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새 여제, 시드 없이 우승한 오스타펜코 윔블던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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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6-12 11:34 조회2,068회 댓글0건본문
테니스에선 종종 상위 랭커가 하위 랭커에게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일어나곤 한다. 그럼에도 시드 없는 선수가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선 도박사들도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비시드 선수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건 1933년 마거릿 스크리븐(영국)이 가장 최근이기 때문이다.
올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는 강력한 우승후보 세리나 윌리엄스(2위·미국)가 임신으로 불참하고 ‘슈퍼스타’ 마리야 샤라포바(178위·러시아)가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가르비녜 무구루사(5위·스페인)마저 16강에서 탈락하며 이변이 속출했다.
강자들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 10일(현지시간) 프랑스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약 452억원) 여자단식 결승에선 시모나 할레프(4위·루마니아)와 20세 신예 옐레나 오스타펜코(47위·라트비아)가 맞붙었다. 그리고 오스타펜코는 할레프를 2-1(4-6 6-4 6-3)로 꺾고 비시드 선수로서 84년 만에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경기 전까진 이변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할레프에게 한 표를 던졌다. 8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시드 선수의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할레프는 2014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경험이 있었다.
1세트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의 예상이 들어맞는 듯했다. 오스타펜코는 4-4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했고 1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도 오스타펜코는 0-3으로 끌려갔다.
이후 드라마가 펼쳐졌다. 오스타펜코는 할레프를 순식간에 몰아치며 6-4로 경기를 뒤집고 2세트를 가져왔다. 마지막 3세트에서는 할레프의 라인을 노리는 날카로운 리턴으로 6-3으로 승리했다. 서브 에이스에서도 3-0으로 앞서며 경기를 가져왔다.
이로써 오스타펜코는 80년 넘게 이어져 오던 비시드 선수의 무승 기록을 깬 것은 물론 라트비아 출신의 첫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오스타펜코는 우승 후 “이렇게 큰 경기에서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우승한 걸 믿을 수 없다”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그들과 경쟁해 멋진 경기를 한 것이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잔디 코트를 좋아한다. 윔블던이 기다려진다.” ‘롤랑가로스 여제’로 등극한 옐레나 오스타펜코(20·라트비아·47위)는 이렇게 의욕을 다졌다.
프랑스오픈의 클레이코트와 윔블던의 잔디 코트는 정반대 특성을 지녔다. 하드, 클레이, 잔디 등 세 종류의 코트 가운데 공이 바닥에 닿은 뒤 속도가 가장 많이 느려지는 게 클레이코트,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게 잔디 코트다. 따라서 특유의 강타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오스타펜코에게 더 어울리는 게 잔디 코트라고 볼 수 있다.
오스타펜코를 우승까지 이끈 원동력은 초강력 스트로크다. 남녀 출전자를 통틀어 포핸드의 샷 평균 속도 4위다. 시속 122㎞는 남자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리(영국)의 117㎞를 넘는다. 더욱이 오스타펜코는 젊은 패기를 앞세워 완급 조절 없이 1세트부터 3세트까지 공격 일변도로 붙었다. 할레프와의 결승 공격 성공에서는 54-8로 압도했다. 도박을 걸듯 엄청난 샷을 쉴 새 없이 라인에 바짝 붙여 날렸다.
오스타펜코는 부모로부터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예브게니스 오스타펜코는 우크라이나 프로축구팀 골키퍼, 어머니 옐레나 야코플레바는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어릴 때는 볼룸댄스를 배우기도 했다. 그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하루에 한 번쯤 볼룸댄스를 익힌다. 풋워크에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삼바를 즐기는 오스타펜코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12위까지 꿰차게 됐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우승조차 없던 ‘무명’의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건 1997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우승자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 이후 처음이다. 라트비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랑스오픈 우승에 이어 시드를 받지 않은 선수로 1933년 마거릿 스크리븐(영국) 이후 84년 만의 우승, 역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우승자 최저 랭킹(47위)이라는 기록까지 새로 썼다.
그러나 3년 전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데서 보듯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반면 1978년 비르지니아 루지치 이후 루마니아 선수로는 첫 프랑스 오픈에 도전했던 할레프는 1세트 리드에도 집중력 부재로 역전패를 당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