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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FUR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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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EV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5-10 07:35 조회2,103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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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원인은 다양 하지만 다른 수 많은 여타의 선상사건과 동일하게  시작은 멸시였음을 두말 할 나위 없다.

그 당시 한국인 선원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초사가  나와 같은 대학에서 공부 하며 당구와 막걸리를 함께 즐기던 동기였었다.

사실 그는 그렇게 공부를 잘 했다거나 잘 생긴 외모의 소유자의 아니어서 그런지 그닥 큰 인기를 끌고 다니진 못 했지만 사내다운 면모를 갈무리 하고 있었고 막걸리 인심이 후하여 자주 동기와 후배들에게 막걸리 사발을 돌리곤 하였었다.

그러다 수업을 빼먹는 날이 너무 많아 탈이었지만 용하게도 과락 없이 학위와 해기사 자격증을 취득 하였고 그렇게 페스카마 사건의 중심을 향하여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20년 하고도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붉은 얼굴과 딸기코가 기억에 선하다.

 

그 역시 살생부의 맨 마지막 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광란의 인간사냥을 벌여 1차 목표를 제거 하는데 성공한 살인마들은 흉폭한 점령군이 되어 그를 전쟁포로처럼 포박하여 선교(조타실)구석에 쑤셔 박아놓고 그때까지도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칼을 손에 쥐고 두 패로  나뉘어 포로의 생사를 결정하려 언쟁을 벌였다.

한패는 똑 같은 한국 놈 이니 지금 죽여서 던져 버리자 하고 다른 한패는 그럴 필요가 있느냐, 지금껏 이 사람이 얼마나 우리에게 잘 해줬는데 하며 살려 보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그들은 호러무비의 주인공 들처럼 이미 온몸에  피를 잔뜩 뒤집어 쓰고 흥분과 거친 호흡이  채 진정되지 안은 상태여서 그런지 신선한 피비린내를 다시 한번 맡아 보자는 방향으로 대세가 기울어 갈 즈음,   동기는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아니함을 깨닫고 생전처음 신에게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를 하였다.

함부로 살았던 지난날들이 절박한 후회와 더불어 흑백 파노라마 영상처럼 눈앞을 스치고 가족들의 얼굴이 더빙 되었다..

여기서 살아 나기만 하면 앞으로 정말 착하게 살겠노라고 수도 없이 맹세를 하였다,

절박한 그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배에 연료가 다되어 기관의 작동이 멈추고 프로펠러가 추진력을 상실하게 되어 일본해역 근처의 공해에서 조류를 따라 표류하게 되었고 선박의 발라스트(균형)가 무너져 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 자칫하면 배가 넘어갈 형국에 처해 버렸다.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그를 위해선 엔진 연료인 경유를 이동 시켜야 하지만 이미 유창은  바닥을 보인 상태.. 방법은 하나, 어창의 참치를 이동 시켜야만 한다.

급속 냉동되어 짱돌처럼 단단한 참치 한 마리의 무게는 수십kg에서 100kg 에 달하기도 하는데 그걸 하나하나 손으로  이동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손쉬운 노동이 아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하다는 것은 좀비들도 잘 아는 바여서 동기는 협조 의사를 타전했고 천만 다행스럽게 동의를 얻어 또 다른 장소에 감금되어 떨고 있던 인니인 선원들과 더불어 모두 어창에 내려가 생사의 갈림길인 35분 가량 어창에 있는 동안 일 하는 척 하면서  기지를 발휘하여 그들의 눈을 속이고 기적적으로 살인마들을 어창에 고립 시키는데 성공하여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살아 남았다!

 

 

현재 그는 학창시절  간절했던 마도로스의 꿈을 툭 하고 발로 차서 자갈치 시장 부둣가의 어딘가에 던져 버리고 고향인 0도에 내려가  횟집을 운영하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고(지금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3 년 전까지 하고 있었다) 사건의 주모자였던 전 재천(당시 2항사,전직선생)과 가담자 들이었던 조선족들 역시 형무소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데 얼마 전 TV에서 우연히 보니 96년에 비하여 살이 많이 찌고 혈색이 많이 좋아 보여 살짝 놀라기도 하였다.

 

 배에는 나이든 기관부  선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학력이 약하고 분야의 특성과 시대적 상황상 기술을 배우면서 많은 학대를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경력을 인정 받으면서 차곡차곡 오르다  해기사 면허 없이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은 직책인 조기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군대의 준위 계급과 비슷하다.

 

한 나이든 허연 머리의 조기장이 이마를 들이대며 보여 주는데  쪼인트 까인 것과 비슷한 상처와 흔적이 많고 꿰멘 자국도 있었다,  죄다 몽끼 스패너로 맞아 그렇게 된 것이라고 깊은 호흡을 하며 설명을 하는데 듣는 느낌이 묘하다. 내가 그렇게 한 것도 아닌데..

갑판부 에도 조기장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있는데 주로 이들이 실무를 맡다 보니 그들은 인니인 들의 일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으면 곧장 자기들의 과거를 떠 올리는지  과격하게 변해서 예전에 쫄따구 시절 당했던 것에 보상심리 차원으로 보이는 엄청난 욕을 퍼부으며 발길질도 서슴지 않았다. 그 때 그러한 행위들을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었지만  불행 하게도 나 역시 무뇌한 이었었다!

 

말을 모르지만 욕을 알아듣는 인간의 능력을 인니인 들을 통하여 확인 할 수 있었다, 역시 언어는 욕부터 배우는 게 맞는가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들끼리 쌍시옷 발음이 들어가는 욕을 곧잘 해대며 킬킬댈  때만 해도 장차 다가올 시련과 공포의 순간들에 대한 예상은 조금도 할 수 없었다.

당시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지만 그들이 바로 수년 후 발생한 AMBON사태와 더불어 수만 명이 사상한 난리의 주역들이었으니 우리의 무지였다고나 할까, 그들에 대하여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소통을 모르고 일방적 지시와 확인만 있다 보니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하나 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 하더니 결국, 인니 선원들의 스트라이크가 발생하고 말았다.

 

 

1992 6월 어느날..

배가 시끌벅쩍하여 갑판을 보니 수많은 인니인 들에 둘러싸인 1갑원이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구석으로 밀리고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도 당당하던 그가 어떻게 그렇게 무기력 한지 알 수 없는 노릇 이었다.

 

1갑원은 초기에 상황파악을 못하고 무식한  진압을 시도해 보았겠지만 수적 열세를 계산해 내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상대는 십 수명(1) 이었고 자기편 이라고 볼 수 있는 한국인 선원은  딸랑 4명 뿐 이었다. 그나마 2명은 다른 곳(기관실,식당)에 있었다.

 

1갑원의 폭언과 폭행, 그리고 착취에 불만을 품은 그들이 크로테스크한 마스크로 변하여 공포 분위기를 연출 하는 데는 별다른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소수가 다수를 다스리는데 있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인데  무식한 1갑원은 그걸 너무도 모르고 있었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건아임을 맘껏 과시하며 욕심을 채우다 파국을 초래하고 말았다.

1갑원은  스팔타커스의  반란군들에게 제압 당하는  무력한 로마 귀족과 다를 바 없었다!

 

 

1갑원은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배에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

 

상황이 긴박 했지만 그나마  다행 이었던 것은 스팔타커스의 부하들의 손에 들린 칼이 아직 1갑원의 목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과 1갑 이외의 다른 한국인 선원들에게 린치를 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리 중 하나가 각 삽을 높이 치켜 들더니 1갑을 잔인하게 내리칠 기세였다. 평소에 고분고분 하고 너무 친한적 이어서 동료들로부터 약간의 핀잔과 작은 야유를 받고 있던 선원인데 기회를 틈타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군중심리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내리치게 되면 많은 피가 솟구칠 것이고 피를 본 반란군들은 이성을 잃어갈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나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captain이 갑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니인 선원들을 자연스럽게 손으로 제치며 포위망을 뚫고 들어가 각 삽을 들고 있던 반란군을 아랑곳없이 지나쳐 1갑원 에게 다가서더니 미안하다란 말 한마디를 던지곤 갑자기 그를 사정없이 두둘겨 패기 시작 하였다.

전에 태권도를 하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엔 멋진 돌려차기로 장식하실 거라 기대 하였지만 그런 장면은 현실(흔들거리는 배) 에서는 불가한지 연출되지 안았다. 

 

그 기세가 너무 거세어 인니인 선원들이 끼여들 여지가 없었다. 어리둥절 하여 자기들 얼굴을 서로 바라보며 뭐라 뭐라 하는데 알아 들을 순 없지만 눈치로 보건데  captain이 자기들 편을 들어준다는 것을 알아 차린 것 같았다.

 

동태를 파악한 captain은 기회를 놓치지 안고 짧은 인니어로 몇 마디 하였다.

 

 

 

 

이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

미리 풀어주지 못한 점 미안하다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다.

 

한쪽에 고꾸라져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한심한 1갑을 쳐다보던 스팔타커스의 부하들은 만족한 듯 이내 본연의 보습인 선원들로 되돌아 갔다.

다수를 다스리는 정치적 쑈는 선박 내 에서 꼭 필요한 항목임을 깨우치는 순간 이었다!

 

인명사고 없이 수습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역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captain은 고스톱 쳐서 딸 수 있는 게 아니다

 

1갑은 자기 잘못을 인정했으나 인니인 들에게 몰매를 맞은 것이 못내 분한 모양 이었다. 게다가  B조 책임자로서 권위도 땅에 떨어졌고  전매권(잡어,상어 지느러미,해삼은 회사에서 상품으로 처리하지 안아 선박에서 임의로 처리 할 수 있었음,입항하면 짭짤한 수입원이 되었음, 이를 사관은 상관하지 안고 사기진작 차원에서 갑판부에 일임)을 상실하였다.

풀이 죽어 있는 1갑에게 captain은 정산 시 인센티브를 충분히 고려하여 지급 할 것을 약속하여 그의 심사를 헤아려 주었으나 2개월 후 입항 시 결국 그는 만취상태에서 인니인 들과  싸우다 부상을 당하고 선내질서 확립 차원에서 강제귀국 조치되고 말았다.

귀국 하는 날, 그는 길길이 날뛰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강제귀국 당하면 귀국경비를 포함하여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 때문 이었다. 귀국하면 지난날 맞은 것을 구실로 선상폭력을 곧장 해경에 고발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귀국한 뒤로 끝내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평소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영도다방 ㅇ양과 정신 없이 놀러 다니느라 해경의 해자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 없었다.   예상한 바였다!

 

 한번 휘둘린 선내 공기는 쉽사리 예전을 회복하지 못했다.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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