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국제축구연맹(FIFA)이 최근 발간한 ‘세계 축구기록 2010’은 “차붐은 위대한 모범을 보였다”고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을 소개하고 있다.
‘차붐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08경기에 출전해 당시 외국인 최다인 98골을 기록했다. 바이엘 레버쿠젠 시절인 1985∼1986 시즌 터뜨린 17골은 아직도 아시아 출신 한 시즌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는 서독에서 활약하면서 경고는 1개만 받았다.’ 차 감독은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고였던 분데스리가에 국내 최초로 진출해 1978년부터 1989년까지 11년을 뛰었다.
그동안 98골을 터뜨렸다는 활약상에 대해선 잘 알려졌지만 퇴장 없이 경고만 1개 받았다는 부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거친 리그에서 10년 넘게 활약하며 단 한 개의 경고를 받는다는 것은 골키퍼를 빼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차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퇴장은 한 번도 없었고 경고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전한다.
121경기에 출전해 55골을 넣는 동안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K리그에선 10년 이상 뛰면서 경고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선수는 수원 백업 골키퍼 박호진이 있다.
대표팀 수문장 이운재(수원)는 13년간 경고 8개에 퇴장 1개를 받았다. 필드플레이어 중에는 정용환(대우 로얄스)이 11년간 6개의 경고를 받은 게 가장 적었다. 차 감독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 감독은 역대 한국을 빛낸 최고의 선수 랭킹 1위를 독식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없던 시절 한국인으로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맹활약한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도 항상 룰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최고가 되었다는 사실이 뒤늦게나마 팬들에게도 알려졌으면 한다. 파울도 경기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승부에 집착해 심판에게까지 욕설을 퍼붓는 작금의 세태에 20여 년 전 차 감독의 페어플레이가 주는 교훈은 실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