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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 뿌하하

무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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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nniba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8-06 23:08 조회3,11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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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전  술라웨시 마나도에서 불쑥 자카르타로 오신 장인,장모님...
도착 며칠전 방문소식을 접했을때만 해도 실제로 오시지  하리라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었던 배경은 다름아닌 장인어른의 건강상태 때문 이었다.
 
 한국나이로 금년 84 이신 장인어른은 재작년  낙상을 하시어 대퇴골에 금이가는 중상을 입으신후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한 건강은 장모님의 지극정성 병간호에 힘입어 많이 호전되기는 하였지만 결국 절름발이 신세를 면할  없었고 거기다 해를 더해 갈수록 약해지는 기력은 멀리있는 자식의 마음을 후벼 파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전 까지만 하여도 자가운전이 가능 하실 정도로 정정 하셨던 분이지만 한번 고개 숙이기 시작한 해바라기가  재아무리 좋은 비료를 쏱아부어도 머리를 쳐들지 못하는 것처럼  장인어른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식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수개월 전에는 임종을 앞두신  같다는 전화를 처가에서 받은 아내가 어쩔줄 몰라하며 펑펑 울면서 이렇게 말한다.
 
"다른 형제들은  얼굴 봤는데 멀리있는 나만  봐서 지금 임종도  하시고 저렇게 고통스럽게 버티고 계신것 같아요"
 
그럼 빨리  봐야지라고 말은 했으나  엄중한  현실에 발목을 붙잡힌 상태여서 쉽사리 실행   없으리라는 것을 나나 아내나 너무도  알고 있었다.
아내가 집을 비우면 세아이의 학교가 제일 큰문제였다큰놈이야 어찌  본다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와 4학년인 막둥이는 도리가 없다. 학교와 집의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은 어림도 없고 등하교에 소요되는 시간도 문제였다자칮 등하교중 무슨 사고라도 발생하면 천추의 한을 쌓게되는 셈이었다.
 
결정을  내리고 한숨만 내쉬며 엉거주춤 상태에서  아내의 간절한 기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깜빡 잠에 취했다 눈을 보니 아내는 표정없는 얼굴과  퉁퉁 부은 눈으로 밝아오는 새벽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내의 아버지가 사경을 헤메이시는데 곁도 지켜 드리면서 잠이 들다니..
역시 사위자식은 별 수 없는것 인가...
 
 
겸연쩍어 무슨 말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의 핸드폰의 심하게 몸서리를 치며 정적을 깨 버렸다.
순간 가슴 한구석이 허물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였다.
아내는  정도가 더했는지 풀썩하고 어깨가 한번 움직 이더니 쉽사리 전화기에 손을 가져가지 못하고 나직이 응시할  이었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라고 판단 하는것 같았다.
창문을 뚫고 들어온 여명에 투영되는 무표정 아내의 옆모습이 공포영화의 한장면 처럼 그로테스크하게 다가왔다.
 
아내는 한참을 응시하더니 결심한듯  전화기를 얼굴을 향하여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나는  신경을 곤두세워 아내의 입과 얼굴을 읽으려 집중 하게 되었다.
 
길지 않게 통화를 끝낸 아내는 또다시 눈물을 쏱아내기 시작하기에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안아 주며 등을 토닥이고 있었는데 나직한 목소리로 아내가 말한다
 
"엄마가 그러는데 아침에 많이 좋아지셨데요걱정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고.."
 
간밤의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간혹 절박한 상황에서 모아진 에너지는 이렇게 기적을 탄생 시키곤 한다.
 
그로부터 거짖말처럼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한 장인은 수개월  보란듯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물론 그옆엔 아름답게 늙으신 사랑스런 장모님이 해맑은 미소를머금고 한국사위가  좋아하는  음식이 담긴 커다란 보따리를 자랑스럽게 흔들어 보이셨다.
장모님은 내가 좋아하는 마나도 음식을  아내보다 파악하고 계셨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셨으니 음식 장만을 위해선 적어도 새벽 두시엔 기상을 하셨거나 아예 날을 꼬박 세우셨을 것이다,  성격상  전날 분주하게 시장에 가셔서 재료를 넉넉히 장만하여  온종일 다듬어  준비 하셨음은 안봐도 비디오다.
가슴이 뭉쿨해져 시야가 뿌옇게 변하여 인사를 제대로 드릴 없었다.
거리가 얼만데..
 여기가 어디라고 저걸 들고 오셨단 말인가..
막내딸 맘고생좀 시키지 말라는 뇌물성 이겠지만  버릇없이 타박만 일삼아대는 성질급한 한국인을 그래도 사위랍시고 손가락 끝에 노란물을 들여 가면서 직접 장만한 음식을 싸들고 오시다니..
사위사랑은 장모 사랑이라는 말이 한국에만 국한 되는게 아님을 다시금 절감하며 뜨거운 가슴으로 장모님의 양볼에 키스를 하는데 눈물이 주책없이 흘러 내렸다.
한국에 살면서 한번도 어머니를 뜨겁게 안아 본적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
한국에 가게되면 안아 드려야 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실로 간만에 대식구가 같이 식사를 이후 장인어른의 방문 목적을 비로소 짐작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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