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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의 영국여행기 3 : 윌리엄 워즈워드, 낭만의 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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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사드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8-10 16:06 조회3,7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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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SAM_3735.JPG 
<윌리엄 워즈워드의 도브 코티지가 보이는 돌담과 돌집들의 골목>
 
 
“여행에서 남겨두고 갈 것은 발자국 뿐”이라고?
누가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했는가. 누군가? 나오라! 다시 그 말을 내게 조아려보라.
나는 허허 웃고 말리라. 그는 결단코 호수 그라스 미어(Grasmrre Lakes)를 보지 못했을 것이기에.
호수와 어우러진 산과 숲 그리고 거기 조화롭게 그려 넣어진 집들을 감상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그라스 미어 호수와 이웃한 또 다른 호수, 그 호수와 널을 뛰는 계곡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에.
윌리엄 워드워즈 (William Wordsworth)의 낭만과 순결한 시어가 무성하게 깔려 있는
바로 그곳을 가보지 못했다는 증거이기에. 그러므로 그대는 거기 가지 말지어다.
아무리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오고자 해도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는 그대 돌아설 수 없으리.
마침내 그 땅에 깊이깊이 떨리는 가슴을 묻고야 말리. 떠나는 길 앞 그대의 눈물은
안개비에 섞여 호수에 뚝뚝 드리워지고야 말리.
 
 

크기변환_사본 -KakaoTalk_20140810_142833678.jpg 
<윌리엄 워즈워드의 도브 코티지>
 
 
떠나오던 날 아침, 차가 호수길 몇 구비를 돌아 나자
전날 정을 나눴던 호수 윈드미어(Windermere Lake)는 그만 작별을 고했다.
드넓고 화려하며 활기찼던 호수의 끝자락을 드러냈다. 여행은 전송과 마중의 반복,
레이크 윈드미어를 벗어나 체 몇 구비를 돌아났을까.
벌써 환영의 작은 파도가 인다. 산하에 그려 넣어진 마을이 수줍고 아릿하게 마중을 나온다.
작은 여울을 낀 마을, 도톰하면서도 제법 깍아 지른 경사를 지닌 봉우리들을 앞 뒤 좌우로
비껴 배치한 마을과, 길게 누워 호수 윈드미어를 게으르게 감싸던
산들이 어느 사이 등을 세우고 다가선다. 엷은 개울을 두툼하게 덮은 돌다리가 스쳤다.
작은 집이 지나갔다. 인형의 집 같다. 두 사람만 들어가면 더 들어갈 틈이 없는 기념품점이란다.
네셔날트러스트 소유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가게라고 했다.
자연마을 바이버리의 집들보다 더 함초롬한 집들이 하나 둘 차창 뒤로 떠내려간다.
그리고 어느 사이 호수 그레스 미어(Grasmrre Lakes)가 꿈처럼 일행의 탄성을 앞세우고 펼쳐졌다.
깍지를 끼어 서로를 꼭 껴안고 있던 산들이 어느 지점에서 살폿 길을 트며
여백으로 드러난 호수 그레스 미어, 아름드리 무성한 가로수들로도 호수의 속살을 못내 감출 수 없나보다.
호수의 잔잔한 낭만이 나무와 나뭇잎 틈사이로 요염하게 삐져나오고 만다.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의 도브 코티지(Dove Cottage)를 만나기 위한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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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워즈워드의 박물관 너머로 펼쳐진 수려한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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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워즈워드의 도브 코티지 오른쪽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그의 시 '무지개'가  생각나던 산>
 
 
윌리엄, 그가 살았던 때로부터 2백여 년,
그는 갔어도 그의 숨결이 깃든 그 집은 그렇게 거기 호젓하게 있었다.
큰 길에서 멀지 않은 골목을 돌아든 곳에서 조촐한 모습으로 객을 맞았다.
씩씩해보이지는 않지만 고고하게 피어난 장미꽃의 호위 속에 충만한 아취로 여행객을 맞아들였다.
집 안에는 그의 호흡이 멈춘 집필도구들, 손때 묻은 여행 가방, 사진과 초상화,
왕실 수여의 계관시인 증서 등 많은 유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워즈워드의 생애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그의 누이 도로시의 숨결이
천장이 낮은 2층 집 곳곳에 시간을 사르고 있었다.
그의 책상, 그의 붙박이 가구들은 세월로 다져 나이를 모르겠는 체로 창연한 고색을 두르고 있다.
3대 "호반 시인"으로 불리는 워즈워스드의 벗들 R.사우디, S.T.코울릿지 숨결 또한 어찌 거기 없으랴.
누이 도로시의 친구로 윌리엄과 결혼한 M.허친슨의 여린 혼 또한 어찌 물씬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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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브 코티지 뒤안에 선 한 그루 소나무. 굵기나 크기로 봐 그 때도 있어 윌리엄의 시상에 도움을 주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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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가 펍에서 담소를 즐기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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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워즈워드의 무덤. 그의 가족들과 함께 거기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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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브 커티지가 있는 마을의 목가적 풍경>
 
일행은 떠나왔다. 나도 따라 떠나왔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불친절한 여행기를 쓰고 있다.
윌리엄 워즈워드에 대한 연대기적 소개도, 한 줄 시 소개도 없이 필 가는대로 적어 나가고 있다.
검색어만 치면 줄줄이 달려 나오는 인터넷 정보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아울러 다른 여행자, 심지어 함께 간 길동무들의 느낌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들어있다.
다만 나는 그 곳으로 인해 목이 마르다. 윌리엄과 그 산천에 대한 친절한 소개 글들을 읽어
갈증을 해소하려 노력도 해봤다. 그러나 여전히 목이 마르다. 윌리엄이 삼키던
2백년 묵은 공기를 다시 흡입해야만 이 목마름이 해소될 것인가.
여행을 하고 나면 더 머물지 못해 아쉬운 곳이 어디 한둘일까만 돌아볼수록
이리 그리워지는 곳이 과연 어디였단 말인가.
겨우 몇 시간이 지난 후 감정소모 과한 이 기록을 스스로 부끄러워질지라도,
 더 머물러 더 느끼지 못하고 스치듯 떠나오고 만 벌을 달게 받으리.
하여 용서하시라. 붓글보다 더 거칠게 일필휘지하는 이 기록을.
날것처럼 휘갈길 뿐 애써 다듬고 싶지 않은 이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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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장엄하게 펼쳐지던 이웃 마을>
 
 
하여 가고 싶다. 가서 아침을 보고 호젓이 내리는 비를 보며 차 한 잔 마시고 싶다.
겨울을 이긴 봄싹 봄꽃을 보고, 남는 것과 차가워지는 것 사이의 가을 금결을 느끼고 싶다.
서너 철 머무르며 사라지는 겨울 갈림길의 쓸쓸함 그 뒤태를 보리. 호수와 산,
수려한 능선이 계절마다 들려주는 시어의 속삭임에 흠뻑 젖으리.  
마을의 오래된 교회도 다시 가보고, 말끔한 고삿길을 다시 걷고 싶다.
나무그늘 드리운 개울가 펍에서 한 잔의 맥주를 놓고
조곤조곤 담소를 즐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워즈워드의 이야기를 슬카장 듣고 싶다.
그리고 그의 무덤을 다시 찾아 한 잔의 술을 부으리라.
윌리엄을 일깨운 낭만의 뿌리를 캐리라. 무엇이 도로시로 하여금 오빠를
그처럼 사랑하게 하고 그처럼 헌신하게 했는가를 질문하리라.
그 때도 의구하고 지금도 의연한 산천, 2백 년 전의 낭만을 안으로는
함묵하고 밖으로는 다졌으리. 한 덩이 큼지막한 산더미로 뭉쳐 두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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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뜯다 쉬는 양 한마리>
 
 
가는 길도 떠나오는 길도 아무데나 차를 세울 수 없는 좁은 2차선이었다.
풍경은 제맘대로 펼쳐졌다가는 접혔다. 차는 달렸고 새로운 풍경은 이어졌다.
카메라에 담기도 어려웠다. 멈추고 또 멈추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을 알길 없는 이국의 운전자는
오직 다음 목적지를 향해 성실하게 달리고 달렸다. 어찌어찌 멈춘 곳은 이미 많은 것이 흘러가버린 뒤였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산천, 그러나 결코 비옥하지 못한 땅, 귀리를 비롯한 몇 가지 생산물 아니면
그냥 초지로 가꾸어 소나 양떼를 기르는 목가적인 땅. 윌리엄! 그대는 영(靈)이 가난하므로 복이 있었도다.
그 산천을 스스로 선택할 지혜가 있었음이여.
그른 세상을 애통해하는 그대에게 정갈한 시어로 낭만이란 세례를 준 그 땅에 감사할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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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내 아쉬워 떠나오기 전>
 
 
그대를 만나고자 하는 방문객이 끊이질 않았다지. 대접할 것은 늘 귀리죽 뿐이었다던가.
그대의 낭만과 도로시의 정성으로 끓여진 귀리죽 맛이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대의 귀리죽, 가난한 사람들의 그 귀리죽은 오늘날 영국과 유럽의 건강식,
아니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또 장수 식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지.
워즈워드! 그대는 가난해서 시를 쓴 것이 아니었네. 가난한 예술가가 아니라
다만 세상의 화려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인이었네.
그대에겐 세속의 영예도 물질의 풍요도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리. 희고 맑은 자연,
낭만을 안기는 자연이면 그대에겐 충분했네.
세상의 갈등이 갈등으로 드러나면 묻어둘 수 없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시로 외친 적도 있었지.
그래서 계관시인의 영예도 즐긴 적이 없었다지.
그러므로 나는 쉬 그곳에 다시 가지 못하리.
그 산하를 넉넉히 담을 큰 가슴을 갖추지 못하고는 쉬 그곳을 바라볼 수 없으리.
안녕! 윌리엄 워즈워드. 그리고 호수 그라스 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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