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의 최고 시즌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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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1-06 11:48 조회2,0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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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스위스)는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남자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17회), 최장 세계 1위(302주), 최장 연속 세계 1위(237주) 등 그가 세계 테니스사에 이룬 업적은 수도 없이 많다. 또한 코트 안팎에서의 모범적인 행동은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테니스 황제’ 페더러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시즌은 언제일까? 유명 테니스 분석가 크렉 오샤네시는 1991년부터 연말 세계 1위 선수들의 서비스 게임 승률, 첫 서브 리턴 득점률 그리고 브레이크 방어율 등의 압박 상황 포인트를 분석한 결과 페더러의 최고 전성기는 그가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2004년’이라고 밝혔다.
페더러는 2004년 역대 연말 세계 1위 선수 중 가장 높은 서비스 게임 승률 91.6%를 기록했다. 이는 자신의 커리어 최고 기록이기도 하며 한 시즌 최다 우승(12회)을 기록한 2006년 때보다 높다. 사실 페더러의 서비스 게임 승률이 가장 높았던 시즌은 지난해(91.9%)였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역대 연말 세계 1위 서비스 게임 승률 톱5
연도별 페더러의 서비스 게임 승률
페더러는 첫 서비스 리턴 득점률 역시 2004년 시즌에 가장 높은 34.8%를 기록했다. 그는 2006년에 다시 한 번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조코비치가 2011년에 수립한 35.7%와 불과 0.9%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또 역대 최고 리시버로 꼽히는 라파엘 나달(스페인), 레이튼 휴이트(호주), 안드레 애거시, 짐 쿠리어(이상 미국)의 기록보다 앞서고 조코비치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던 2014년의 32.8%와 2015년의 33.6%의 기록을 뛰어넘는다.
역대 연말 세계 1위 첫 서브 리턴 득점률 톱5
연도별 페더러의 첫 서브 리턴 득점률
테니스 선수는 크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았을 때,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을 때, 타이브레이크, 디사이딩 세트(Deciding Sets, 세트 스코어 1-1 또는 2-2에서 치르는 마지막 세트)에서 가장 큰 압박을 받는다. 위 네 가지 상황에서의 포인트를 합산하는 것이 압박 상황 포인트다.
페더러는 2006년에 275.2를 기록해 역대 세계 연말 1위 선수 중 두 번째이자 자신의 최고 점수를 기록했고 2004년에 역대 세 번째 포인트를 작성했다.
연도별 페더러의 압박 상황 포인트
브레이크 포인트 방어율과 타이브레이크 승률만 놓고 보면 페더러가 2004년에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의 경우 자신에게 서브권이 있어 첫 서브는 물론 두 번째 서브까지 완벽한 페더러에게 큰 압박 상황은 아닐 수 있다. 단,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내줄 수 있는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면 아무리 페더러라 할지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페더러는 2004년에 역대 가장 높은 브레이크 방어율 72.6%를 기록했다. 이는 페더러 자신의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또 타이브레이크는 7점으로 승부를 가르기 때문에 강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페더러는 2004년에 커리어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80%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연말 세계 1위 선수 중 가장 높은 승률이다.
이상 살펴본 것과 같이 오샤네시는 서비스 게임 승률, 첫 서비스 리턴 득점률, 브레이크 포인트 방어율, 타이브레이크 승률을 토대로 2004년이 페더러의 베스트 시즌이라고 결론지었다.
혹자는 이에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우승 횟수와 승률을 봤을 때 페더러는 2004년 보다 2006년에 더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물론 2004년은 페더러에게 기념비적인 시즌이었다. 2월 2일 앤디 로딕(미국)을 밀어내고 최장 연속 세계 1위의 첫걸음을 내디뎠고 4대 그랜드슬램 중 3개(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를 포함 총 11차례 정상에 올랐다. 승률은 92.5%(74승 6패)였다.
2006년에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인 12회를 기록했고 승률도 2004년보다 높은 94.8%(92승 5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4년과 2006년에 페더러의 주변 상황을 보면 2004년이 왜 최고의시즌이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2003년으로 잠깐 돌아가면 당시 로딕,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 레이튼 휴이트(호주) 등 페더러에게 경쟁자들이 수두룩했다.
페더러는 중요한 길목에서 이들에게 번번이 패했는데 특히 날반디안에게는 4차례 대결 중 3패를 당했다.
하지만 2004년 호주오픈에서 휴이트, 날반디안,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 여기에 마라트 사핀(러시아)까지 차례로 꺾고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반면, 2006년 시즌은 절정의 기량으로 적수가 없는 페더러의 독주 무대였고 클레이코트에서만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새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었다.
페더러가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그는 아직도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가 걸림돌이 되어 보인다. 지난해 6월 자신의 이름을 가장 빛냈던 윔블던에서 4강 탈락한 후 부상 등의 이유로 우승 트로피 하나 없이 지난 시즌을 접었다. 페더러가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빈손으로 시즌을 마친 것은 2000년 이후 16년 만이다.
또 페더러는 지난해 11월 7일에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6위로 떨어졌다. 그가 톱10 밖으로 밀려난 것은 2002년 10월 7일 13위 이후 약 14년 1개월 만이었다.
이제 페더러에게 2004년만큼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코트에서 그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에게는 큰 영광과 기쁨이 아닐까? 페더러는 세계 팬들 마음속의 영원한 ‘테니스 황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