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카이아 카네피(32·에스토니아·세계랭킹 418위)는 개와 산책하고 책을 읽는 데 하루 대부분을 보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족저근막염까지 앓으면서 테니스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2012년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15위에 오른 건 과거일 뿐이었다. 당시 “테니스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 카네피가 1년이 지난 현재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US오픈 역사를 새로 썼다. 카네피는 5일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16강전에서 다리야 카사트키나(38위·러시아)를 2-0(6-4 6-4)으로 눌렀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US오픈 8강에 오른 카네피는 1981년 이 대회 이후 36년 만에 최저 랭킹 선수가 8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카네피는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들을 계속하고 있는 자신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카네피는 질병으로 지난 1년 가량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하와이로 여행을 떠났다. 얼음 위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운전대를 잡기도 했다. 그는 “그 때는 정말 가능한 한 오래 쉬고 싶었다”고 말했고 당시만 해도 에스토니아 선수 최초로 여자프로테니스대회(WTA) 투어에서 우승한 경력도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지난해 재활훈련을 하면서 몸이 좋아지자 라켓을 다시 잡았다. 그는 “올해 1월부터 다시 테니스를 시작했다”며 “통증이 사라지자 내 자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8강은 카네피가 이번 US오픈을 포함해 모두 6차례 달성한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 순위다. 7일 열리는 8강전에서 22세 매디슨 키즈(15위·미국)를 꺾으면 개인 최고 성적이 경신된다. 카네피는 “지금 컨디션이 과거 못지않게 좋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네피는 지난해 마드리드 오픈 64강전에서 키즈를 2-0(6-4 6-3)으로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