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를 통해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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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학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1.92) 작성일12-05-09 20:43 조회3,508회 댓글0건본문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문화 탐구 1
『아빠까바르 인도네시아』와『인도네시아 들여다보기』, 이 두 권의 책은 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 근무했던 전임 홍보관들인 김상술, 윤문한의 저술
이다. 책의 내용은 인도네시아 알기 지침서내지는 교양을 위한 것으로서, 인
도네시아에 주재하면서 느낀 점과 배우고 얻은 지식을 두 저자가 나름의 개
성으로 풀어낸 것들이다.
서두에 두 권의 책을 소개하는 진의는 바로 두 권의 책이 창출하는 문화적
가치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함이다. 문화부처의 공무원으로서, 또 외교관으로
서 전임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한 두 저자가 얻을 가치에 대해서는 여기
서 논할 바가 아닐 것이다. 두 권의 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자 하거나,
인도네시아를 알고자 하는 한국 국내의 독자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그 성과에
대해서도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두 권의 책이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 부여한 은근한 메시지는 한 번쯤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다. 즉,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한 기여, 자기가 위치한 자리에서의 창의력 발
휘, 성실한 실천 등 이 두 권의 책이 드러내는 교훈에 대해 차분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더군다나 한때나마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었지 않은
가? 그들의 연구와 노력, 나름의 시각으로 쓰인 책을, 그들이 추억하는 인도
네시아에서 독자로서 읽는 느낌, 참 쏠쏠한 덤이 아닐 수 없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한 사회가 지닌 문화적 역량이나, 드러난
문화 실재가 그 사회의 품격을 판단하는 척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
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는 높은 점수를 받을 여
지가 많다. 그것은 바로 문화가 살아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를 즐기며 심고 가꾸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칼럼의 목
적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보유하고 있는 문화, 바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문
화의 실제들을 차근차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참 많이 듣고 사는 말 중에 하나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다.
길을 찾는 것도, 길을 내는 것도 그리고 길을 다듬는 것도, 책 속에 있다는 의
미가 담긴 말, 이 말은 너무 흔한 말이기에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음미해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바로 이 말의 실제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도 올곧게
살아 있다. 그간 인도네시아 한인사회가 만들어낸 서른 네 권의 책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쓰인 길고 짧은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
사회가 낳은 책과 그 저자들을 찾아보면서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 실재하는
소중한 문화 한 가지를 새겨보도록 하겠다.
재 인니 한인사회를 통해 발간된 책의 서막은 코데코에너지 최계월 회장의
자서전이 장식하고 있다. 한인기업 해외진출의 개척자로 알려진 최 회장의
이야기는『그들은 나를 깔리만탄의 왕이라 부른다』라는 제목의 상, 하권으로
1993년 권태하 씨에 의해 쓰였다.
다음은 해외 선교의 표상 고 서만수 목사께서 출간한 책이다. 서 목사께서
는 1994년 수필집『남방에 심는 노래』를 출간하였다. 그 후로도 시집『둥개
야』,『 남방에피는꽃』,『 가르치며증거하며섬기며』등을연이어탄생시켰는
데, 이 모두는 그의 40여년 선교역사의 증거이기도 하다.
한 인니 수교 초기 한국 총영사관의 참사관이었던 고 김영호 님은 1995년
『천년의 미소』를 발간했고, 대사관 무관으로 재임을 했던 서세호 장군은
1997년 책 제목『인도네시아』를 출간했다. 한국국제학교 이상기 선생은
2000년에시집『그리운말들이길을메운채』와,『 그리움은벗을수없는옷
이다』를 필두로, 풍자에세이『거꾸로 매달린 원숭이의 세상 훔쳐보기』1, 2
권, 2008년에는『복수, 링컨처럼 하라』를 우리 앞에 드러냈다. 문학도 손은
희 씨는 2001년 산문집『말씀의 샘에서 퍼 올린 행복』을 길어냈고, 자카르타
에서 20여 년간이나 월화차문화원을 이끌면서 한국정신을 심었던 김명지 선
생은 시집『찻물, 그 젖은 마음』을 2002년에 탄생시켰다. 2003년에는 연합
통신 황대일 기자에 의해『특파원의 눈에 비친 인도네시아 만년설』이 베일을
벗었고, 2004년에는 김시현 한의사에 의해『재미있는 한방 칼럼』이 한 권의
책으로 공개되었다.
사람이나 사물을 겉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사람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
다고 한다. 반면 개인이나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가치를 들춰 긍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지혜다. 사회적으로도 꼭 필요
한 순기능이라 하겠다. 사람은 문화 향수자인 동시에 문화 창조자다. 어떤 문
화에는 고객이지만 어떤 문화에는 창조의 주인공이다. 우리는 누구나 책의
저자가 될 수 있고 독자로서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줄 글을 쓰는 일
이 향기를 생산하는 일이라면, 한 줄 글을 읽는 것은 향기를 소유하는 일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낳은 책과 저자를 좀 더 찾아보자.
한마음교회 장영수 목사께서는 2005년 그의 설교집을 한 권 책으로 묶어
『아침마다새로우니』로영롱하게드러내더니연이어,『 마음을시원하게』,『 너
는 행복자로다』,『 하늘이여 노래하라』,『 영혼의 보금자리』,『 얼굴과 얼굴로』,
『사랑은 여기 있으니』등 7권을 펴냈다. 사공경 선생 또한 2005년『자카르타
박물관 노트』, 2008년에는『서부자바의 오래된 정원』을 책으로 엮어냈고, 성
요셉성당에서는 2006년 사진집『은총의 10년』을 역사로 세웠으며, 2007년
에는 고 신교환 님의『젊은이여 세계로 웅비하라』가 자카르타 하늘에 웅비했
다. 2008년에는 대사관 경찰영사였던 박화진 총경에 의해『자카르타파출소
박순경에서 대한민국 경찰청장까지』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가 했더니, 2009
년에는 무궁화유통 김우재 회장의 회고록『인도네시아에 핀 무궁화』가 꽃을
피웠다.
2010년 김은미 씨는『대한민국이 답하지 않으면, 세상이 답하게 하라』를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고, 수학선생 손홍익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책
제목『병아리 눈물』로 그의 이야기를 남겼다. 2011년 빛을 본 안선근 교수의
『동아시아 먼 나라의 이슬람 평화』는 1994년『요지경 인도네시아』, 인니어
교본 세 권에 이은 것이며, 인도네시아 헤리티지 소사이어티의 한인회원들은
2007년 박물관 안내 책『인도네시아 국립 박물관』을 꾸며내기도 했다. 서예
가인 필자도 출간의 대열에 끼었다. 2004년『사랑의 훈민정음』을 시작으로,
『아름다운축제』,『 아름다운한국인』,『 지금여기』,『 정상에오르는길을찾아
서』, 그리고 자카르타 교민 52인과 공저한『도처고향』등 여섯 권에 이어 이
책『도처교학』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책으로 꾸며지지만 않았을 뿐 문학과 전문 영역의 글들 또한 참으로 많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 또는 정보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글이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크고 작은 매체 또는 인터넷의 여러 창구를 통해 한껏 역량들을
드러냈다. 거명만 해도 많은 독자들께서 고개를 끄덕일 김문환, 한상재, 유춘
강, 김성월 님 등을 비롯해서 일일이 다 열거하기조차 어려우리만치 많은 필
자들이 아름다운 이야기와 유익한 정보들을 풍성하게 풀어냈다.
한 줄 글을 쓰는 일, 지식과 경험, 느낌을 마음 안에 묻어두지만 않고 창조
적으로 풀어내는 노력이다. 스스로를 우주의 일원이며 사회의 공인으로 선포
하는 일이며 책임지는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와 타인, 역사와 현재, 미래를
사랑하는 지극한 실천이다.
우리의 이웃들 중에는 지금 출간을 준비하고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2010년 들어 재발족을 한 문인협회 회원들의 활동에 따라서도 더욱 많은 저
술들이 이 사회에 드러날 것이다. 누구라서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문화적
품격과 이에 대한 노력을 부정하겠는가.
오늘 우리는 우리사회 이웃들이 쓴 책을 통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
묵묵히 존재하는 우리의 문화실제를 확인했다. 이 문화의 실제는 바로 긍정
의 메시지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자기 역할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이다.
다른 이의 공로를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라는 교훈이며 아름다운
삶을 위한 우리의 자산이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빛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내용은 2010년 4월 10일 인도네시아 한인교민방송 K-TV에 <손인식의 영상문화칼럼>
으로 방송되었으며, 한인뉴스 2010년 5월호에 실렸던 것을 일부분 추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