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英서 742억달러 빌려… 해외차입 24% 차지

삼성硏 “대출회수 대비 자금조달처 다원화해야”

최근 영국 경제와 관련한 우울한 통계와 전망이 잇따르면서 영국발(發) ‘2차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영국의 국가신용등급(AAA)을 낮출 수도 있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리면서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한국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나라다. 영국의 은행들이 한국의 정부와 금융회사, 민간기업에 빌려준 돈은 742억 달러로 한국 전체 해외차입액(3009억 달러)의 4분의 1에 이른다. 영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 한국은 대규모 자금 유출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1분기 성장률 30년 만에 최악

영국 국립통계청은 최근 영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9% 감소해 197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역시 ―4.1%로 1980년 이후 최저치다. 가계 소비는 1.2% 감소했고 고용 현황을 보여주는 근로보험액은 1955년 이후 최대 폭인 1.1% 줄었다. 1분기에 유일하게 플러스를 나타낸 정부 지출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국이 경제위기의 수렁에 빠져들면서 고든 브라운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이 경제를 어둡게 전망한 것을 놓고 브라운 총리와 머빈 킹 영국은행 총재가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킹 총재가 1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때 경제를 지극히 어둡게 전망한 것에 대해 브라운 총리가 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 미국 금융위기에 버금갈 것

영국발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미국 금융위기 못지않은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영국발 금융위기에 관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위기에 처하면 동유럽 위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자본이 유출되고 국제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영국 은행들은 한국에 총 742억 달러를 빌려줘 한국 전체 해외차입의 24.6%를 차지했다. 한국이 영국에서 빌린 돈은 미국(591억 달러·19.6%), 프랑스(314억 달러·10.4%), 일본(313억 달러·10.4%)보다 훨씬 많다. 영국 측에서 보더라도 한국은 제9위 차입국가로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영국 자본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영국이 금융위기에 빠져 영국계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한국에서는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위험이 크다.

○ 해외자본 조달 다변화 필요

금융위기 이후 서방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구제금융을 받게 된 아이슬란드의 경우 ‘금융산업 비대화→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대형 은행의 급속한 부실화→정부의 금융기관 국영화 →정부 신뢰도 하락→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의 수순을 밟았다. 많은 전문가는 영국이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및 경기 부양책으로 영국 정부의 재정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6%였던 재정적자가 올해는 1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제규모가 큰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