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되돌린 페더러 ‘윔블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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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7-18 12:02 조회1,478회 댓글0건본문
2003년 22세의 스위스 출신 청년이 처음으로 윔블던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 경이로운 역사의 시작이라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7년에 청년은 30대 중반이 돼 부인과 4명의 자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애 8번째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다. 테니스 선수로는 일찌감치 은퇴할 나이에 또다른 전성기를 쓰고 있는 그의 위대함에 전세계 스포츠팬들은 환희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는 바로 테니스계의 영원한 ‘황제’ 로저 페더러(36)다.
페더러는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29·크로아티아)를 3대 0(6-3 6-1 6-4)으로 가볍게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페더러는 경기 내내 칠리치를 압도하며 1시간 41분 만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페더러는 개인 통산 19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8번째 윔블던 우승을 기록했다. 피트 샘프러스(미국), 윌리엄 렌셔(영국)와 7회 우승으로 공동선두였던 페더러는 윔블던 최다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1976년 비외른 보리(스웨덴) 이후 41년 만에 무실세트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썼다. 만 35세 11개월에 우승을 거둔 페더러는 종전 최고령 우승이었던 1975년 아서 애시(미국)의 만 31세 11개월을 갈아치웠다.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 제패 이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는 적지않은 나이에 테니스 선수로는 치명적인 무릎수술을 받아 “사실상 페더러는 끝났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또 2010년대 들어 노박 조코비치(30·세르비아), 앤디 머레이(30·영국) 등 차세대 주자들의 급부상은 페더러의 입지를 좁혔다.
하지만 페더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변화를 모색했다. 2000년대 최전성기 시절 페더러는 코치 없이 대회에 나설 정도였다. 본인만의 플레이스타일을 고수했다. 그러나 강력한 포핸드 공격 중심의 플레이스타일은 나이가 들면서 체력 부담 및 부상 위험으로 돌아왔다.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첫 번째 변화를 모색한 것이 코치 선임이었다.
2014년 서브를 한 후 치고 나가 발리로 상대 공격을 막는 ‘서브 앤 발리’의 명수이자 전 세계랭킹 1위인 스테판 에드베리를 초빙, 이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지난해에는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던 이반 류비치치를 코치로 선임, 원핸드 백핸드를 더욱 발전시켰다.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 치는 플레이 스타일도 터득했다.
86 서울아시안게임 4관왕인 유진선 의정부시청 테니스팀 감독은 17일 “페더러가 앞쪽에서 한 템포 빠른 리턴샷을 치면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체력도 아끼고 상대에게는 제대로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현명한 플레이”라고 분석했다.
라켓도 바꿨다. 과거 작은 넓이의 헤드를 가진 라켓을 써온 페더러는 큰 헤드의 라켓으로 변화를 줬다. 헤드 넓이 97제곱인치, 무게 340g인 라켓으로 서브엔 더욱 힘이 붙었고 상대 리턴을 무력화한 후 경기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철저한 부상관리와 ‘선택과 집중’도 제2의 전성기를 연 비결이다. 지난해 윔블던 4강까지 진출했지만 고질적 무릎 부상의 후유증을 걱정한 페더러는 아예 남은 대회를 모두 쉬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이후 완벽한 몸으로 올 시즌 코트에 복귀,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오픈에서 라이벌이자 친구인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을 꺾고 5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했다.
윔블던 대회를 앞두고 또다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 오픈 참가도 포기했다. 코트 특성상 랠리가 길어져 부상 위험과 체력적 부담이 큰 클레이코트 대회여서다. 유 감독은 “나이를 고려해 약한 모습을 보인 클레이트코트에 굳이 뛰지 않으며 체력을 비축한 신의 한수였다”고 설명했다.
제2의 전성기엔 부인 미르카 페더러의 내조와 4명의 자녀도 든든한 힘이 됐다. 페더러는 “가족들에게 고맙다. 나는 환상적인 팀을 가지고 있는데 부인 미르카가 그중 최고의 서포터”라고 강조했다.
페더러는 다음 달 열리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도 출전, 유례 없는 메이저대회 20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테니스계에서 페더러의 한계를 거론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