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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치치 바로니의 화려한 컴백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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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4-05 10:56 조회1,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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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4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 호주오픈 여자 단식 8강을 승리로 마친 한 선수가 인터뷰 도중 감격에 겨운 나머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지금까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언젠가 모두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으로 인해 그 동안 안 좋았던 모든 시간이 괜찮아진 것 같다.”

 
35살 생일을 한 달여 앞둔 그 날, 어린 시절 함께 했던 동료들이 대부분 이미 은퇴한 그 순간에도 그녀는 여전히 코트에서 싸우고 있었다. 18년 만에 그랜드슬램 4강 무대로 돌아온 추억의 스타, 미르야나 류치치 바로니(크로아티아). 금발의 긴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겁 없이 코트를 주름잡던 16세의 그녀는 이제 베테랑이 되어 화려하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불굴의 의지로 다시 한번 테니스 인생에 불을 지핀 류치치 바로니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보자.
 
#혜성같이 나타난 차세대 스타의 등장
1997년 4월, 15살이 된지 한 달도 안된 시점 프로로 전향한 류치치는(훗날 결혼 후 남편의 성인 ‘바로니’를 더함) 프로 데뷔전인 자국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오픈에서 거침없는 플레이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테니스 사상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첫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된 이 날의 사건으로 류치치 바로니는 제니퍼 카프리아티(미국), 힝기스와 함께 10대 중반의 나이에 화려하게 등장해 WTA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주목 받게 된다.
 
같은 해 스트라스부르오픈 결승에 올라 테니스 여제 그라프에 전혀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1998년 호주오픈 복식에서는 프로 데뷔 후 처음 참가한 복식무대라는 점이 무색할 만큼의 노련한 실력을 선보이며 파트너인 힝기스와 함께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 출전한 단식 대회에 이어 복식 대회까지 우승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이어간 그녀는 1999년 세계 52위로 출전한 윔블던에서 4강에 진출하는 파죽지세를 이어갔고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그녀의 등장에 온 테니스계는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찬란한 앞길에 추호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그 순간, US오픈을 하루 앞둔 1998년 8월 28일, 16세 류치치 바로니는 충격적인 고백과 함께 전 테니스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사, 탈출의 시작
크로아티아 지역 신문을 통해 공개한 류치치 바로니의 고백은 뜻밖의 내용이었다. 자신의 코치이자 아버지인 마린코가 지난 10여년간 자신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했으며 어머니와 언니인 안나 역시 끊임없는 폭행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특히, 자식의 성공에 목숨을 걸 정도로 집착했던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을 일삼았고 매일 연습 후 맞아 코피를 흘리기 일쑤였으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김없이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충격적인 폭로를 이어갔다.
 
또한 아버지와 자신의 삼촌이 자신의 상금을 일부 가로채는 등 경제적으로도 피폐한 삶을 이어갔음을 고백했다. 더 이상 참기 힘든 고통과 앞으로 더 위험해질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 류치치 바로니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세 명의 여동생은 1999년 US오픈을 하루 앞두고 아버지를 상대로 법원에 접근 금지령을 요청하는 등 자신의 어두운 가정사를 전 세계에 공개하고 말았다.
 
오랜 세월 견뎌낸 어둠의 시기에도 결국 용기를 냈던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적이었던 1999년 윔블던이었는데 4강에서 그라프에 역전패를 당한 직후 또 다시 아버지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게 되었고 이때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시점이 왔음을 직시했다고 한다.
 
세계 1위, 모든 대회에서의 우승 외엔 그 어떤 결과도 용납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욕심이 결국 불행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한편, 이튿날 또 다른 크로아티아 신문을 통해 반박기사를 낸 류치치의 아버지이자 전 10종 경기 선수였던 마린코는 단 한 번도 필요 이상의 폭행을 가한 적이 없었으며 때때로 뺨을 때린 것은 그녀의 행동을 바로 잡기 위한 교육적인 목적이었고 그녀의 상금에도 손을 대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익명의 사업가가 자신의 딸에게 접근해 돈을 가로채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류치치 바로니는 이 모든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자신의 경기에 아버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법적인 제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날의 폭로로 인해 파국으로 치달은 류치치 바로니 가족의 가정사는 결국 이후 그녀의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창창했던 그녀의 테니스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과거의 영광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
16세의 나이에 혜성같이 등장해 세계 32위까지 올랐던 류치치 바로니는 얼룩진 가정사로 인한 심리적 붕괴로 테니스 실력 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라우마로 인한 외적 장애를 진단받은 후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게 된 그녀는 이후 참가하는 대회마다 초반 탈락하기 일쑤였고 2003년 후반까지 간헐적으로 투어 대회에 출전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한 가운데 투어를 잠정적으로 떠나기로 결정하고 만다.
 
심리 치료에 집중하며 테니스로부터 잠시 떠난 류치치 바로니는 이후 컴백을 시도하였으나 테니스 외적인 문제로 인해 벽에 부딪히고 만다.
 
오랜 시간 일을 하지 않으면서 재정이 바닥난 그녀는 프로 테니스의 특성상 대회 출전을 위해 장기 여행을 갈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고 이동 경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가운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단 6개의 대회에 만 출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그녀의 컴백 시도에 2007년 BNP파리바오픈과 BNL이탈리아인터내셔널 주최측에서 와일드카드를 부여하며 손을 내밀었고 두 대회에서 2회전에 진출해 세계 44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역시 재정적인 문제에 직면하며 현실을 직시하게 된 그녀는 생계를 위해 상금은 적지만 초반 탈락 위험이 더 적은 서키트에 주로 참가하면서 재기를 위한 발판을 다져갔다.
 
2009년 시즌 첫 대회인 뉴질랜드의 ASB클래식에서 와일드카드를 받은 류치치는 2년 만에 출전한 투어 대회에서 1회전 탈락의 쓴 잔을 마셨으나 포기하지 않고 서키트에 꾸준히 출전하였고 결국 2010년 4월 총상금 2만5천달러 규모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꺼지지 않는 희망을 이어가게 되었다.
 
이후 투어급 대회인 버밍엄 대회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 3회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고 7월에 열린 윔블던에서는 예선 3경기를 이기고 본선에 올라 센터코트에서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를 마주하며 8년 만에 그랜드슬램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같은 해 US오픈에서 역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류치치는 1회전에서 알리시아 몰릭(호주)을 꺾고 8년 만에 그랜드슬램 본선 승리를 맛보았고 2010년 연말랭킹 105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컴백을 예고했다.
 
2011년 스트라스부르오픈에서는 10년 만에 투어 8강에 진출하였고 같은 해 12월에는 1999년 이후 제2의 고향이 된 미국 플로리다의 사라소타에서 만난 셰프 다니엘 바로니와 결혼에 골인해 이름을 미르야나 류치치 바로니로 개명하였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레스토랑 운영에도 손수 나선 류치치는 라켓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으면서 2012년 윔블던 3회전에 진출하는 등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100위권 초반에 이름을 올리며 테니스 무대에서 생존했다.
 
#화려한 컴백
2014년 31살의 나이에 꾸준히 테니스를 이어온 류치치는 예상치 못한 순간 한 방을 터트리며 뒤늦게 테니스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해 US오픈 1회전에서 당시 25번 시드이자 떠오르는 신예였던 가르비네 무구루자(스페인)를 이겼고 3회전에서 당시 2번시드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을 꺾으며 US오픈에서 자신의 커리어 사상 최고의 기록을 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US오픈 직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뱅크인터내셔널에서 무려 16년 만에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맞이했다. 1998년 크로아티아 대회 이후 16년 4개월 만에 이룬 우승이었는데 이 기록은 WTA 역사상 대회를 다시 우승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기간으로 남아있다.
 
세계 61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15년 만에 톱100에 이름을 올린 류치치는 팬들과 기자단의 투표를 통해 그해 ‘올해의 컴백 선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컴백을 공표하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 보다 더 화려한 컴백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올해 호주오픈이 그 무대였다. 2015년과 2016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류치치는 올해 호주오픈을 세계 79위로 출전했다.
 
1회전에서 끼앙 왕(중국)에게 승리를 거두고 오른 2회전 상대는 그랜드슬램 우승후보로 늘 거론되던 아그니에쉬카 라드반스카(폴란드)였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정교한 파워 스트로크로 라드반스카를 압도한 류치치는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기세를 몰아 다음 두 경기 마저 승리로 이끌며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호주오픈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후 감격해하는 류치치 바로니.
 
8강에서 만난 상대는 전년도 US오픈 준우승자이자 호주오픈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 난타전이 이어지며 3세트까지 치달은 접전이 이어진 가운데 허벅지에 두꺼운 테이핑을 한 류치치가 결국 지지 않을까 모두가 예상했던 찰나 류치치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마치 지금까지의 고생을 한번에 보상받겠다는 심리마냥 회심의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세트 5-4로 앞선 엔드 체인지 때 류치치는 가방 속에 있던 묵주를 꺼내 목에 걸고 코트에 들어섰다. 천주교 신자인 그녀에게서 이 순간만큼은 신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절실함이 느껴졌다.
 
결국 침착하게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진행했고 플리스코바의 포핸드 실수로 마무리되며 1999년 윔블던 이후 18년 만에 그랜드슬램 4강에 진출, 신데렐라 스토리의 정점을 찍게 되었다.
 
세상에 갓 발을 들인 앳된 16살 이후 18년이 지나 은퇴를 앞둔 34살에 다시 밟게 된 무대. 이보다 더 값지고 화려한 컴백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호주오픈 이후 커리어 최고 랭킹인 29위에 오르며 하루 하루를 즐기고 있는 류치치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불굴의 아이콘
류치치는 호주오픈에서의 성공을 통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두웠던 가정사와 과거의 영광 그리고 뒤늦게 얻은 성공 등 매력적인 스토리로 연일 대서 특필됐으나 사실 그녀의 과거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부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려 6년 가까이 지속된 공백기, 대회에 가끔 출전했지만 나름 공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그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알려진 바가 없는데 이는 인내의 시간 동안 그녀가 정한 자신만의 가치관 때문이다.
 
호주오픈 16강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 내가 얘기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모두 털어놓겠지만 지금은 그 날이 아닌 것 같다. 내가 겪었던 부상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내가 책을 낼 것이냐 묻곤 하는데 이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다. 가끔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기사를 통해 나의 여러 이야기들이 알려지지만 이는 대부분이 추측이고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안 좋은 일은 내 가슴에 묻고 그것에 집중하지 않고 싶다. 그냥 역경을 이겨낸 파이터이자 모든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해 인내한 사람이라고 알려지고 싶다.”
 
호주오픈 8강에서 승리를 거둔 후 공식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는 류치치 바로니.
 
이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가 언젠가 자신의 자서전을 낸다면 우리가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그 이상의 내용을 더 깊숙이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녀의 놀라운 업적과 집중력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류치치 바로니는 자신의 성공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않고 자기 자신이 그리는 꿈을 증명할 실력이 늘 자신 안에 있다고 믿고 노력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꿈을 놓지 않고 나아간 그녀의 정신에 경의를 보내며 그녀가 원하듯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불굴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메인_32.jpg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 진출을 확정지은 후 환호하는 바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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