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26·세계 2위)이 클레이 코트 최강자임을 다시 뽐냈다. 나달은 지난 4월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끝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 단식 결승에서 다비드 페레르(세계랭킹 6위)를 2-0(7-6 7-5)으로 제압했다. 클레이 코트인 바르셀로나 오픈 통산 7번째 우승. 앞서 역시 클레이 코트에서 벌어진 몬테카를로오픈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나달이 거둔 메이저대회 승수는 10승. 그중 6승이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오픈에서 거뒀다. ATP 투어 통산 48승 중 클레이 코트 승리에서 챙긴 트로피만 무려 34개. 나달은 명실상부한 클레이 코트 최강자로 손색이 없다.
왜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강할까. 클레이 코트는 작은 돌가루가 깔려 있어 공의 바운드가 높고 변화가 심하다. 또 코트 바닥이 미끄러워 몸이 한쪽으로 쏠리면 원상복구도 어렵다. 나달은 체격은 작지만 체력과 활동량은 최고다. 그리고 조국 스페인에는 클레이 코트가 대부분이어서 적응이 쉬웠다. 거기에 인위적 왼손잡이라는 특징이 더해졌다.
나달은 원래 오른손잡이다. 그가 왼손으로 바꾼 것은 8살 때. 삼촌 겸 코치인 토니 나달의 권유에 의해서다. 토니 코치는 “테니스는 왼손잡이가 태생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바꾸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는 어떤 게 유리할까. 어드밴티지 상황이 되면 서비스권을 갖고 있는 선수는 왼쪽 코트에서 상대 오른쪽 코트로 서브를 넣는다. 큰 각도로 밖으로 휘어져나가는 빠른 슬라이스성 서브가 나달의 무기. 그 서브는 상대 오른손잡이가 백핸드로밖에 칠 수 없는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설사 상대가 리턴에 성공해도 몸은 이미 구석으로 쏠린 상황. 나달이 강력한 백핸드로 공을 왼쪽 코트로 돌려놓으면 상대는 알고도 당한다.
클레이 코트는 다른 코트에 비해 볼 스피드는 떨어진다. 상대가 치는 공이 느린 만큼 나달처럼 수비가 좋은 선수가 유리하다. 나달은 또 스핀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어서 클레이 코트에 떨어진 강한 스핀볼은 마치 럭비공같이 어디로 얼마만큼 휘어나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진수 대한테니스연맹 홍보이사는 “나달은 클레이 코트의 특징에다 자기 신체조건과 체력, 왼손잡이의 장점을 가장 잘 접목시킨 선수”라면서 “클레이 코트에서 보여주는 나달의 플레이는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