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로맨티스트 원핸드 백핸드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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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1-23 11:15 조회3,180회 댓글0건본문
최근 세계 테니스의 흐름도 ‘한손’보다는 ‘두손’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투핸드 백핸드가 최근의 게임 흐름에 더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과거보다 훨씬 파워와 스핀이 많이 실리는 스트로크 대결에서 아무래도 안정성에서 더 뛰어난 투핸드가 더 낫다는 겁니다.
원핸드 백핸드는 약점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서브 리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톱스핀을 잔뜩 섞은 서브를 백핸드 쪽으로 꽂아넣을 때 어깨 높이 이상으로 튀어 오르는 공을 한 손으로 받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두 손으로 라켓을 부여잡고 힘껏 눌러쳐야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죠.
페더러가 나달만 만나면 작아지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왼손잡이 나달의 톱스핀 포핸드는 페더러의 백핸드 쪽으로 높게 타점이 형성되는데, 한손 백핸드를 갖고 있는 페더러가 이를 맞대응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만약 페더러가 양손 백핸드를 갖고 있다면?’이란 상상을 해보지만 글쎄요, 양손 백핸드를 사용하는 페더러는 페더러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원핸드 백핸드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다양성(Variety)입니다. 즉 게임 운영을 다양하게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선수들은 네트 게임(net game)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라켓 손잡이를 잡는 그립의 특성상 원핸드는 발리로 빠르게 전환이 가능하지만, 투핸드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최근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브 앤 발리 전술을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선수들은 대부분 예외없이 한손 백핸드의 소유자들입니다. 또 원핸드 백핸드는 전매특허인 슬라이스 샷이 있는데, 상대편 코트에 공을 짧게 떨어뜨리는 ‘유인구’로 재미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의 달인은 역시 ‘황제’ 페더러입니다.
이 같은 장점들 때문에 초창기 테니스는 원핸드 백핸드가 대세였습니다. 대부분 선수들이 서브와 동시에 네트 플레이를 펼치는 과거의 경기 스타일을 감안하면 당연합니다. 당시는 그라운드 스트로크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고 네트 앞으로 뛰쳐나가 발리로 끝내는 것이 포인트의 정석이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결정적인 반기를 든 젊은 스타가 등장했는데 그 유명한 스웨덴의 비욘 보리입니다. 보리는 1970~80년대 초까지 투핸드 백핸드를 고집해서 윔블던과 프랑스오픈을 5번 연속 우승하는 위업을 달성했는데, 이때부터 투핸드 백핸드의 위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양손 백핸드 선수들이 투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그래도 1990년대까지는 원핸드 백핸드 선수들의 성공 비율이 높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피트 샘프러스입니다. 사실 샘프러스는 14살까지는 두손 백핸드를 사용했는데 원핸드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샘프러스는 한손을 바탕으로 강력한 ‘서브 앤 발리’ 전술을 사용해 메이저대회 14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죠. 샘프러스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페더러도 한손 백핸드로 현대테니스의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웠습니다. 아마도 원핸드의 마지막 융성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페더러 이후 원핸드 백핸드는 눈에 띄게 쇠퇴하고 있습니다. 나달과 조코비치, 앤디 머리로 대표되는 ‘파워 베이스라이너’들의 등장은 테니스의 게임 양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들은 강하고 안정적인 투핸드 백핸드를 바탕으로 코트를 지배했습니다. 두 손이 한손을 압도하는 현상, 지금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듯 합니다.
여자는 더욱 쏠림 현상이 심합니다. 한손 백핸드는 벨기에의 쥐스틴 에넹이 은퇴한 이후 사실상 소멸된 기술이 됐습니다. 에넹의 백핸드는 정말 완벽해서, 존 매켄로가 “아마도 남녀 통틀어서 에넹의 백핸드가 최고일 것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죠.
테니스 잡지의 한 칼럼에서 현재 미국에서 세계 톱랭커가 사라진 이유는 현재 미국 선수들이 전부 투핸드 백핸더만 있기 때문이기에 미국이 다시 세계 테니스계를 호령하려면 프로선수들이 원핸드 백핸드로 바꾸어야 한다는 칼럼리스트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원핸드 백핸드와 투핸드 백핸드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핸드의 특징은 파워, 안정성이 주된 장점이고 와이드 쪽으로 빠지는 볼에 리치가 원핸드에 비해 짧다는 점, 그리고 스윙이 단조롭다는 점(ex. 투핸드로 슬라이스를 치기 어려움)이 단점입니다.
원핸드의 장단점은 당연히 위에서 언급한 투핸드의 특징의 반대가 될 것입니다. 원핸드는 와이드 사이드 쪽으로 빠지는 볼에 한 스텝정도를 세이브할 수 있습니다.
투핸더는 양손으로 그립을 쥐고 있기 때문에 라켓이 원핸드보다 상대적으로 몸쪽에 더 가까이 붙어있게 됩니다. 그래서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을 치려면 백핸드보다 한 발짝 더 가서 치거나 원헨드를 겸하여 플레이를 하여햐 합니다.
원핸드의 또 하나의 장점은 다양성입니다. 톱스핀, 플랫, 슬라이스 등의 샷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nasty한 샷을 마구 날릴 수가 있습니다.
원핸더는 투핸더보다 발리를 잘합니다. 유명한 발리 엔 서버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 입니다..
그들은 거의 모두 원핸더들입니다. 특히 발리로 거의 승부를 결정하는 복식 선수들도 원핸더들입니다.(브라이언 브라더스 참조).
왜냐하면 원핸드는 어프로치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테니스가 어프로치 없이 그냥 베이스라인 플레이 위주로 하는 것도 투핸더들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원핸드 백핸드를 선호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듯이 원핸드는 예술적입니다. 잘 친 원핸드는 정말 보는 이를 하여금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또한 동호인들의 경기가 대부분 복식 경기이기에 어프로치와 발리가 중요한 복식 게임에는 원헨드 백헨드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원핸드 백핸드는 직접 배워서 연습하지 않으면 습득하기가 정말 어려운 스윙입니다.
그래서 테니스를 제대로 배웠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알려면 백핸드를 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원핸드 백핸드의 단점은 배우기가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포핸드와는 달리 백핸드는 한번 제대로 습득하고나면 기복이 없이 꾸준히 구사할 수 있는 스윙이기도 합니다.
흔히들 원핸드 백핸더는 높은 볼에 약하다고 합니다(반면에 투핸더는 낮은 볼에 약함).
그걸 모를 리 없는 프로들이 얼마나 페더러나 에넹에게 백핸드 쪽 높은 볼을 많이 보냈을까요?
원핸드 백핸드의 달인들에게는 그것이 문제되지 않습니다. 투핸드가 가뜩이나 원핸드보다 한발 느린데 세계에서 제일 빠른 테니스 선수 중 하나인 페더러를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페더러와의 상대전적이 앞서 있는 죠코비치나 나달도 순수한 스트록 대결로는 페더러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보통 선수들은 받아내기 힘든 페더러의 위닝샷을 엄청난 스피드와 지구력, 그리고 볼에 대한집착력으로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그것도 페더러의 전성기시절에는 클레이코트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어깨너머로 볼을 노려보며 그들처럼 나의 원핸드 백핸드 샷을 멋지게 날리는 상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