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원 | 인터넷문학상 학생부 장려상 - 한인니문화연구원상 '인니의 색깔과 향기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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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1-27 20:47 조회4,811회 댓글0건본문
인니의 색깔과 향기에 젖다
홍수빈 (JIKS 8학년)
인도네시아에서 8년째 살고 있지만 나라의 문화보다 더 눈길이 가는 건, 내 주변 사람들의 성향이다. 사람의 성격에 관심이 있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한 지역, 한 문화에서 지내던 사람들끼리는 성향이 비슷한 느낌이 있다. 주시하지 않으면 놓칠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닮아 있다. 사람마다 성격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자세히 보다 보면 나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내가 가장 많은 사람을 겪는 곳은 학교다. 한국국제학교라서 몇몇의 학생들을 빼면 다 한국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나는 앞서 말한 사람들의 성향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대부분 교우 관계일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무리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 무리들을 살펴보면, 자카르타에서 어릴 적부터 살던 아이들과 한국에서 갓 전학 온 아이들이 다른 무리에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아이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도 학년이 더해질수록 보이지 않는 그 선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예외도 분명 있지만.
사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나름의 계기가 있다. 같은 반에 친한 남자아이가 있다. 같은 유치원까지 나왔지만, 작년에 같은 반이 되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작년부터 올해 말까지 봐왔던 그 친구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많은 아이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앞서 말했던 4~5명의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 친구와 한 명은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던 아이고, 세 명은 작년에 갓 전학 온 남자 아이였다. 그렇게 이루어진 무리는 분명 잘 지내는 것으로만 보였지만 학기가 바뀌면서 천천히 달라졌다. 아주 자연스럽게. 서서히 그 아이와 노는 시간들이 적어지고, 딱히 따로 놀려고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 아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았던 다른 한 명의 아이도 그 무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어울리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무리에 형성되거나 어울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성향의 차이가 그 무리에 이변이 오게 한 것일까? 이렇게 그 아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지켜보고 탐구했던 결과,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인도네시아에 오래 살았던 그 친구는 한국에서 갓 온 아이들보다 약간 여성스러운 성격이 있다. 행동은 누구보다도 남성스럽지만 마음이 더 여리고 조금 더 감성적인 면들이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에 더 목말라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로서 나름 표현하고 표현 받고 싶어 했다. 그 아이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오래 살던 아이들은 좁은 교류활동을 해서인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어울려 놀아왔다. 하지만 전학 온 아이들은 겉모습은 어떨지 몰라도 여자라면 완전히 여성스러운, 남자라면 완전히 남성스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요소로 국제학교라서 다른 학교에 비해 한국의 문화와 가장 가깝다고 해도 각자의 나라에서 자주 얘기하던 주제나 관심사들이 다르다. 익숙한 것들이 편하다고, 새로운 사람에 맞추어 조금씩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방향들에 맞추기 힘들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것들을 찾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더 안정적일 것이다. 우리 학교에는 부모님께서 인도네시아 분이신 친구들이 있다. 보통 여권 상, 인도네시아 국적을 갖고 있다거나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 중 한 여자 아이와 같은 반이 되어 가벼운 교류를 한 적이 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중국 계 인도네시아 분이시고 아버지는 한국에서 일로 오셨던 분이시다. 그 아이는 나와 같은 동네인 CIbubur에 살고 있어, 몇 번 집에 들락날락 거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게 사귀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 성향의 차이였던 것 같다. 나에게 그 아이는 순하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았던 존재였다. 그 아이는 인도네시아 국적을 갖고 어릴 적부터 비슷한 배경의 아이들과 주로 놀던 아이였다. 같은 여건의 아이들끼리 노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비슷한 배경은 비슷한 관심사나 성향을 갖게끔 한다. 나름 괜찮은 친구였는데 얕게 교류했던 점에 뒤늦게야 후회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의 오랜 생활로 은은하게 풍기는 나름의 장점들도 있다. 현지 사람들의 특유의 성향인 자유로움과 느긋함이 삶에서 여유를 즐길 줄 알게끔 도와준다. 그리고 사람들의 순수함에 여러 가지를 배우곤 한다. 인도네시아의 일년내내 일관성 있게 더운 날씨 때문인지 이곳의 사람들은 웬만한 일들에는 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행동한다. 나도 인도네시아에서 8년째 살고 있어서인지 몸에 밴 느긋함이 있다. 한국에서 처음 왔을 땐, 7살임에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느긋함 때문에 투정한 적이 꽤나 있다. 특히 나의 부모님은 설렁설렁 넘어가는 일 처리에 골치를 썩힌 적도 많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많이 부딪히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다. 다른 문화도 포용할 수 있는 관대함이 없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현지인들은 인상을 찌푸린다거나 일을 빠르게 수행하게 되진 않았다. 작은 일엔 대충 넘어가는 대범함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식사 풍습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음식을 만들어 저장해 놓고 조금씩 덜어먹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먹을 만큼을 만들어 놓는 모습이나, Padang처럼 많은 요리들을 넒은 접시에 담아 놓고 골라 먹는 풍습들도 이 나라 특유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처음엔 이런 점들이 게으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나도 닮아가는 모습이 느껴지는 상황들이 재미있다.
이번 여름, 오랜 만에 한국에 찾아가서 친가 쪽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와 우리 네 식구의 생활 모습은 꽤나 차이가 있었다. 전체 인생 분의 자카르타에서 산 시간의 비가 가장 많아서 그런지 나는 우리 가족 중에도 인도네시아의 느긋함이 많이 배어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가장 많이 답답해 하셨다. 나의 생활 패턴이 유달라서일까? 나는 목욕, 식사, 외출 준비 등 아주 사소한 점들도 한국의 가족들과는 많이 달랐다. 한국의 가족들은 항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특히 나는 원하는 시간에, 기분이 내킬 때 모든 일을 했다. 하지만 나름의 우선순위나 규칙이 있었기에 나태하다며 잔소리 하시던 할머니께서도 이내 나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셨다.
이번에 한국을 가지 않고 우리 가족끼리만 지냈다면 소홀히 생각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도 한국 사람인지라 인도네시아 사람들에 비해서는 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로서가 아닌 직접 경험하고 나니,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나의 움직임이나 행동들을 보고 가볍게 ‘나태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또, 조급하게 무언가를 실행하다 어떤 것들을 빠트리는 실수를 줄이고 긍정적인 면모를 찾는 장점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모르는 로봇 같은 사회에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나는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작은 일에도 웃을 수 있는 것에 인도네시아에서의 삶이 감사하다. 이런 점들은 한국에서 온 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2년 된 사람들의 말들 덕에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이번에 새로 오신 젊은 여자 선생님이신데, 한국에서 오니 이 곳 사람들의 순수함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옆에 앉은 짝에 말에 또 새로운 생각에 잠겨 볼 수 있었다. 교실에서 우리는 쉬는 시간 등에 갖가지 농담 따먹기를 주고받곤 한다. 흘러가는 이야기에 반 전체가 깔깔대며 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내 짝은 지나가는 말로 “ 이 학교 애들, 별 거 아닌 거에도 정말 잘 웃는 것 같아.” 라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그 말에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툭 던진 한 마디에도 크게 반응하는 모습들을 보고 기분이 좋았던 적이 꽤나 많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자매결연을 한 다른 현지 학교들을 견학해보면 현지 학생들의 맑음을 오롯이 볼 수 있다. 작년 수학여행 때, 우리 학년 전체가 Lido에 있는 현지 학교를 방문했는데 우릴 맞이하는 모습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곁들여 있었다. 몇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아주 작은 공연에도 크게 환호해주며 반겨주었다. 이런 점들을 보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많음에도 전체적인 성격은 현지 사람들과 많이 닮아있다.
나도 한 곳에 모인 사람들의 성격이 이렇게 비슷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겉으로 보이는 성격을 보며 참 다르다고 생각해 왔다. 또한 내 주변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인도네시아의 성향과 이렇게 닮아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보고 듣는 것이 같아서인지 많은 면들이 겹치고 공통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느낄 수 있었다. 위에서 본 예시들로 알 수 있듯, 역시 한 곳에서 오래 살며 그 곳에 적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곳에 걸 맞는 성격을 띄우기 마련이다. 동물의 적응 본능 때문인지 작은 것 하나하나도 사람들을 그 나라의 배경이나 성질에 맞게 변화시킨다.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문화는 사람들의 성격에도 영향을 끼쳤고, 그 성격은 많은 나라의 재외국민들에게도 전파되어 우리에게까지 왔다. 그 전파된 성격은 다양한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국 같은 색깔과 향기를 지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이해와 배려가 깔려 있다. 어떤 낯선 곳을 가더라도 인간 본연의 인정과 애정이 있다면 그 곳은 고향처럼 익숙해질 것이다.
선생님의 권유로 이번 인터넷 문학상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길이의 글은 써 본 적이 별로 없었던 터라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주제 정하기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이야기라는 열린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이었지만 인도네시아에 대해 마땅히 쓸 이야기가 없는 제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해보고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저에게 조금 벅차고 어려운 주제일 수 있고 사람의 정서를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글로 다룬다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제 생각들과 경험들을 솔직하게 써보자는 심정으로 최대한 정직하게 써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정서에 지역의 문화와 성향이 담기는 점들이 재미있어 관심을 가지고 생각에 잠긴 적이 많았습니다. 이것으로 하나의 글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경험해 보아 좋았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참 많은 생각들을 한 것 같습니다. 지나간 경험들도 많이 돌이켜보고 주위 사람들과의 일들도 회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이라면 공감할 만한 현지인들의 이야기도 담느라 주변에 가사도우미나 기사 분들의 대해서도 많이 관찰해 보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좋았고 상까지 받게 되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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