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색소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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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사드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25 17:43 조회3,640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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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요즘 시기에 참 많이 주고받는 말입니다.
보내는 한 해에 대해 아쉬움과 감사함이 엄숙하게 깃든 말입니다.
새로 맞이하는 한 해에 대한 희망이 정중하게 기도로 드러나는 말입니다.
살면서 더러 생겼던 미움이 눈 녹듯 사라진 말입니다.
누군가를 향해 진심으로 행복을 비는, 순정한 기원입니다.
송년 시기, 여기저기서 한해를 뜻깊게 마무리하려는 특별한 행사가 잦습니다.
동짓달 보름을 사흘 앞둔 동짓날 자카르타 동부의 찌까랑
자바팔레스 호텔 펍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름하여 <찌까랑 색소폰 동호회 2015, 송년 연주회!>
김도영, 류용선, 박재한, 이명균, 이현태, 최경수 씨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분들은 현재 찌까랑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구고 있습니다.
자기를 가꾸는 일에 열정을 아끼지 않는 이분들은 평소 필묵을 벗하며
서예공부를 매우 열심히 하는 분들입니다.
그 한편으로 이일하 선생께 색소폰 지도를 받는 분들입니다.
<합주를 시작하며 인사. 진행은 이일하 선생>
색소폰을 갈고 닦은 기간이 각자 다른지라, 또 노력의 정도도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연주 실력이나 느낌을 드러내는 정도가 다 달랐습니다.
연습을 겸해 모이자고 한 것이 송년 의미를 붙이게 되었고,
부인들과 몇 지인에게만 알린 것이었지만
그 조촐함이 오히려 감동으로 승화된 시간이었습니다.
한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쏟아져 나온 박수는 적은 청중 숫자와 상관이 없었습니다.
마치 유명가수의 작은 콘서트에 버금갈 정도였습니다.
짧은 기간에 비해 놀라운 연주력, 앞날을 기대하는 격려의 의미까지 실린
박수와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막이 열리면서 시작된 합주는 'White Christmas와 Silent Night Holy Night',
두 곡이었습니다. 평소 돈독한 우애가 잡힐 듯이 드러난 합주였습니다.
중년을 멋지게 연출할 줄 아는 이들의 감성이 은은하게 실내를 장식했습니다.
<최경수 사장의 연주>
<최경수 사장의 연주 후 환호하는 오빠 부대들과 함께>
독주의 시작은 최경수 사장의 '광화문 연가'였습니다. 그의 끼와 힘이 색소폰으로부터 사정없이 뻗쳐 나왔습니다. 좌중의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렸습니다. 블랙톤의 펍 실내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2부에서 연주한 두 번째 곡은 'Limensita', 칸초네의 여왕 '밀바'의 곡으로 국내에서는 가수 이미배, 한경애 씨가 번안 발표한 곡으로 ‘눈물 속에 피는 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후의 가수 고 배호 씨도 ‘또 하나의 이별’이란 제목으로 번안하여 부른 곡입니다.
색소폰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곡이라지요. 진정한 맛을 내서 부르기 쉽지 않은 곡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최경수 사장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협곡을 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듣는 이들을 쓰러뜨렸습니다.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려 '오빠'를 외치던 여인들이 꽃다발을 들고 무대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이현태 사장의 연주>
<이현태 사장의 연주를 마치고 팬들과 함께 한 컷>
이현태 사장의 첫 연주곡은 ‘부모’였습니다. 송년 시기 타국살이들에게 고향을 떠올리고 아련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의 두 번째 곡 ‘겨울 아이’, 이 곡은 그의 아내의 지난 생일을 위해 특별히 연습한 곡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아내 생일 일주일 후 서예학습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아내의 생일 날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아내와 가족이 너무 흐믓해 했다고 했습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하게 하는 좋은 계기였을 것입니다.
연주 전 그가 무대 위에서 밝혔습니다.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용기를 준 아내 앞에서 연주를 좀 더 잘 하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겨울 아이’, 연주가 끝났습니다. 감동의 박수가 우레와 같았습니다. 멀리 있어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아내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을 것입니다. 덕분에 테이블 위에 놓였던 와인 병들이 빠르게 비워졌습니다.
<이명균 사장의 연주>
<연주를 마친 이명균 사장,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이명균 사장, 그의 첫 곡은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였습니다.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더 오랜 연주력을 가졌다는 그의 연주는 첫 음부터 깊게 울렸습니다. SOUL 대모로 불리는 임희숙의 이 노래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 있을까요? 더러는 입술을 들썩이며 따라 불렀습니다. 누구나 자기 몫으로 짊어지고 있을 ‘삶의 무게’를 덜어내자고 읊조렸습니다. 그의 연주에 동의했습니다.
그가 두 번째 연주한 곡은 이승철의 ‘그 사람’이었습니다. 가사만큼이나 흐름이 다양한 음역을 그의 색소폰은 거침없이 휩쓸었습니다. 작게 움직이는 몸짓에서 리듬이 넘쳤고, 드러날 듯 말듯한 표정에서도 진하게 곡이 묻어났습니다. 그의 연주는 듣는 이들의 마음 훔치기였습니다.
<류용선 사장의 연주>
<연주를 마친 류용선 사장, 부부가 다정하게>
류용선 사장께서 연주한 곡은 첫 곡 ‘해변의 여인’, 두 번째 곡 ‘초연’이었습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저는 두 곡의 음표 구성과 색깔이 어쩌면 그렇게 연주자와 닮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대화를 나눌 때나 등산을 하며 걸을 때 풍기는 이미지도 연주곡과 유사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아호는 유산(由山)입니다. ‘산을 말미암다.’ ‘산으로부터’ ‘산을 기본으로 삼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그의 서예작품을 보신 분들은 그 또한 그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의 연주는 은은하면서도 멋이 넘치고, 부드러우면서도 호소력 짙은 연주였습니다. 유장하게 흐르는 산 능선 같은 맛이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는 돌부리에 걸린 느낌도 있었는데 그 또한 묘미라면 묘미일 것입니다. 연주가 끝난 후 그를 향한 박수 소리가 참 길었습니다.
<박재한 사장의 연주>
<박재한 사장 연주를 마치고>
박재한 사장께서 연주한 곡은 ‘가는 세월’이었습니다. 그는 그날 연주장이 속한 자바팔레스 호텔의 사장입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진지함과 성실의 표상으로 인도네시아 한인 중 성공 사례의 표본이기도 합니다. 서예에서는 그의 한 가지 특징이 더 드러납니다. 늘 칭찬을 할 수밖에 없는 순수함, 질박함입니다. 그런데 색소폰 연주를 들어보니 바로 거기서도 그의 특징이 잘 살아나왔습니다. 연주가 능숙하지 않아도, 매끄럽지 않아도 바로 그런 중에 그의 장점이 잘 드러났습니다. 저는 그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저 자기에게 충실하면 서예에서나 색소폰 연주에서나 개성이 잘 드러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즐거웠습니다. 연주를 마친 그가 박수를 크게 친 제게 술 한잔을 권했습니다. 잔이 넘쳤습니다.
<김도영 사장의 연주>
<연주를 마치고>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이 곡은 연주 발표자 중 마지막 주자 김도영 사장의 첫 곡이었습니다. 그는 아주 힘차게 또 거침없이 숨을 밀고 삼켰습니다. 이 곡 거세게 한 시대를 풍미했었지요? 그 세대를 산 이들은 대부분 학창시절에 이 곡을 좋아하고 또 들었을 것입니다. 제목을 떠올리면 엘비스 프레슬리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떠오를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김도영 사장의 연주가 남긴 맛이 아직도 귓전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연주곡 ‘Ayah(인도네시아 노래로 뜻은 아버지)’도 그의 연주의 남다름 때문에 새로운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입니다.
김도영 사장, 그는 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 밤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도 놀라움을 선물했습니다. 그는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에서 평균 이상 마니아가 됩니다. 놀라운 열정이 그를 박학다식하게 하고 성취하게 합니다. 그는 서예에서도 그렇듯 색소폰 연주에서도 여지없이 그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 연주회가 있기까지 그가 행한 헌신도 그의 연주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그래서 그를 향한 박수는 더 오래 지속되었을 것입니다.
<차정민 군의 특별 출연 가야금 연주. 차 군은 아리랑, 도라지 타령,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을 산조가락으로 연주했다. 산조가락이란 느린 박자, 즉 진양조로 시작을 해서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를 거쳐 아주 빠른 박자의 휘모리로 마치는 가락을 말한다. 어떤 산조 음악이라도 느린 진양조와 중간 빠르기의 중모리, 빠른 장단 잦은 모리 3가지 장단은 반드시 사용되어야 한다. 나는 판소리를 배울 때 "판소리가 기악화 된 것이 산조다"라는 말을 수 차 들었다. 국악 이론가 임수철 선생은 그의 책 <ok 국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산조가락의 묘미는 조이고 푸는데 있다." "긴장과 이완의 대비, 한과 흥의 교체에서 느껴지는 맛이 산조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했다. 차정민 군의 연주가 놀라웠던 것은 능숙한 연주가 아니다. 아직 입문 시기인지라 능숙한 연주를 들려 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어린 차 군이 산조가락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흥적이고 자율적이며 개방적인 허튼(散)음악을 어린 학생이 이해하고 있음은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 군은 서예에 대한 이해도 참 깊다. 차 군의 기질과 집중력으로 보아 그의 앞날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
<출장 차 인도네시아에 온 천정운 사장의 우정 연주. 그는 현재 주로 한국에 거주하지만 예전에는 인도네시아에 머물렀었다. 20여년 전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교민 중 원조격으로 색소폰 학습을 시작했다. 그는 '사노라면'과 '누구 없소' 이 두 곡을 연주했다. 현재 그의 삶이 얼마나 멋진 가는 그 두 곡으로 넉넉하게 드러났다.>
한복 두루마기에 흰 고무신을 신고 특별출연으로 무대에 오른 14살 차정민 군의 가야금 연주는 참 멋진 조화였습니다. 찌까랑 서예반의 마스코트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자바팔레스 호텔의 퀸 심현정 씨의 피아노 연주는 블랙 포인트이기도 했지요. 출장차 인도네시아에 왔다가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천정운 사장의 우정의 색소폰 연주는 환호에 환호를 끌어냈습니다. 이일하 선생의 피날레 연주는 앙코르로 이어지며 조촐한 자리에 큰 감동이 흘러넘치게 했습니다.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여운이 긴 밤이었습니다.
사람의 행복과 감동은 크고 화려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밤이었습니다.
삶의 틈을 틈으로만 놓아두지 않고 아름답게 가꾸어 빚음으로써
스스로에게는 보람, 가족과 이웃들에게는 값을 따질 수 없는
선물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밤이었습니다.
<이일하 지도 선생의 찬조 연주>
차정민 군의 가야금 연주, 심현정 씨의 피아노 연주, 천정운 사장의 우정의 연주, 멀리 한국에서 날아오신 임점동 사장의 열창, 이일하 지도선생의 품격의 연주까지 쓰고 싶은 기억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찬조 연주였기에 아껴두기로 합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만 쓰는 것을 이해하실 줄 믿습니다.
다시 기억하거니와 너무 아름답고 오롯한 오래 남을 밤이었습니다. 더욱 더 멋진 연주를 기대하면서 일원 모두가 늘 행복하실 것을 알기에, 이웃인 저 또한 행복합니다.
끝으로 이 글을 쓰는 저는 오직 서예만 아는 사람입니다.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음악회의 소감을 쓴 것은 주제넘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밤이 너무 행복했기에 감정을 묻어 둘 수 없어 거친 글을 써서 올립니다. 연주하신 분들이나 읽는 분 모두 너그럽게 이해하실 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12월 25일
서생 인재 손인식 삼가
* 조명이 흐린 펍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므로 화질이 좋지 못합니다.
실물에 비해 사진이 너무 모자람을 사과드립니다^&^
댓글목록
연제님의 댓글
연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교민들의 화합과 단결의 장이기도한 송년 음악회가 멋져보입니다. 한국에서 느낄수없는 더끈끈한 결속력이 보이고 선생님의 분위기묘사
(글솜씨)가 직접들은듯합니다
화이팅 !!
데사드림님의 댓글
데사드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멀리 고국에서 귀한 격려군요. 감사합니다.
소존님의 댓글
소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이 모든 활동이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더불어 동호인들간의 회목이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집중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