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를 보는 두 가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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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9-30 06:46 조회844회 댓글0건본문
▲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전 하버드대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전 하버드대방문연구원
필자가 초빙교수로 와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우리 기업인의 시각은 극단적 두 가지로 나뉜다. 인도네시아는 기업의 천국이라는 시각과 규제와 통제가 많고 느려 기업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불평하는 시각이다. 천국이라고 보는 기업인은 더 좋은 세상에 대한 꿈을 실천하고 있고, 현지인도 빨리 움직여준다고 평가한다. 반면 기업하기 어렵다는 기업인은 현지 직원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는 가슴으로 하는 기업가와 머리로 하는 기업가의 차이다. 사람의 가슴을 얻은 기업인의 직원은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려고만 하는 기업인은 직원의 가슴을 터치하지 못해 기업가 자신만 바쁘다.
2억7000만 명,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많은 국가로부터 관심받는 기회의 나라다. 현재 2000여 개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다. 중국, 베트남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지만,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급속히 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기업 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상 기업인으로서, 이노사이클이란 자회사를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하이론그룹의 최정효 회장은 이곳을 기업의 천국이라고 한다. 최 회장은 매일 아침 출근해 회사와 임직원 모두 건강하게 잘되도록 기도한다고 한다. 이노사이클은 인도네시아에서 버려지는 펫보틀을 하루 천만 개씩, 한 달에 약 3억 개를 수거, 분리 후 재처리 가공해 재활용 섬유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 재생 기술 기업이다.
사람은 감동할 때 행동이 빨라진다. 사람은 언제 감동할까?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이 꿈이 자기 꿈이 된다고 공감할 때, 사람은 감동한다. 공감은 상대방에 대해 절실함이 있을 때 시작한다. 혼자 꾼 꿈은 그냥 꿈이지만, 함께 꾼 꿈은 비전이 된다. 직원이 꿈에 공감할 때 기업의 비전이 된다. 이것이 공감의 힘이다. 이때 직원에게 권한을 위양(empowerment)하면 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진다. 권한 위양이란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는 인정 욕구다. 인정받은 사람은 스스로 일하고 싶어 한다. 가슴으로 하는 기업가는 이렇게 꿈과 공감을 통해 구성원의 일에 대한 욕구를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반면 시스템을 만들고 통제하려고 하는 기업가는 직원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성과가 안 난다고 한다. 자신은 죽도록 열심히 일하는데 현지인이 느리다고 토로한다. 이런 기업인은 현지인이 갑이고 스스로 을이 돼 열심히 사람을 찾아 다닌다. 그러나 결국 성과 창출에 실패해 힘들어한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4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 기업가의 경영 마인드를 사람 중심으로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을 실천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렵게 진출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한국 기업의 영업 방식도 머리로 하는 거래 지향적 영업에서 가슴으로 하는 관계 지향적 마케팅으로 바뀌어야 한다. 목표만 밀어붙이는 영업 방식은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따뜻한 가슴이 없으면 사람을 움직이기 어렵다.
애덤 스미스가 갈파한 사회의 질서 원칙 1번은 공감이다. 자연 세계에 중력이 있다면 인간 세계에는 관계의 법칙이 있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믿어라. 시스템과 제도로 관리하는 방식은 관료제다. 관료제를 움직이는 힘은 명령과 매뉴얼이다. 그러나 시스템은 어제 상황에서 최적화된 매뉴얼이다. 오늘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혁신의 대상이다. 시스템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공감하고 권한을 주지 않는 곳에서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은 관리자의 사고다. 가슴으로 하는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으로 인도네시아인과 한국 기업이 상생하면서 동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