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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테니스 ‘테니스팟’에서 AI 선수와 겨뤄보니 머리 꼭대기서 노는 AI…죽어라 쳐서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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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1-02 10:14 조회2,3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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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 때려치웠어.”

불과 반년 전만 해도 테니스 의욕을 활활 불태우던 직장인 A씨가 근황을 털어놓으며 한숨 쉬었다. 새로 산 라켓과 흰색 테니스복을 자랑하던 모습이 생생하건만. 느닷없는 ‘절구(球) 선언’ 이유는 무엇일까.

정작 “테니스를 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다. 테니스 동호회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초보자가 ‘볼보이’를 도맡아야 하는 건 불문율. 사람과 공을 주고받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고. 두 번째 이유는 “춥다”는 것. 요즘 같은 겨울철 칼바람이 몰아치는 날엔 테니스를 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국내 몇 있지도 않은 실내 테니스 경기장을 예약하는 ‘열정’을 보이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비단 A씨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테니스 입문자가 마주한 벽은 생각보다 높다. 날씨·장비·인원 문제는 물론 동호회 ‘텃세’까지 극복해내야 한다. 최근 생겨난 ‘스크린테니스’가 해법이 될 수 있겠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스크린골프·야구와 마찬가지로 센서 기술을 활용해 테니스를 즐기는 방식이다. 차이점도 있다. 서 있거나 날아오는 공을 한자리에 서서 쳐내기만 하면 됐던 기존 스크린 스포츠와 달리 스크린테니스는 인공지능(AI) 캐릭터와 ‘랠리’(공을 주고받는 것)까지 가능하다.

단지 평평한 ‘화면’에 불과한 스크린이 어떤 식으로 공을 되받아 친다는 걸까. 호기심을 누를 길이 없다. AI 스크린테니스장 ‘테니스팟’을 방문한 이유다.

▶고민 1 | 날씨·장비·장소 문제?

▷겨울 칼바람도 OK “몸만 오면 돼~”

지난 12월 13일에 찾은 서울 선릉역 부근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테니스팟. 입장 직전 확인한 기온은 무려 영하 12도. 지금 날씨에 야외에서 테니스를 치면 어떨까. 몸뚱이를 제대로 가누기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빨갛게 얼어붙은 살갗에 공이라도 맞는다면? 상상만으로도 절로 몸서리가 난다.

매장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스크린이다. 빔프로젝터로부터 쏘아져 나온 그래픽으로 빛나는 대형 스크린이 5개다. 각각 스크린 앞쪽 바닥에는 흔히 봤던 테니스 코트 라인이 딱 절반만 그려져 있다. 나머지 절반은 나중에 스크린에 구현될 테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인상적. 정식 테니스 연습장 한 개 크기 8분의 1 정도 공간에 스크린 하나만 있으면 훌륭한 테니스 코트가 완성된다. 스크린 한가운데엔 마치 ‘대포’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노란색 ‘피칭머신’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여기서 공이 튀어나오겠구나’ 정도는 짐작할 수 있지만 그 ‘대포’가 공을 받아치는 모습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궁금증이 커진다. 하지만 정장 차림으로 테니스를 칠 수는 없는 일. 직원에게 신체 사이즈를 말하고 짧은 상하의를 대여했다. 단 운동화는 없으니 주의할 것. 코치 겸 매장관리를 맡고 있는 구선회 테니스팟 매니저(이하 코치)는 “위생 문제로 신발 대여 서비스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긴 발에 땀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테니스 특성상 남이 신던 운동화를 신으면 찝찝할 것 같기도 하다. 대중목욕탕을 연상시키는 탈의실에서 옷을 환복하고 나와 입구에 진열돼 있는 십수 개 라켓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준비 끝!

▶고민 2 | 왕초보 실력? 배우면 돼!

▷코치 레슨·연습 모드로 기본기 ‘쑥쑥’

잠깐. 본격 체험에 앞서 고백의 시간을 가졌다. 코치에게 쭈뼛쭈뼛 다가가 “머리털 나고 테니스 라켓 처음 쥐어봤다”고 털어놨다. 구 코치는 “초보자가 더 많이 방문한다. 간단한 레슨부터 받는 게 낫겠다”고 안심시켰다.

코치를 뒤따라 스크린 앞에 섰다. 화면엔 연습·대전·레슨·관리 모드 등 총 4개 선택지가 떠올라 있다. 스크린과 동일 화면이 나타나는 키오스크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작 가능하다. 현재는 ‘연습’과 ‘대전’ 모드만 선택할 수 있다. 아직 시스템 업데이트가 완료되지 않은 까닭이다. 키오스크 화면에 절로 뻗어나가는 손을 구 코치가 제지하고 나섰다. “공을 치기에 앞서 기본부터 배워야 한다”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코치는 라켓 쥐는 법부터 대기 자세, 스윙 자세 등을 꼼꼼히 지도해준다.

라켓을 허공에만 휘두른지 얼마나 됐을까. “이제 공을 한번 쳐보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연습’ 모드를 누르면 연습 시간·템포·난이도 등 다양한 옵션이 나타난다. 템포는 ‘보통’, 난이도는 당연히 ‘입문!’ 연습 시작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테니스 코트가 나타난다. 이윽고 피칭머신에서 공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라켓으로 휘두른 공이 날아가 스크린에 맞았다. 현실의 공은 당연히 그 즉시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하지만 스크린 속 그래픽으로 구현된 공은 본래 궤적에 따라 코트를 향해 날아간다. 공이 화면을 타격하는 동시에 그래픽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낄 새가 없다. 센서 인식률도 만족스럽다. 공이 조금 낮게 나갔다 싶으면 여지없이 ‘네트’ 판정. 높게 튀어 올라가 천장에 부딪혀 떨어져도 가상의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코트 위로 떨어진다. 물론 ‘생초보’인 기자는 아예 화면에도 맞히지 못한 공이 더 많았지만.

▶고민 3 | 혼자 치면 ‘노잼?’ AI와 승부

▷공 따라 이리저리 뛰다보니 ‘땀 뻘뻘’

“생각보다 잘하는데요? AI랑도 한판 쳐보세요.” 드디어 본 게임이다. 키오스크에서 ‘대전’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화면 속 코트엔 연습 모드에선 볼 수 없었던 여성 테니스 선수 한 명이 서 있다. 오늘의 ‘맞수’다. 테니스팟 대전 모드는 정식 테니스 룰과는 달리 3게임을 먼저 따내면 승리한다. 다소 억울한 면도 있다. 선공인 ‘서브’는 무조건 AI 캐릭터의 차지다. 하지만 서브의 ‘서’ 자도 모르는 상황에선 오히려 다행이라고 하겠다. 나머지는 기존 테니스 룰과 동일하다.

화면 속 여자 캐릭터가 서브를 내리꽂는다. 그래픽 공이 화면 정중앙을 향해 다가오는가 싶더니 ‘대포’를 통해 현실로 튀어나온다. 너무 갑작스러웠던 탓에 넋 놓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15-0. 두 번째 서브. 이번엔 반응했다. 공을 스크린에 맞히는 데까진 성공. 하지만 조금 약했을까. 네트에 맞고 힘없이 떨어지는 공. 30-0. 세 번째 서브. 가까스로 공을 상대 코트로 넘겨냈다.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고정돼 있는 줄만 알았던 ‘대포’가 왼쪽으로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더니 기자로부터 가장 먼 왼쪽 코트 구석으로 공을 발사한 것. 40-0. 어느덧 마지막 서브. 피칭머신이 고개를 밑으로 더욱 떨구더니, 서 있던 훨씬 앞쪽 바닥에 강서브를 꽂아넣는다. 게임 끝. 순식간에 한 게임을 뺏겼다.

그 후로도 이를 악물고 AI에 맞섰지만 역부족. 가까이, 또 멀리, 좌우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공을 정신없이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등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AI는 어떤 방식으로 공을 받아칠 수 있는 걸까. 천장에 설치된 센서 2개가 비결이다. 상대방이 쳐낸 공의 속도와 궤적, 그리고 서 있는 위치를 기반으로 계산을 해낸다. 피칭머신은 그 결과를 기반으로 최적의 공을 던진다.

승부욕이 발동했다. AI와 40분 동안 내리 16세트를,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쳤다. 연습 모드 때는 없던 동기 부여다. 듀스에 듀스를 거듭한 치열한 경기 끝에 마지막 한 세트를 어렵사리 따냈다. 최종 세트 스코어는 15 대 1. 물론 ‘이길 때까지 친다’ 정신으로 얻어낸 ‘억지 승리’긴 했지만 기분이 좋았던 건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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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AI 기반 스크린테니스 ‘테니스팟’에선 AI 캐릭터와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받아친 공 궤적과 속도, 사용자 위치를 센서로 인식해 피칭머신이 전후좌우로 공을 쏘는 방식이다. 테니스 입문자를 위한 연습 모드도 마련돼 있다.


▶총평 | 레슨용 ‘굿’, 게임성은 ‘글쎄’

▷안전 문제도 더 고민해봐야

총평. 스크린테니스는 초보자 눈에도 장단점이 명확히 보였다.

입문자가 테니스 실력을 기르기에는 더 없이 좋은 시스템이다. 반대편에서 코치가 일일이 공을 쳐 넘겨줘야 하는 기존 테니스 교습과는 달리 스크린테니스에선 기계가 공을 뿌린다. 대신 코치는 수강자 바로 옆에 붙어서 자세 등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공도 한껏 쳐볼 수 있다. 기존 실내 테니스장 대비 레슨비도 저렴하다. 한 달에 8만원을 내면 주 1회 30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스크린테니스를 ‘게임’으로 접근하면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우선 AI와 경기하려면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을 갖춰야 한다. 친구들끼리 몰려가 서로의 헛스윙을 비웃으며 즐거워하는 스크린야구와는 다르다. 스크린테니스는 철저히 혼자 하는 게임. 라켓에 공을 맞추지도 못할 수준이라면 실력도 늘지 않고 흥미도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테니스 실력자가 경기를 즐기기엔 AI 캐릭터 테니스 플레이는 단순해 보인다. 특히 고질적으로 ‘발리’에 약한 모습. 사람과의 경기보다 당연히 긴장감이 떨어진다. AI의 ‘리액션’ 부족도 한몫한다. AI는 이겨도 기뻐하지 않고 져도 화내지 않는다.

안전 문제도 더 고민해볼 법하다. 화면이나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온 공이 센서나 빔프로젝터에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계가 흔들릴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현 시스템대로라면 다른 사용자에게도 폐를 끼칠 수 있다. 피칭머신에서 발사된 공을 놓친다면 바로 뒷코트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레슨을 방해하거나 몸에 맞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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