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기관 > 안남미(安南米), 식은 밥과 찬밥 사이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1406)
  • 최신글

LOGIN

한국문인협회 | 안남미(安南米), 식은 밥과 찬밥 사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1-02 18:26 조회675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494691

본문

안남미(安南米), 식은 밥과 찬밥 사이

 

김주명

 

K-열풍이 뜨겁다. 지구촌 어디에서라도 그 열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해외 거주 한국인도 7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어디에도 쉽게 한국을 접할 수 있다. 이 열기 속에서 K문학의 도약을 눈여겨 볼만하다. 인도네시아에도 한국의 소설이 번역되어 서점가에 진출하였고, 시도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 때문일까? 보다는 소설에 대중의 관심이 우선 집중되고 있다. 2016년에는 문정희 시인의 시선집을 시작으로 공광규 시인, 최준 시인의 시가 번역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필자도 반가운 마음으로 출간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시의 맛을 전하는데 함께 했던 기억이 새롭다.

4766f321089db6da2b18dd39c38d6af2_1672658

 

 

다시 밥 이야기로 돌아오자. 이제 안남미로 지은 밥이 왜 부석한 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우선은 안남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이고, 쌀을 불리지 않고 찜솥으로 찌다 보니 우리의 입맛에는 더욱 부석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게다가 다 된 밥을 또 억지로 식혀서 먹으니, 그렇다면 쌀을 미리 불려 냄비에 조금씩 밥을 해서 바로 먹으면 되겠는데?

정말 그랬다. 정답은 냄비밥이었다. 그 뒤 줄곧 필자는 동네 들녘에 자라는 안남미로도 찰진 밥을 짓는 밥 당번이 되어야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식은 밥이다. 이방의 아내에게 식은 밥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여기 말로 식은 밥을 이야기하자니, 자연스레 찬밥으로 번역되어 버린다. 이때 K문학의 선두주자인 문정희 시인의 찬밥이란 시가 스친다. 찬밥을 먹는 화자를 통해 어머니를 회상하는 다소 슬픈 시로 기억되는데, 마침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도 되어있으니 아내에게 내밀었다. 가볍게 놀라기도, 또 더 가볍게 웃으면서 한참을 읽더니 고개를 끄떡인다. 비로소 내가 찬밥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4766f321089db6da2b18dd39c38d6af2_1672658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냄비밥의 명성(?)이 동네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밥이 모지라거나 아이들 밥이 필요한 이웃이 내가 지은 냄비밥을 맛보면서, 미스터 김의 집에는 늘 먹기에 좋은 따뜻한 밥이 있다는 것이 삶의 공식처럼 굳어졌다. 그리고 동네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면, 또 밥 당번이 되어 밥만 챙겨 오라고 하니, 매번 밥 짓는 양이 늘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는 잔치 준비로 분주한데 뒷집 사람이 나를 찾는다. 내일 잔치에 쓸 밥을 오는 저녁에 미리 해야 하는데, 필자를 부른 것이다. 잔치라고? 잔치라면 밥하는 양이 어림잡아도 쌀 100200kg은 쉽게 하는데,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또 강권하고, 내심 낯선 이방인과 함께 잔치 준비를 하자는 것일 수도 있고 해서 따라나섰다. 그리고 꼬박 하룻밤, 장작불을 때 가며 밥만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온다. 잔불 정리하고 집에 가려는데 고생했다며, 혼주 측에서 준비한 약간의 쌀과 닭 한 마리(살아 있는)를 내민다. 그렇게 미스터 김의 밥 짓기는 동네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셈이니, 이제 아내에게 자랑해도 무방하리라.

 

세월이 변하니 밥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밥심으로 살았던 때가 언제냐는 듯 밥은 탄수화물 비만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그래서 한국에서는 오히려 안남미의 수요가 늘어난다고 한다. 칼로리가 적고 소화도 잘되어 다이어트식으로 각광받는다니 이제는 배가 쉽게 꺼지는 게 좋은 쌀인가?

밥의 소비패턴도 많이 바뀌어 밥이 볶음밥이나 김밥, 버거 등 또 다른 가공식품으로 활용되어 당연 찰기가 덜한 안남미를 찾게 된다. 또한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증가도 안남미 수요를 늘린다고 하니, 쌀의 국제적 루트가 만들어지는 듯 보인다. 그리고 통일벼도 수십 년간 꾸준히 품종을 개량하여 안남미의 본고장으로도 진출한다고 한다. 또 다른 K쌀의 돌풍을 미리 예감해 본다.

4766f321089db6da2b18dd39c38d6af2_1672658

 벌써 점심때가 되었나? 벼 베기로 한 참 바쁜 들녘이 조용하다. 멀리서 함께 밥 먹자는 손짓이 나를 부른다.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 했던가? 살다 보니 찰진 밥이 아니라도, 밥이 식어도 잘 먹는다. 나의 한 끼 배부름에 동네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이방인이 맞이하는 삶으로써 감사할 뿐이다. 어느새 밥이라는 큰 집합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나락 털어내던 박자에 맞춰 무성한 잡념 또한 털어낸다.

 

from 롬복시인

wnaud0129@hanmail.net

 

사진촬영하신 롬복의 나루투어박태순 대표님은 롬복 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유튜브 롬복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검색
  • 목록
   
한인단체/기관 목록
  • Total 138건 1 페이지
한인단체/기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8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문학 9호 발간 새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0 20
137 한국문인협회 제 6회 적도문학상 시상식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9-04 303
136 한국문인협회 <좋은 수필>읽기, 조은아 "오늘도, 엄마는"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7-08 279
135 한국문인협회 <종은 시>일기, 조자연의 빈집 첨부파일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7-08 267
134 한국문인협회 제 6회 적도문학상 시상식 첨부파일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7-08 256
133 한국문인협회 2024년 신년 詩 '그리운 안쫄 Ancol' - 재인니 문인협…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1-05 296
132 한국문인협회 이영미 동화작가 제5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시상식 참여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2-26 303
131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문인협회 북 콘서트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1-28 341
130 한국문인협회 인니문인협회 북 콘서트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1-17 315
129 한국문인협회 야자, 야자우유?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3-20 733
128 한국문인협회 루작, 덜 익은 과일들의 오묘한 조합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3-16 863
127 한국문인협회 붉은 양파? 붉은 마늘?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3-07 788
126 한국문인협회 바나나, 나무 or 풀?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3-01 1230
125 한국문인협회 바나나 고르기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22 681
124 한국문인협회 마음을 비운 채소- 공심채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06 705
123 한국문인협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1-28 552
122 한국문인협회 뗌뻬(Tempeh), 콩 스테이크를 추천합니다!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1-18 807
121 한국문인협회 제 5회 적도문학상 공모 포스터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1-14 629
열람중 한국문인협회 안남미(安南米), 식은 밥과 찬밥 사이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1-02 676
119 한국문인협회 2023, 제 5회 적도문학상 공모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1-02 502
118 한국문인협회 안남미(安南米), 정말 불면 날아갈까?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27 679
117 한국문인협회 안남미(安南米), 배고픈 기억과 배부르지 않는 밥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22 586
116 한국문인협회 향신료의 나라 댓글2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20 840
115 한국문인협회 계간<문장(文章)> 가을호 문인협회 강인수 시인 2022년 신인…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20 610
114 한국문인협회 사탕수수, ‘화학’이란 이름의 멍에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11 610
113 한국문인협회 사탕수수, 단맛으로의 진화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08 648
112 한국문인협회 커피, 인스턴트의 나라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02 713
111 한국문인협회 커피, 카페인의 친구들 댓글2 인기글 롬복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1-25 844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