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의 영국여행기 7 : 펍(Pub),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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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사드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8-19 14:41 조회3,3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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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중심가의 펍>
스톤헨지 탐방을 마치고 코츠월드의 자연마을로 다려 가던 때였다.
가야할 길도 먼데 달리던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로얄 오크(Royal oak)란 간판을 단 펍(Pub)이 나타난 때문이다.
그때 정갑식 가이드는 청교도 혁명에 관해 이야기 중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곧 로얄 오크와의 관계 지어진 것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정갑식 가이드는 때마침 나타난 펍 로얄 오크를 소개했고,
일행의 호기심은 차를 세우는데 가차없이 동의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펍, 영국문화의 꽃이라고도 하고, 마을회관이나 사랑방, 선술집 등으로
설명되는 수많은 펍 중에서도 유서 깊은 펍다운 펍 로얄오크를 어찌 그냥 지나치랴.
펍 로얄오크에서 맥주 한 잔을 하는 동안 정사와 야사를 곁들인
나머지 이야기는 멋지게 마무리 지어졌다. 잘 맞아 떨어진 현장 교육이었다.
<로얄 오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길다.
궁금하신 분은 위키백과에서 <청교도 혁명>이나 <찰스 2세>를 검색하시기 바람>
<로얄 오크의 간판> |
<실내의 난방을 위한 벽난로 상단의 줄이은 말 안장에서 떼어낸 쇠 장식들> |
<옥스퍼드 골목의 펍> |
<윈드미어 호수 마을 저물어가는 골목의 펍이 있는 풍경> |
차를 멈춘 것은 결과적으로는 가다가 맥주 한 잔 하고 가는 셈이었다.
청교도 혁명과 로얄 오크 이야기는 가는 차중에서도 이어질 이야기였으니,
벌건 해 아직 중천에 있는데, 아주 특별한 펍의 맥주 맛 좀 체험한 다음 갈 길을 이은 셈이다.
이렇다. 길동무 여행은 늘 현장위주요 현장 제일이다. 필요하면 시간을 당기고 밀며,
때로 멈추기도 한다. “여기서 이러면 안 됩니다”를 개그콘서트 원조 코너보다 더 많이 외치면서도
안 된 적이 없이 다 된다.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펍의 내부는 깔끔했다. 나무 기둥과 대들보가 정겨웠다. 아직 술시(?)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내부에도, 당구대가 놓인 공간도, 그리고 뒤뜰 파라솔 밑에도 비교적 한가한 모습이다.
내부 장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전통미 물씬한 수더분한 안띡들로 꾸며져 있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컵에 잔거품이 이는 맥주가 일행의 테이블에 줄이어 놓여졌다.
누군가 잔을 들어 외쳤다. 길동무의 길을 위하여! 일행의 “위하여!”가 우렁차게 뒤를 이었다.
잉글랜드 중부 작은 도시의 오후가 한순간 아지 못할 언어로 생동했다.
<아래 왼쪽과 오른쪽은 옥스퍼드 대학가 골목 펍>
펍들은 정말 정겨운 곳이었다. 옥스퍼드를 탐방할 때 찾아간 펍도 특별한 곳이었다.
대학가 좁은 골목 안쪽에 위치한 아주 작은 펍은 오래된 전통, 낭만과 여유가 물씬 배어있는 곳이었다.
우리도 익히 알만한 유명인들이 다녀갔다는 기록이 눈길을 끌었다.
대학가의 애환이 펍의 허술한 지붕위에 푸르게 자란 이끼보다
더 파랗게 쌓였을 것 같았다. 두텁게 쌓은 돌벽보다 더 단단하고 두터울 것 같았다.
시끌벅적한 옆 테이블을 아랑곳 않고 책을 읽는 사람,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낯설고 익숙한 풍경들이 영국의 펍에도 겹쳐있었다.
생일파티와 같은 대부분의 축하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 펍이라 했다.
삼삼오오 모여서 축구경기 관람을 즐기는 곳,
당구대와 게임기 등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노래 부를 장치를 갖춘 곳도 있다고 했다.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영국의 폅은 대중문화의 산실이요, 생활문화가 피어나고 용해되는 곳이었다.
“음주로 인한 사회 문제를 펍에서 풀자”는 외침도 있다고 했다.
술이 초래하는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건설적인 방법 제시였다.
여성들의 음주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과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영국의 현 상황 때문이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소통하고, 지역사회의 열린 공간으로
펍 본래의 기능을 되살려 내고자 하는 방안은 이국인인 우리도 찬성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영국의 펍”을 살리자는 주장도 거세다고 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무려 7천여 개의 펍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따라서 영국 사람들은 펍이 없는 삶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펍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편의점 등에서 술을 싸게 사서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도 있단다.
따라서 펍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이 생겨나기도 했단다.
지역 공동체가 펍을 공동의 자산으로 지정해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남부 런던에 위치한 한 펍이 최초로
“공동체 자산”으로 지정된 이후 이 같은 청원이 300개 이상이나 잇따랐다고 한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힐탑 주변 마을의 펍> |
<요크 시내의 펍> |
<요크 시내 한 펍의 내부> |
<길동무 일행이 탐방한 스코틀랜드 유명한 위스키 회사 글랜피딕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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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중 일행은 참 많은 횟수 펍엘 갔었다. 다수의 식사를 해결한 곳도 펍이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점심 식사에도 한 잔을 곁들였다. 본고장에 왔다는 이유로 청했고,
향이 좋다고 마셨으며, 이름이 다른 맥주는 맛이 어떻게 다른지 실험해보자고 또 불렀다.
누군가 “싼 느낌”이라고 마셔야 할 핑계를 대면,
“이런 맛의 맥주를 어디 가서 이 가격에 먹겠느냐?”는 맞장구가 튀어나왔다.
“오늘은 내가 쏘겠다.”며 모두가 돌아가며 한턱씩을 쏘아댔다.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해, 부부들이 함께 적당함을 즐기는 술,
과한 술 문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있다는 영국의 술문화에 모범 답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분위기와 현장을 찾아 사양하지 않고 즐겼을 뿐이다.
영국에도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술이라는 주장이 강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다양하게 제안이 된다고 했다. 술이 몸에 해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과음일 때다. 꼭 여행 중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한 잔 술로 여유를 얻고
관계를 개선하는 등의 공헌은 또 얼마나 지대한가.
술은 역시 캬아~ 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