 잔디이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그랜드슬램은 윔블던이 유일하다는 이유도 그 권위를 인정받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잔디 코트는 하드 코트와는 달리 잔디를 심고 키워야 하는 등 유지 및 관리가 매우 까다로워 투어대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
윔블던에서는 보다 경기에 적합한 코트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코트 전체를 라이그래스로 조성하고 있다. 라이그래스는 내마모성이 뛰어나 기후만 적합하면 테니스 코트용으로 가장 바람직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벼와 같이 포기 단위로 번식하기 때문에 한번 뽑히면 잔디가 다시 올라오기가 힘들다. 윔블던이 막바지를 향해가면 갈수록 코트 중간과 베이스라인 쪽에 맨 땅이 많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는 가장 오래되고 최고의 권위를 가진 윔블던을 위해 매년 1톤에 가까운 잔디의 씨앗을 코트에 뿌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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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조직위는 잔디보호를 위해 대회기간이 아닌 때에는 코트 출입을 금지한다 

일반적으로 잔디 코트는 하드나 클레이보다 공의 속도가 빨라 짧고 빠르게 끊어 치는 피트 샘프라스(미국), 로저 페더러 같은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잔디 코트에서 강서브는 그 어떤 전략보다 뛰어나다. 프랑스오픈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을 하지 못한 샘프라스가 윔블던에서만 7차례 우승한 이유가 바로 강력한 서브를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란 이바니세비치 역시 포핸드, 백핸드, 발리 등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서브라는 강력한 무기 하나로 윔블던 결승에 네 차례나 올랐고 2001년에는 서른 살의 나이로 우승컵을 품에 안는 영광을 맛보기도 했다.
잔디 코트는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잔디가 다양한 방향으로 눌리는데다 모래까지 있어 표면의 균일함을 잃게 돼 매우 미끄럽고 방향전환이 어렵다. 그래서 윔블던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잔디 코트에서는 최대한의 마찰을 얻기 위해 선수들은 징이 가늘고 촘촘하게 박혀있는 신발을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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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코트용 테니스화 밑창에는 징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여자 선수들의 원성을 산 윔블던>

13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 때 윔블던은 여자 선수들에게 원망의 대상이었다. 이유는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보다 상금을 더 적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상금제를 도입한 첫 해인 1968년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상금은 2천파운드였던 반면 여자 단식 우승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750파운드였다. 이후 남녀 단식 우승자들의 상금액수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지만 끝내 평등화 되지는 않았다. 반면, US오픈은 1973년에 남녀 단식 우승자에게 동일한 상금을 지급했고 호주오픈은 2001년에, 프랑스오픈은 2006년에 차례로 우승상금에 대한 남녀차별을 없앴다. 다른 그랜드슬램이 상금 평등화를 이뤘음에도 윔블던만큼은 “5세트 경기를 펼쳐야 하는 남자선수들에 비해 3세트만을 치르는 여자선수에게 같은 액수의 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를 두고 여자 선수들은 끊임없이 ‘우승 상금 평등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프로테니스협회(이하 WTA)는 '빅토리아 시대 사관에 맹종하는 집단'으로 규정하며 “21세기를 살면서 여자 선수가 더 적은 상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윔블던 조직위를 비난했다. ‘우승 상금 평등화 캠페인’을 펼친 빌리 진 킹(미국)도 “윔블던이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우승 상금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라며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샤라포바는 "여자 테니스 선수들도 요즘 남자 못지 않은 후원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랜드슬램에서 여자 경기의 TV 시청률이 남자 경기와 거의 비슷하거나 더 나을 때도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들이 여자보다 더 많은 상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여기에 2006년 당시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도 여자 테니스계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집권 노동당 당수였던 블레어 총리는 의회에서 “노동당이 남녀평등임금법안을 입안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윔블던에서 여자 단식 우승자가 남자보다 30만파운드를 적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블레어 총리는 “우승 상금 균등 지급 캠페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여자 선수들의 편에 섰다. 당시 테사 조웰 체육부 장관은 AELTC에 우승 상금 조정 권고를 골자로 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여자 선수들도 여자 경기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남자 선수 못지 않은 파워풀하고 흥미진진한 경기로 테니스 팬들을 코트로 불러 모았고 코트 밖에서는 빼어난 외모와 끼로 끊임없이 화제를 모으는 등 여자 테니스의 상품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꿈쩍도 하지 않던 윔블던은 2007년 “여자 선수들의 경기가 테니스 팬들의 흥미와 인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4대 그랜드슬램 중 가장 마지막으로 ‘남녀 우승 상금 평등화’를 선언했다. 이는 세계 여성스포츠 15대 사건 가운데 1위에 오를 만큼 테니스계뿐만 아니라 여성 단체 사이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잠잠했던 ‘남녀 상금 평등화’가 지난 2012년 윔블던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의 발단은 질 시몽(프랑스)이 “그랜드슬램 우승 상금을 남녀 선수에게 동일하게 지급된다는 것은 불평등하다. 현재 남자 테니스가 여자 테니스보다 인기가 높고 그랜드슬램에서 남자 선수가 여자보다 코트에서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WTA와 여자선수들은 거센 반발에 나섰다.

WTA는 “그랜드슬램을 포함한 테니스 대회는 사회적 진보에 맞춰 양성평등을 발전시켜왔다. 시몽이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시몽과 같은 국적의 마리온 바톨리는 “여자 선수들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승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는 “시몽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사람들은 시몽의 경기보다는 샤라포바의 경기에 더 관심 있다. 그렇다면 샤라포바에게 더 많은 상금을 줘야 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해결 된 것처럼 보였던 ‘남녀 상금 평등화’가 다시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공정성과 평등성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크게 두 가지의 논리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남자 선수들은 5세트 경기를 하고 여자 선수들은 3세트 경기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상금이 주어져야 한다. 오히려 똑 같은 상금을 주는 것이 남자 선수들에 대한 역차별이다’라며 공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는 논리는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인 능력이 다르다.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그리고 여자테니스의 수준과 상품가치도 많이 올라갔으며 여자 선수들도 우승을 하기 위해 남자 선수 못지 않은 노력을 한다’며 평등성을 주장하고 있다.

어찌보면 남녀 상금 평등화가 실현된 지 8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 상금 차별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테니스의 윔블던 도전사>

‘한국인 첫 윔블던 도전’ 이덕희 여사- 한국 테니스의 윔블던 도전 역사는 35년전인 1980년 한국 최초의 프로 테니스 선수 이덕희 여사에 의해 시작됐다.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테니스사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덕희 여사는 1979년 본격적으로 세계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이에 앞서 그녀는 1972년 호주오픈에 참가해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1회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역시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본선 승리도 기록했다. 1980년 이덕희 여사는 한국 선수 최초로 한 해에 4대 그랜드슬램에 모두 참가했다. 윔블던에서는 부전승으로 1회전을 통과했지만 2회전에서 렐레 포루드(미국)에게 4-6 1-6으로 패했다. 이듬해 그녀는 US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16강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꾸준히 그랜드슬램에 도전한 이덕희 여사는 1983년 만 30세의 나이로 결혼과 함께 정든 코트를 떠났다.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 전미라- 1994년 전미라가 윔블던 주니어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후에 ‘테니스 여왕’에 오르는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에게 패해 우승을 놓쳤지만 이는 한국 테니스가 그랜드슬램 주니어에서 거둔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남게 됐다. 아쉽게도 전미라는 성인 선수로는 윔블던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12년만의 윔블던 도전’ 박성희- 1995년과 1996년 한국 여자 테니스 간판 박성희(당시 삼성물산)가 이덕희 여사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한 해에 4대 그랜드슬램 본선에 모두 진출했다. 윔블던에서는 두 차례 모두 2회전에 진출했지만 마지막 무대였던 1998년에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윔블던 32강’ 이형택- 1990년대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2000년대에는 남자 선수들이 한국 테니스를 이끌었다. 2000년 US오픈에서 이덕희 여사 이후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16강에 오른 이형택(당시 삼성증권)은 2001년에 처음 윔블던 본선 무대에 섰고 2007년에는 32강에 올랐다.  

윤용일과 조윤정의 도전- 2000년 윔블던에 처음 도전한 윤용일(당시 삼성증권)은 예선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2001년에는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르는 기쁨을 맛 봤다. 현재 정현(삼성증권 후원)의 코치를 맡고 있는 윤용일은 지도자로서 다시 한 번 잔디코트를 밟게 됐다. 1998년 복식을 통해 윔블던에 데뷔한 조윤정(당시 삼성증권)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단식 예선에 참가했지만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2003년 드디어 본선 무대를 밟은 조윤정은 2회전에 오르며 자신의 첫 윔블던 승리를 기록했다. 2005년에 다시 한 번 2회전에 올랐지만 3회전 진출에 실패하며 자신의 윔블던 무대를 마무리했다.    

‘기대주에서 에이스로’ 정현(삼성증권 후원)- 2013년 주니어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정현이 어느덧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로 성장해 올해 윔블던 데뷔전을 치렀다. 정현이 그랜드슬램 본선에 직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한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본선에 참가한 것은 2008년 US오픈의 이형택 이후 무려 7년만이어서 한국 테니스 팬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정현은 1회전에서 3시간 10분의 혈투 끝에 아쉽게 패했다. 정현은 “승패를 떠나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자고 마음 먹었지만 앞서가던 경기를 져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 “큰 대회에 임한 만큼 배운 점도 많았다. 앞으로 그랜드슬램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윔블던이 세계 최고의 테니스 대회로 평가 받는 이유는 최고의 대회를 만들기 위한 AELTC와 영국테니스협회가 1회 대회부터 이어 내려온 역사를 고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지나친 전통보수주의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어쩌면 13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게 된 원동력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1993년과 1997년에 이어 세 번의 도전 끝에 1998년 윔블던을 제패한 야나 노보트나(체코)의 말을 남기고자 한다.
"윔블던 우승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내가 왜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윔블던 우승만이 말해준다. 꿈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역대 최고 윔블던 명승부>

1.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경기
2008년 남자 단식 결승 라파엘 나달(스페인) vs 로저 페더러(스위스)

2008년 6월 6일 오후 2시 35분, 남자 단식 결승이 열린 윔블던 센터코트에 두 명의 남자가 등장했다. 한 명은 2003년부터 5년 연속 대회 우승을 차지한 ‘테니스 황제’ 페더러였다. 페더러는 2006년부터 2년 연속 결승에서 나달과 맞붙어 모두 승리한터라 그의 우세가 예상됐다. 다른 한 명은 ‘클레이 황제’ 나달이었다. 나달은 윔블던 직전에 열린 프랑스오픈에서 페더러를 꺾고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윔블던에서만큼은 페더러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는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나달은 1, 2세트를 각각 6-4로 따내면서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예고했다. 하지만 3, 4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나달은 챔피언십 포인트를 잡고도 페더러의 회심의 패싱샷에 연달아 당하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 세트 게임스코어 8-7에서 나달은 자신의 서브 앤 발리와 페더러의 포핸드와 백핸드 미스를 유도하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는 두 차례의 비로 인해 중단된 시간까지 포함하면 무려 8시간이 걸린 대접전이었다. 실제 경기시간은 4시간 48분으로 이는 역대 윔블던 결승 최장 시간이었다. 나달은 이 우승으로 비외른 보리(스웨덴) 이후 28년 만에 같은 해에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동시 석권하는 기쁨을 누렸고 페더러의 잔디코트 66연승과 윔블던 41연승을 저지했다.

당시 이 경기를 해설한 존 매켄로(미국)는 “내가 본 최고의 경기다”라고 말했고 미국 스포츠 매거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 경기를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으며 표지로 장식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테니스를 표지로 장식한 것은 창간 54년 만에 이 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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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나달과 페더러의 윔블던 결승은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2. 역대 최장 시간 대회
2010년 남자 단식 1회전 존 이스너(미국) vs 니콜라스 마휘(프랑스)

2010년 6월 22일 18번코트에서 이스너와 마휘의 1회전 경기가 시작됐다. 당시 세계 19위 이스너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두 선수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세트스코어 2-2 상황에서 일몰로 경기가 중단 돼 승부를 미룬 두 선수는 다음날 이어진 5세트에서도 59-59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또 다음날로 승부를 미뤘고 사흘이 지나서야 이스너가 5세트를 70-68로 승리하며 2박 3일간의 대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는 총 11시간 5분이 걸렸고 특히 5세트만 8시간 11분이 소요됐다. 이처럼 경기가 사흘에 걸쳐 열린 이유는 US오픈을 제외한 세 개의 그랜드슬램이 마지막 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윔블던은 야외코트에 조명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해가 지면 다음날로 경기가 연기된다.
이 경기는 긴 시간만큼이나 무수한 기록들이 쏟아졌다. 종전 한 경기 최다 에이스 78개를 두 선수(이스너 113개, 마휘 103개) 모두 뛰어넘었고 종전 단일 경기 최장 게임 수(112->183)와 5세트 최장 게임 수(40->138) 역시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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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이스너와 마휘는 2박 3일간의 대혈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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