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집 문 열면 바닷물이 출렁"…가라앉는 인도네시아 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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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9-27 09:23 조회604회 댓글0건본문
▲현관문 앞까지 다가온 바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와주 프칼롱안군 어촌 스모넷에 도착하자 길을 안내하던 가이드가 "차로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보트로 갈아타 물 위를 달리며 지도 앱을 켜보니 지도상에는 육지 위를 이동하는 것으로 표시됐다.
보트로 5분 정도를 달리니 작은 모래섬이 나타났고 그 위에는 쓰러질 것 같은 벽돌집 한 채가 있었다. 스모넷 마을의 유일한 거주민 수로소(57) 씨의 집이었다.
▲드론으로 찍은 수로소 씨 집
기자가 찾았을 때는 해안선이 집 밖에 있었지만, 만조때면 어김없이 바닷물이 집 안까지 들어와 수로소 씨 가족은 1층을 버려둔 채 집 다락과 야외에 만들어 놓은 원두막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의 집은 계속해서 바닷물이 집을 들락거리면서 조금씩 부서지고 있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이미 옆집은 지붕이 날아갔고 벽은 무너져 낚시꾼들의 낚시터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는 "이웃들은 집에 물이 들어오자 다른 집을 구해서 나갔지만 우리는 돈이 없어서 아직 살고 있다"라며 "집만 구하면 하루라도 빨리 이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관문 앞까지 다가온 바다
그는 "어릴 때는 집에서 바다까지 1㎞ 넘게 떨어져 있었고 바다와 집 사이에 다른 집들도 많았다"라며 "그전에도 홍수가 나면 한 번씩 집으로 물이 들어왔지만, 어느 해부턴가 홍수 후 물이 빠지지 않더니 집터가 섬으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수로소씨와 가족들이 생활하는 원두막
박한산 MTCRC 센터장은 "해안 침식은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에 따른 지반 침하, 해안 공사의 영향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라며 "무엇이 우선인지는 정확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지만 결국은 인간이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모넷 마을 해안선의 변화
이곳엔 10여 채의 집이 있었지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안 바닥은 타일이 깨져 있었고, 바다에서 밀려온 검은 흙들로 가득했다.
스모넷 마을 주민이었던 리스완디(36)씨도 2000년대 초만 해도 집에서 해안선까지는 500m 넘게 떨어져 있었다며 "이전에는 남자들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여자들은 재스민 농사를 지었는데 어느 해부턴가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버려진 모스크
그는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인데 물만 안 들어오면 다시 돌아와 살고 싶다"라며 "부모를 잃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살 수 없는 상태지만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로부터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스모넷 마을 대표인 수가유노(54)씨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생필품을 모아 도와주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원은 없다"라며 "스모넷 주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정부에서 몇 차례 조사하러 다녀간 것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라고 말했다.
▲"매일 아침 여기까지 물이 찹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의 분석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까지 인도네시아 해안에 사는 2천300만 명이 해양 홍수의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교(ITB) 해양학과 이본 밀리크리스티 라자와네 교수도 "2000년과 비교해 2040년에는 해수면이 50㎝ 상승하고, 해수면 온도는 최대 2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는 산호 등 어족자원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50∼60%가 해안 지역에 살고 있어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바닷물이 들어온 재스민 밭과 마을
자카르타 북부 해안지역은 연평균 7.5∼13㎝씩 지반이 내려앉고 있어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2007년부터는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 들어오는 일이 만조때마다 반복해서 벌어진다.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원은 해수면 상승과 지반침하 문제가 겹치면서 2050년에는 자카르타의 3분의 1이 수몰되고 2100년에는 대부분의 해안 도시가 물에 잠길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겨 버려진 자카르타 가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400억 달러(약 57조 원)를 들여 자카르타 만에 있는 기존 해안 댐 30㎞를 보강하고, 인공섬 17개와 추가 방조제를 건설하는 '그레이트 가루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칼리만탄섬에 행정 수도를 새로 짓는 수도 이전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자카르타 북부 대 방조제 건설 계획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464496?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