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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구원 | 인터넷 문학상 성인부 우수상 <이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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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10 14:54 조회9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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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한*안니문화연구원장상

보니의 편지   Surat Bonny    

                                                       이강현 KOCHAM


토요일 아침, 아직 곤히 자고 있을 막내얼굴이 보고 싶어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아직 새근새근 꿈나라에 있는 막내 손에서 멀지 않은 침대 언저리에 한 장의 영문 손 편지가 눈에 들어온다.


“사랑하는 보현에게

1년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보현이가 영어와 수학, 읽기, 쓰기도 많이 늘었고 항상 엄마 아빠 말도 잘 듣고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할 일이 있다면 태블릿과 TV를 너무 오래 보면 눈이 나빠질 수 있으니 정해진 시간에만 보기 바란다. 형과의 약속을 잘 지키면 내년에 올 땐 정말 멋진 선물을 가져오겠다. 형은 보현이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방학을 맞아 1년 만에 집에 돌아와 저녁엔 동생의 숙제를 도와 주고 오랜만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방학이 끝나자 어제 다시 미국에 있는 학교로 돌아간 큰 아들 보니가 막내 보현이에게 남기고 간 마음의 선물이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고 언어와 신체 발달 장애가 있는 막내를 가까이에서 보살피지 못하는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혹시나 주변에서 막내가 마음을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막내에 대한 사랑이 가득 묻어나는 큰 아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어쩜 이렇게 막내 눈높이에 맞게 편지 앞뒤로 빼곡하게 사랑을 담아 편지를 쓰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아빠인 나도 못하는 마음의 전달을 우리 큰 애는 하고 있구나. 큰 놈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앞으로도 평생을 장남으로서 어찌 보면 책임감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부담감을 느껴왔을 법도 한데···’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 이번엔 둘째 방에 들어갔다. “혹시 형이 너에게 편지 남겼니?” “응, 아빠” “아빠가 좀 볼 수 있을까?” “응, 여기···”

막내에게 쓴 편지보다 훨씬 단어도 어렵고 빡빡하게 쓴 편지다.


“보람아

두 달 동안 집에서 지내며 네 덕에 다이어트를 하게 되어 고맙다. 너는 어쩌면 그런 강한 마음으로 그렇게 좋은 몸을 만들었는지 부러워서 나도 너를 따라 두 달을 꼬박 몸만들기에 매달렸다. 학교에서 형이 유명한데다가 엄마 아빠 관심이 형과 동생에게 쏠려서 네가 표현은 하지 않았어도 섭섭하고 힘들었을 텐데··· 이젠 네 세상이다. 넌 이 형보다 훨씬 많은 지혜와 능력이 있으니 앞으로는 너의 세상이 될 거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둘째에게 남기는 첫째의 격려 편지는 남자 형제간 나누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대화였다. 이렇게 내 큰 아들 보니는 두 동생에게 마음의 편지를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국제결혼을 하고 가진 첫 아이에 대해 우리 부부는 너무 궁금한 게 많았다. 애는 과연 누구를 닮았을까. 피부는 어떤 색 일까. 딸일까 아들 일까. 병원에서 딸 일 것이라는 소릴 듣고 ‘엄마를 닮아야 이쁘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삿갓 아저씨가 장담하건 데 아들이란다. 루마사낏 분다 병원에서 아내 손을 잡고 가슴 졸이며 산통을 지켜본 끝에 사내아이에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신이 난 김삿갓 아저씨는 식당을 비우기까지 하면서도 아침저녁으로 미역국을 끓여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큰 아들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인도네시아 이름, 한국 이름, 영어 이름 다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이름이 무엇일까 3박 4일을 고민하다 내 인도네시아 절친 이름인 보니(bonny)로 정했다. 이보니. 인도네시아에 보배가 되라는 뜻으로.


보니 돌잔치를 하려던 98년 5월 한국에서 아버지가 오셨는데 바로 그날이 몸서리 쳐지는 인니 폭동 일이 돼버렸고, 먼 길을 오신 아버지는 결국 돌잔치는커녕 집안에만 갇혀 지내시다 폭동이 수그러진 날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셔야만 했다. 


이번엔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집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다. 국적은 인도네시아보다는 아버지 국적인 한국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지만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는 것 자체가 꽤 복잡하고 힘들었다. 아이 엄마가 한국인이 아니고, 인도네시아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려다 보니 아이를 내 호적에 못 올린다고 했다. 이래서들 아이를 호적에 못 올리고 그냥 산다는 국제결혼 부부들이 많은가 보다 싶었다. 한국에 있는 구청에 여러 번 전화하고 실랑이를 벌인 끝에 얻은 결론은 아이 엄마를 한국 호적에 올리고 보니를 출생 신고한 뒤 호적에 올렸다가 아이 엄마는 6개월 이전에 다시 호적에서 지우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나서, 드디어 보니를 한국 호적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 고민은 당장 보니와 의사소통을 어떤 언어로 할 것 인가였다. 인니어, 영어, 한국어... 결국 집사람이 한국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당시 휴직 중이었던 승무원 생활을 아예 접고 대학의 한국어학과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남자와 결혼했으니 한국 문화와 언어를 습득해야 우리 가족들과 소통하고 아이한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집사람은 보니가 4살 때부터 직접 한국어 읽기 쓰기를 가르쳤다. 영어 유치원과 영국 학교를 보냈지만 방과 후엔 한국 아이들끼리 모아 한글을 공부시켰다. 집사람은 한글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 아이들 엄마 중에 한문을 써가며 자신을 깔아뭉개는 한국 여자가 있다며 잠자리에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독하게 한글과 한문을 익히고, 그 모든 걸 보니에게 가르쳤다.


보니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내가 한국으로 발령이 나서 온 가족들이 한국에 들어가 3년을 지내게 됐다. 곧 다시 인도네시아로 나올 생각에 나는 보니를 국제학교에 보냈지만 집사람의 ‘왜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지내는데 한국학교에 보내지 않느냐’는 이치가 맞는 고집과 설득에 마지막 1년을 한국 학교에 보냈다. 보니는 그 1년이 한없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하며 지금도 한국에 갈 기회가 생길 때마다 분당 내정 초등학교를 꼭 방문하곤 한다.


한국학교에서 처음 접한 국사, 윤리, 사회 등 새로운 과목을 공부하며 머리가 쥐가 나던 아이는 노력을 거듭한 끝에 성적을 바짝 올리기 시작하더니 80점짜리 시험지를 집사람에게 내밀었다. ‘왜 90점을 못 받아왔냐’고 아쉬워하는 엄마에게 아들은 엉엉 울며 ‘내가 지금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죽을 각오로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는데, 언제 이 외줄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나에게 이 외줄에서 뛰어다니라는 엄마는 너무 심하지 않냐’고 울부짖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방글라데시로 발령 난 아버지를 따라 그 어려운 환경에서 3년을 보내며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 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던 보니는 질풍노도라는 사춘기에 어리광도 없이 착하고 건강하게 중학교를 마친 고마운 큰 아들이다.


인도네시아에 다시 돌아와 자카르타 미국국제학교(JIS)에 다니며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퍼쿠션으로 신나게 드럼을 치고, 농구 선수로 활약하고, 연극도 하고, 봉사 활동도 생활화하며 열정적인 고교 생활을 보냈지만 ‘나는 한국인인가? 인도네시아인 인가? 국제인 인가?’하는 정체성을 고심키도 했다. 보니는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다짐으로 JIS 학생회장 선거 연설에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마음으로 학생회장에 임하겠다.”고 선언한 3분짜리 기조연설은 내가 보기에 스티브 잡스보다도 더 뛰어난 명연설이었다. 그리고 보니는 그 1년간 학교의 모든 학생이 하나가 되기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며 실천하는 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열정적이고 모범적인 학생회장으로 학생들 기억에 남아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과 국제 정치학에 관심이 있던 보니는 이젠 의젓하게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미국 대학 생활에서 자신이 더 완벽한 한국인, 그리고 인도네시아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어, 인니어 등 양국의 언어뿐만 아니라 두 나라 정치, 경제, 문화 습득에 매진하며 그 누구보다도 바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내 큰 아들 보니는 너무 바르고 건강하게 잘 성장해 주었다. ‘아빠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가 전혀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내가 하루하루 더 많이 아들에게 배우고 산다.


“사랑하는 내 큰 아들 보니야!

큰 아들로서의 책임감과 굴레에 얽매이지 말고 너무 잘 하려고도 하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네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해라. 이 아버지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 같은데, 네게도 그런 모습이 가끔 보여 무의식적으로 아버지가 너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되기도 한단다. 이 넓은 세상에서 네 마음껏 즐기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라. 그 삶에 가족 간 우애와 사랑이 여유로 더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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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에이 팔불출..... 마누라. 자식 온통 자랑 질이어서 독자 분들에게 송구할 따름입니다. 두 달 전 장남이 미국으로 떠난 날 막내에게 남겨준 편지를 읽고 그날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몇 자 적어 본 글을 탈고도 없이 그대로 인터넷 문학상 공모전에 보냈는데 이런 영광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가슴에 품고 웅대할 내 자식들에게 이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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