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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인도네시아 제철소 수상한 출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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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슈렉1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6-26 09:04 조회10,576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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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2013년 12월23일 인도네시아에 30억 달러(3조504억원)를 투입해 해외 첫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크라카타우)를 완공했다.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업체인 크라카타우스틸이 7 대 3 비율로 투자했다. 정준양 당시 포스코 회장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양국 인사 500명이 화입식(고로에 첫 불을 붙이는 의식)에 참석했다.
화입식을 마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쇳물이 나오는 고로(용광로)의 출선구에 균열이 발생했다. 쇳물이 새나오면서 제철소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쇳물 유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사고가 났다. 출선구를 수리하고 풍구를 통해 뜨거운 바람을 다시 주입할 때였다. 작업자의 실수로 배관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가스가 들어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풍구에서 나오는 1200도의 열풍이 고로에 쌓인 철광석과 코크스를 녹여 쇳물을 생산한다”며 “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고로에 뜨거운 바람을 주입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 12월23일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오른쪽)이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한 후판 제품 위에 기념휘호를 적고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자료사진34개 풍구 중 12개만 정상 작동
지난 1월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 내정자는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릴 것을 지시했다. 보수를 위해 100명이 넘는 기술자가 인도네시아 사고 현장으로 급파됐다. 철강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포스코 내부에서도 “최소 3개월은 지나야 보수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3월7일 슬래브(쇠판) 제품 출하식 보도자료를 주요 언론사에 배포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해 보수 인력이 투입된 지 한 달 반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정준양 회장이 5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날이기도 했다.
기자가 만난 포스코 내부 인사들은 “3월까지 제품 출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제품 출하식은 쇼였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크라카타우의 상황은 심각했다. 34개의 풍구 가운데 10여 개만 빼고 나머지는 가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쇳물이 나와도 함량 미달이었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일관제철소 특징상 고로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다. 그동안 생산된 쇳물의 경우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버리거나 땅에 묻었다”며 “슬래브 제품 출하식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내부 인사들은 “사고가 터지자 회사는 은퇴 기술자가 대거 포함된 TF를 현지로 급파했다”며 “문제를 감추기 위해 은퇴 기술자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포스코 내부 인사들은 “포스코와 동양종합건설(동양종건)과의 관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동양종건은 1989년 설립된 자본금 60억원 규모의 건설업체다. 주로 제철소의 폐기물 처리나 배수로 공사 등을 맡아 왔다. 대주주는 35% 지분을 보유한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이다. 기획재정부도 5.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부처나 산하기관, 지자체,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관급 공사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주요 매출처는 포스코다. 2010년의 경우 전체 매출의 50% 정도가 포스코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동양종건의 내부 회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양종건의 매출은 2009년 600억원대에서 2010년 800억원대, 2011년 1000억원대, 2012년 11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800억원대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포스코건설 포함)에서 나온 매출은 212억원과 401억원, 406억원, 396억원, 3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부터 포스코건설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포스코건설에서 나오는 동양종건의 매출은 0원이었다. 2011년에도 1억원의 매출이 전부였다. 하지만 2011년 94억원, 2012년에는 140억원의 매출을 포스코건설에서 올렸다.
   
해외 법인의 매출은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 의존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 제철소나 브라질 CSP 제철소 사업의 경우 공사비만 최대 5조원대에 이른다. 동양종건의 경우 대부분 수의계약을 통해 공사를 따냈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동양종건은 제철소 건설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인도와 브라질 공사에서도 수의계약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제철소에서 난 사고 역시 동양종건이 중국산 저가 설비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발주처 사정으로 인도 사업이 취소되면서 동양종건에 대한 사업적 보상이 필요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인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도 국영제철소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했다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동양종건의 경우 포스코 협력업체인데다, 인도 법인도 있었다. 자체 인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포스코 측은 “그런 소문이 나왔지만 사실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사고 초기에 풍구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보수를 모두 마치고 정상적으로 조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라카타우의 건립 과정을 보면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표면적으로 제철소 건립은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총괄했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제철소 건립을 위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포스코 E&C 인도네시아(포스코 E&C)를 설립했다. 포스코건설과 동양종건의 인도네시아 법인 동양인도네시아(동인 E&C)가 각각 67%와 33%의 자본금을 출자했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건설업체의 외국인 보유 지분 한도는 67%”라며 “나머지 33%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포스코가 협력업체인 동양종건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동양종건에 특혜성 지원 논란
여기서 문제가 시작됐다. 포스코 E&C의 법인 정관에는 현재 ‘포스코건설이 의결권 100%를 갖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크라카타우의 지분 33%를 가지고 있는 동인 E&C가 의결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동인 E&C는 심지어 지난해에만 76억원대에 이르는 배당금 수령마저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포스코 E&C)은 2500만 달러를 포스코 건설에 배당했다”며 “동인 E&C가 33%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750만 달러(76억2600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종건은 2013년 12월 제철소 준공을 앞두고 출자금 41만2500달러(4억2000만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출자금 보상 외에도 이자와 직원 급여 명목으로 13만6000달러(1억4000만원)를 추가로 요구했다. 포스코건설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동인 E&C가 출자한 지분을 사들이는 안을 검토했다. 포스코건설은 출자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동인 E&C에 대여해주는 형식으로 지분 처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지분의 질권을 설정해두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동인 E&C 명의를 유지하고 있다”며 “향후 신규 합작사를 발굴하면 명의를 이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포스코건설은 인도네시아 법인으로부터 2000만 달러(배당세 200만 달러)를 배당받았다. 480만 달러의 법인세 환급금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의 배당 효과를 얻게 된다. 현지 법 위반과 투명하지 못한 자금 집행에 대한 논란이 향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사정기관에서도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자금 대여라는 허위 거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데는 문제가 있다”며 “분식 회계나 공사비 과다 계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준양 리스크’ , 권오준 회장이 떠안나 


업계에서는 현재 인도네시아 제철소 가동 중지로 인한 손해액이 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분기 영업이익에 조금 모자라는 규모다. 포스코는 2009년 2월 정준양 회장이 취임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5년간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계열사 수를 36개에서 71개로 늘렸다. 매출은 2009년 26조9539억원에서 2013년 61조8647억원으로 129.5%나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조1480억원에서 2조9961억원으로 4.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조1723억원에서 1조3552억원으로 57.3%나 줄었다. 양적 성장만큼 내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매출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감소세는 시간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최근 5년간 포스코의 주가는 32.37%나 빠졌다. 경쟁 회사인 현대제철 주가가 16.16% 오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해외 제철소 건립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인도 제철소 건립 사업은 포스코 내부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오디샤 주 정부와 제철소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9년간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올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하자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순방에 맞춰 화형식 시위를 벌이는 등 제철소 건립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사업 추진력이 고갈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제철소 문제까지 터진 것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정준양 회장 임기 안에 제철소를 준공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한 것이 원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칠레곤에 위치한 크라카타우는 연간 300만톤의 슬래브와 후판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제철소 건립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어떤 식으로든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은 권오준 회장에게 전가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사고는 권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사고 이후 현장을 방문해 복구 상황을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4 기업설명회’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열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기자들에게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의 경우 올해 말 영업이익 흑자를 목표로 했다”며 “이번 사고로 감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임 권오준 회장이 위기에 처한 포스코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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