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의 영국여행기 Ⅰ: 힐링의 시간, 코츠월드의 자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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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사드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8-07 15:40 조회4,6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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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 창연한 천년살이 레스토랑 포치하우스(THE PORCH HOUSE)
천년을 훌쩍 넘긴 레스토랑
포치하우스(THE PORCH HOUSE)에서의 저녁식사는 분명 하나의 이벤트였다.
외부도 내부도 세월이 낳은 고풍이 덕지덕지 쌓인 곳, 서기 947년에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철판 간판에 새겨놓은 곳, 그 하단에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아! 천 년 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그들의 손길은 역사가 되었어라.
마을과 음식점으로 아름답게 나이 들어 있었다. 이젠 도저히 지울 수 없고 지울 필요가 없는
지극히 영국다움으로 그렇게 거기에 자리한 고고함이라니.
스쳐가는 이방인 누구인들 흐르는 세월을 도도히 간직한 역사 앞에서 경외감을 아끼리요.
참으로 흉내 내기 힘든 고풍이었다. 하여 그 저녁은
이번 영국 일주 여행 이야기 첫머리를 이렇게 장식하고 있다.
설립년도 947년 자랑스럽게 새긴 간판, 오랜 역사는 스치는 나그네에게도 경외감이다.
포치하우스가 있는 자연마을은 스토우 온 더 월드(Stow on the wold)였다.
‘양들의 우리가 있는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코츠월드(Cotswold) 100여개의 자연 마을 중 하나다.
잉글랜드 남서부 지역 코츠월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연이 조화를 이룬 전통의 고장이었다.
영국의 은퇴한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 중의 하나로 지금도 실제 마을 주민 대다수가 은퇴자들이라 했다.
그 저녁, 그 작은 마을은 여행 이틀 째 날을 맞은 <길동무>들, <감성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일주를 나선
다섯 부부의 여행모임 길동무들의 들뜬 마음을 아련하게 가라앉혔다.
저녁을 먹고, 서로의 와인 잔을 울리고, 지는 햇살을 받으며 수줍어하는 마을을 돌며 거니는 동안
길동무들의 마음은 저절로 비워졌다. 참다운 힐링이 거기 있었다.
코츠월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버튼 온 더 워터(Burton on the water)의 자연미 넘치는 아름다운 집
그러므로 위엄 서린 품격의 영국 왕궁들이나 성 이야기는 뒤로 미루리라.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위용의 성당과 교회 이야기도 잠시 뒤로 물리치리라.
탄성을 자아내도록 펼쳐지던 광활한 들판과 맑고 깨끗하며 미려하던 자연 경관 이야기 또한
우선은 덮어두리라. 농염함의 진수를 보여주던 꽃 이야기도, 영웅들의 걸출함과 역사의 거친 이야기도,
영국인들의 정감어린 선술집이자 사랑방인 펍(Pub)의 조밀한 이야기도 더디게 펼치리라.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의 칼리지들의 끓는 젊음과 노벨상에 빛나는 학문 이야기도,
대영박물관이나 내셔날 갤러리의 아리면서도 몸 떨린 이야기들도 나중에 풀어내리라.
더하여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감동도,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
월리암 워드워즈의 흔적과 만난 짜릿한 감정도 차츰 풀어내리라.
어찌 덮어둘 수 있으리.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하고 여행의 에너지가 되었던 음식이야기를.
작고 앙증맞은 문을 새초롬히 닫아두었던 자연마을 바이버리(Bibury)의 기와마저 돌로 빚어 얹은 돌담 안의 돌집.
멀리서 날아온 나그네들의 하룻밤을 예스럽고 아취 넘치게 보듬어 주던
고풍 물씬한 숲 속의 호텔 윜 힐 하우스(WYCK HILL HOUSE)
길동무들의 힐링을 담담하게 거든 곳은 고풍 물씬한 호텔(WYCK HILL HOUSE)이었다.
멀리서 날아온 나그네들의 하룻밤을 예스럽고 아취 넘치게 보듬어 주던 호텔,
마을 숲 속에 자리잡은 궁성같던 호텔. 묵묵히 많은 사진의 배경이 되어주었던 집.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을 클래식의 도도함으로 이끌던 유서 깊은 칼리지 같던 집,
뷔페식을 겸한 주문식의 특이함으로 아침식사 시간을 잠간 당황하게 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손님을 품격 높게 모시려는 전통미 짙은 아름다운 돌집 호텔이었다.
자연 마을 버튼 온 더 워터(Burton on the water)의 골목을 돌아날 때마다
진한 유혹의 화신으로 다가왔던 아름다운 집들
힐링의 세례는 그 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오전 이른 시간, 대지에 자상하게 퍼지는 햇살을 따라 찾아 간 자연마을은 영국 최고의
전원 마을이자 코츠월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버튼 온 더 워터(Burton on the water)였다.
마을의 큰길을 따라 흐르는 작고 이쁜 강, 이 때문에 이 마을을 리틀 베니스라 한다던가?
강을 가로질러 놓인 아치형 돌다리들은 마을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되는데 절대적 몫을 하고 있었다.
맑게 흐르는 물 위에서 노니는 오리들의 평화로움, 집과 집들이 빚어내는 자연미는
걸음을 더해 골목을 하나 더 돌아들 때마다 진한 유혹의 화신이었다.
고즈넉한 돌담 길, 허름이 놓여있어 더욱 빛나는 골목길 꽃 사이 나무 의자는
세월의 때로 여행자의 일상의 때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사진 몇 장이나 몇 줄의 글로 느낄 수 없는 여행의 의미가 바로 거기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집들이 거기 그렇게 바이버리(Bibury), 마을에 실재로 존재하고 있었다.
세 번째로 찾아간 자연마을 바이버리(Bibury), 점입가경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었다.
방문한 적도 없이 어디선가 사진으로 많이 봐버린 마을, 와본 적도 없는데 더러 미니어처로 봤던 집들,
그리고 이와 어우러진 자연 경관, 그랬다. 그래서 19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모리스는
바이버리를 두고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 했는가 보다.
마을 전체를 아우르며 흐르는 강이라기에는 너무나 귀여웠던 코른(Coln)강,
거기에서 생동하는 백조와 오리, 그리고 인공일 듯 아닐 듯 더불어 어우러져 있는 숭어양식장,
이 모두가 다 여행자의 마음을 쓰다듬고 뇌를 씻겨주기에 충분했다.
길동무 일행들은 거기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다. 갖은 포즈로 맘껏 화보를 찍었다.
시간이 가도 차마 떠나지 못했다. 드디어는 거기 또 하나 오래된 레스토랑에 들어 배를 불리고,
맛깔 나는 본토 맥주를 청해 햇빛 밝은 마을길을 살랑살랑 흔들고서야 다음 여행지로 향할 수 있었다.
숲 속의 궁전 같은 호텔 윜 힐 하우스(WYCK HILL HOUSE)를 배경으로 길동무들의 한 컷
그랬다. 코츠월드의 자연마을들은 길동무의 영국여행 서두를 그렇게 이끌었다.
낯선 역사와 문화, 낯선 인걸과 낯선 산천과의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화적 충돌을
우선 그렇게 부드럽게 다스려주었다. 글 : 인재 손인식(서예가)
필자 주 : 이 글은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영국을 여행한 다섯 부부의 여행모임 <길동무>의 여행기다.
길동무는 여행을 위해 뭉친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 다섯 부부다.
이 여행의 가이드는 영국에 거주하는 정갑식박사가 맡아주었다.
아울러 이 글에 사용하는 사진 자료는 길동무의 류태하사장께서 촬영한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