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기관 > 제 7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수필)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5769)
  • 최신글

LOGIN

한국문인협회 | 제 7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수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9-02 14:27 조회856회 댓글0건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508823

본문

<수필 부문 - 최우수>

긴 단상 - 엄마와 딸

 

 

 

어릴 적, 실과 시간에 바느질을 배웠다. 홈질, 박음질, 감침질. 바느질을 하려면 바늘귀에 실을 끼워 주욱 당긴 뒤 매듭을 지어 준비해야 하는데 그걸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귀찮았던 나는 실을 최대한 길게 잡아당겨서 한 번의 준비로 모든 바느질을 끝낼 요량이었다.

ㅇㅇ이는 머얼리 시집 가겠네.”

무슨 소리인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가 웃으셨다.

그렇게 실을 길게 잡으면 친정에서 먼 곳으로 시집 간댄다. ㅇㅇ이 실 잡는 거 보니 결혼해서 바다 건너 해외로 가겠네.”

어린 마음에 엄마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은 싫어서 다음번엔 실을 짧게 잘라 매듭지었지만, 바느질을 하다 보면 중간에 실이 다 끝나서 , 그냥 길게 할걸.’ 후회하며 새로 바늘귀에 실을 끼우곤 했다.

 

그날의 기억은 어린 나에게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지 그 후로도 바느질할 때면 늘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중학교 가정 시간, 고등학교 가사시간에 꼭 한 번씩 바느질 과제가 주어졌는데, 그때마다 스커트를 만들면서, 미니 한복을 만들면서 내 마음에 따라 실을 잘라댔다. 아무런 근거 없는 속설임을 알면서도 사춘기 아이답게 엄마한테 화가 나면 일부러 실을 더 길게 자르고, 엄마와 사이가 좋은 날엔 귀찮음을 감수하고 실을 짧게 자르면서 엄마와 멀리서 살게 될지 가까이 살게 될지 궁금했다.

 

30년이 지난 뒤, 실의 길이와 친정까지의 거리 비례설은 낭설이 아니었던지 나는 국내와 해외를 수년씩 오가며 살고 있다. 해외살이 할 때면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이 가장 아쉽기에 한국에 있을 때는 부모님 댁 아주 가까이에 붙어 지내는 내 모습이 어릴 적, 실 길이를 오락가락하며 자르던 모습과 겹쳐져서 웃음이 나온다.

 

이제는 내 아이가 그때의 나보다 훌쩍 커 버렸다. 아이는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며 학교를 다닌 탓에 나와 같은 바느질 숙제를 한 적이 없어서 실을 얼마나 길게 자르고 싶은지 알 수 없다. 지금 한창 수험생 시기를 보내며 예전의 나처럼 엄마가 싫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을 것이다. 낯선 땅에서 새로 적응해야 할 때마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아이. 아무리 도와주고 지지해 준다 하더라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부분들은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기에 우리의 이 떠돌이 생활이 지긋지긋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적응, 공부 스트레스, 진학에 대한 고민에 더불어 친구 관계까지 아이를 가장 힘들게 했을 때, 결국 아이는 문을 꼭 닫고 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기다릴수록 입도 닫고, 귀마저도 닫아버리는 아이를 보고 한밤중에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 옆에 같이 누웠다. 한 달, 두 달, 석 달. 마치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었던 시절처럼 깜깜한 방 안에서 큰 아이를 품고 재웠다.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를 보면서 우리 사이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탯줄이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음식물을 꼭꼭 씹어 삼켜 영양분을 보내듯 내 생각을 잘 갈무리해서 전해주고, 탯줄로 노폐물을 되돌려 보내듯이 아이가 뱉어내는 하소연들도 내가 다시 거두어들였다. 그렇게 수개월,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아이는 다시 밝아져서 방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우리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탯줄이 느껴진다. 내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버텨내고, 내가 무너지면 아이도 다시 괴로워한다.

 

세상에 엄마가 없이 태어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 중에서도 딸과 엄마에게는 다른 관계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어도 가장 감정이 뒤섞여 들어가는 관계랄까. 자기 자신은 아니지만 타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같은 엄마와 나 사이의 실, 나와 아이 사이의 탯줄. 그리고 그 후로도 이어질 긴 연결고리들을 떠올리면 나의 일부가 계속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 든다.

 

 

  • 목록
   
한인단체/기관 목록
  • Total 3,106건 6 페이지
한인단체/기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66 한인회(KA)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시위 관련 신변 안전 유의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9-03 1055
열람중 한국문인협회 제 7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수필)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9-02 857
2964 한국문인협회 제7회 적도문학상 수상자 발표 인기글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9-02 898
2963 기타단체(Others) 법륜스님의 <2025 행복한 대화> 강연 취소 안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9-01 913
2962 한인회(KA) 한인뉴스 2025년 9월호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9-01 935
2961 콘텐츠 진흥원(KOCCA) [KOCCA - Pengumuman Tender] Layanan… 인기글첨부파일 koccaindone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9-01 1117
2960 콘텐츠 진흥원(KOCCA) [KOCCA 입찰공고] 2025 KOREA 360 우수브랜드 현… 인기글첨부파일 koccaindone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9-01 1312
2959 한국문화원(KCC) 플라잉(FLYING), 인도네시아에 오다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9 1121
2958 건설협의회(KCII) 창조 Vol.105 인기글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9 897
2957 한국문화원(KCC) ‘한국의 빛’ 진주실크등, 인도네시아를 밝히다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9 970
2956 신발협의회(KOFA) 재인니한국신발협의회 코파의 힘 Vol 132 인기글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7 927
2955 문화연구원(IKCS) 2025 한인회·한인니문화연구원, 문학상 수상작 발표 – 5개 … 인기글 Kwri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7 987
2954 대한체육회(KSAI) 2025년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출정식 초대 안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6 1081
2953 기타단체(Others) 2025 외식업 협의회 명사초청 아카데미에 귀하를 초대합니다.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5 924
2952 기타단체(Others) 한국-인도네시아어센터에서 한국어 및 인도네시아어 강의를 실시합니…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0 1013
2951 한인회(KA) 제1회 2025 재인도네시아 한인청소년 장학기금 후원 자선 골프…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0 1031
2950 한국문화원(KCC) ‘K-한복 자바섬 1,000Km의 여정 순회전’ 개최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14 994
2949 한국문화원(KCC) 2025 세계여자U21배구선수권 대회 한국국가대표팀 경기일정 안…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01 935
2948 한인회(KA) 한인뉴스 2025년 8월호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31 1098
2947 봉제협회(KOGA) 한국봉제산업을 선도하는 KOGA Vol.93 인기글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31 1011
2946 신발협의회(KOFA) 재인니한국신발협의회 코파의 힘 Vol 131 인기글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29 924
2945 기타단체(Others) K 기업 글로벌직원 무역캠프 신청 안내 (무료) 인기글 한국무역협회자카르타지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29 976
2944 문화연구원(IKCS) 제92회 열린강좌 ‘한 잔의 커피로 떠나는 미각 여행, 블렌딩은… 인기글 Kwri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28 946
2943 한인상공회의소(KOCHAM) 2025년 인도네시아진출기업 경영환경·실태조사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18 983
2942 월드옥타(OKTA) 2025 차세대 글로벌 창업무역스쿨, 동서남아 통합교육 참가자 … 인기글 OKT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18 999
2941 건설협의회(KCII) 창조 Vol.103 인기글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7 1010
2940 한인회(KA) 「제1회 2025 재인도네시아 한인청소년 장학기금 후원 자선골프…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5 1121
2939 대한체육회(KSAI) 제106회(2025년) 부산 전국체전 볼링 선수선발전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3 1530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