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아랫쪽에 무거운것 쌓으면 왕초보
가벼운 것부터 밑에 넣고 무게 나가는 물건일수록 등판 가까이 위쪽으로
등산에 필요한 물건들을 늘어놓으면 한숨만 나온다. 등산배낭을 효율적으로 꾸리기만 해도 훨씬 힘이 덜 든다. 미리 겁먹지 말자. 우리도 엄홍길 대장처럼 웃으며 등산할 수 있다.
등산을 할 때는 최대한 가볍고 편안한 차림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무게는 등산의 적이다’ ‘등산은 무게와의 싸움이다’ 같은 격언을 지나가다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실천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등산을 하려면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꼭! 반드시! 가져가야 할 준비물이 열 가지가 넘는다. 산 좀 탄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니 무시할 수도 없다. 초보들은 고민에 빠진다.
‘아니 이 많은 걸 가져가라면서 짐을 가볍게 꾸리라는 게 말이 돼?’
그때 거금을 들여 구입한 배낭이 눈에 들어온다. 편안한 멜빵과 푹신한 허리벨트가 위안을 준다. 배낭이 ‘돈값’을 할 거란 기대에 무거운 짐을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그러다 공간이 남으면 산에서 독서나 즐겨볼 요량으로 읽던 책도 한 권 넣는다.
초보들은 모른다.
이렇게 배낭을 싸는 순간 이미 무게와의 싸움에서 지고 들어간다는 것을. 제 손으로 차곡차곡 자신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 초보들을 위해 엄홍길 대장(53·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이 직접 나섰다. 그가 초보들에게 어떻게 하면 등산을 즐길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갰다.
“산에 오르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배낭 싸기죠. 그러나 잘 싸지 못한 배낭은 오히려 등산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꾸려야 할까
사람들은 ‘안정감’의 개념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무거운 것은 아래, 가벼운 것은 위에 있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닥에 내려놓는 짐의 경우에는 그 말이 맞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메고 가는 배낭에까지 이런 생각을 적용해선 곤란하다.
잘못된 짐 싸기는 즐거운 산행을 극기훈련으로 만들어버린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해’라며 이를 앙다무는 사람 중 상당수는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주목하자. 평생을 산과 함께한 엄 대장의 배낭 싸기 노하우를 단번에 내것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니까.
기본원칙은 간단하다. 무거운 물건은 위쪽, 가벼운 물건은 아래쪽이다. 그리고 무거운 물건은 등과 붙는 쪽에, 가벼운 물건은 등과 먼 쪽에 배치하라. 배낭은 어깨로 메고, 등으로 받치는 물건이다. 그러니 무거운 물건이 어깨와 등에 가까운 곳에 있어야 힘이 덜 든다. 무거운 짐이 몸과 떨어진 곳에서 대롱거리면 훨씬 더 힘이 들지 않겠는가. 이해가 되는가? 그럼 이제 외워야 할 차례다. 문제를 풀려면 수학공식을 외워야 하는 것처럼.
배낭은 보통 몸체 부분과 상단 덮개 부분으로 나뉜다. 상단 덮개의 주머니는 수시로 꺼냈다 넣었다 해야 하는 헤드랜턴 모자 장갑 등의 자리다. 몸체 양쪽에 있는 망사주머니에는 물병과 간단한 행동식이 들어간다. 이런 곳들은 무게보다 편의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몸체 부분에는 철저히 무게에 따라 물건을 배치한다. 일단 맨 위에서부터 맨 아래까지를 5등분해 파트 1∼5로 이름 붙인다. 맨 윗부분인 ‘파트 1’의 등 쪽은 가장 무거운 물건의 차지다. 암벽등반 장비 같은 철제 제품들이 그에 해당한다. 윗부분의 바깥쪽에는 보온병 등 무게가 조금 덜 나가는 것을 배치한다.
버너와 코펠 등 취사도구는 ‘파트 3’에 넣으면 된다. 그러면 ‘파트 2’에는 어떤 물건이 들어갈까. 기본원칙을 깨고 보온용 재킷 등 의류를 넣는 게 적절하다. 원칙을 따른다고 배낭 위쪽에 무거운 것만 배치하면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물건들 사이에 가볍고 딱딱하지 않은 의류를 넣으면 무게를 분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완충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래쪽인 ‘파트 4’에는 속옷이나 갈아입을 옷 등을, ‘파트 5’에는 침낭을 넣으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배낭을 싸면 똑같은 20kg의 무게라도 15kg짜리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반대로 마구잡이로 물건을 쑤셔 넣으면 본래 무게보다 더 무거운 25kg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엄 대장이 초보들에게 조언한다.
“배낭은 겉(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안이 더 중요합니다. 꼭 필요한 것을 배낭에 얼마나 잘 분배해서 집어넣느냐에 따라 등산의 즐거움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거든요.”
보너스 팁 세 가지
사실 ‘배낭 싸기 요령’은 딱 한마디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엄 대장의 입에선 꼭 알아둘 만한 정보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하나가 ‘잡주머니 활용’이다. 배낭 싸기 방식을 아무리 잘 따른다 해도 이동을 하다 보면, 또 배낭을 한두 번 뒤지다 보면 물건들의 위치가 섞이기 마련이다.
겉옷은 겉옷끼리, 속옷은 속옷끼리, 취사도구는 취사도구끼리 한 주머니에 싸두면 그럴 걱정이 없다. 양말 한 켤레를 찾겠다고 온 가방을 뒤지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잡주머니가 없다면 비닐봉지에 싸서 넣어도 상관없다.
두 번째 팁은 ‘대형 비닐을 활용한 배낭 내부 방수처리’ 요령이다. 많은 배낭이 생활방수를 표방하고 있지만 갑자기 내린 비에 모든 물건을 지켜내기엔 역부족이다. 의류 등이 젖으면 입을 수도 없지만 당장 무게가 무거워진다. 배낭보다 큰 비닐봉지 하나를 구해 배낭 안에 넣고, 그 안에 물건들을 쌓으면 폭우 속에서도 소지품이 완벽히 보호된다. 특히 여름철 산행 때 적용하면 좋다. 엄 대장의 경우는 눈 위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화물 배낭에 이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다. 바로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기’다. 아무리 가벼운 물건이라도(이를테면 빈 생수병)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게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 미세한 차이는 균형감에도 영향을 줘 산행을 힘들게 만든다.
또 손 하나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돼 험한 길에 들어섰을 때는 위험이 배가된다. 그러니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도 무조건 배낭에 넣는 것이 좋다고 산악인들은 말한다.
그들이 유일하게 손에 들기를 권하는 물건은 등산용 스틱이다. 그것도 하나보다는 양손에 모두 들어야 편하게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초보들이여! 그의 잔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이런 철저함과 세심함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엄홍길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tip : 제 경험인데 당일치기 산행은 25리터 정도가 딱 인것 같습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서도 추위나 돌발에 대비한 준비는 필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준비가 작으니까요. 1박을 하려 한다면 기본 40리터는 되야 할 것입니다. 포터가 있다면 그 또한 예외일 수는 있습니만...
위의 내용은 한국 기후에 맞게 설명이 되어 있으니 본인에 맞게 취사 선택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완벽한 준비와 베낭 꾸리기는 산행의 기본입니다.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을 위하여는 약간의 지식이 동반되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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