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과 괴짜' 사이를 오갔던 테니스 스타, 바비 릭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4-05 10:51 조회1,905회 댓글0건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444773
본문
잭 크래머, 빌 틸덴 등과 함께 미국 테니스 역사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 있다. 바로 '바비 릭스'다. 릭스는 1930~40년대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 잡았던 '옛 테니스 선수'이자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대결인 'Battle of the sexes(성대결)'의 중심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릭스는 1918년 2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원래 탁구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유년시절 여자 테니스 선수였던 에스더 바토쉬(미국)와 가깝게 지내면서 테니스를 접하게 됐다. 이후 테니스의 매력에 빠진 릭스는 11세 때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릭스는 남자 테니스 선수 치고 작은 키(170cm)를 가졌다. 왜소한 체형 때문에 유년 시절에는 그를 후원해주는 곳도 없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일 뿐. 릭스는 바토쉬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양한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었고 각종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릭스의 실력은 성인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총 6개의 그랜드슬램 우승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1939년 윔블던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고 이후에는 US오픈에서만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다. 1939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릭스는 '괴짜 선수'로도 통한다. 도박꾼이었던 그는 1949년 자서전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그는 1939년 윔블던에 출전할 당시 자신에게 베팅을 걸어 현재 돈의 가치로 180만8천달러(약 20억원)정도의 돈을 벌었다고 밝혔다. 릭스는 이 대회 단식, 본식, 혼합복식 세 부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괴짜스러움'을 보여준 릭스였다.
릭스는 1959년 정들었던 라켓을 내려놓았다. 은퇴 후에는 성 대결로 더욱 유명해졌다. 포털 사이트에 바비 릭스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Battle of the sexes(성대결)가 제일 먼저 나올 정도로 릭스의 이름 앞에는 '성대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테니스 앞에서 남자와 여자는 공평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릭스는 "이 시대 최고의 여자 선수도 은퇴한 나를 이길 수는 없다", "여자 테니스 경기는 매우 열등하다" 등 평소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는 언행을 자주 보였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릭스는 당시 최고라 불리는 여자 테니스 선수에게 정면 대결을 신청해 테니스 역사상 유례없는 경기를 펼쳤다.
1973년 릭스가 55세가 된 해, 그는 먼저 마가렛 스미스 코트(호주)와 맞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릭스는 코트를 6-1 6-2로 물리치면서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미국 어머니의 날에 열린 이 경기는 '어머니의 날의 학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날 승리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릭스는 미국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 시사 주간지<TIME>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두 번째 상대는 코트와 양대 산맥을 이뤘던 빌리 진 킹(미국)이었다. 릭스는 킹에게 4-6 3-6 3-6으로 처참하게 패했다. 우스운 꼴을 자초한 셈이다. 이날 테니스장에는 총 3만여 명의 관중이 모였고 세계 곳곳에서 많은 팬들이 TV를 통해 이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사람들은 이 경기를 일컬어 'Battle of the sexes(성대결)'라고 불렀다. 앞으로 다시는 없을 순간이었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위치한 애스트로돔에서 바비 릭스와 빌리 진 킹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 이야기는 2015년부터 'Battle of the Sexes(성대결)'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제작돼 올해 상영을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 각광받은 영화 '라라랜드'의 여 주인공 엠마 스톤(미국)이 빌리 진 킹 역으로 출연해 테니스를 소재로 다룬 영화 중 가장 흥행 기대치가 높은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릭스 역은 영화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스티브 카렐(미국)이 맡았다.
독특한 성향만큼이나 남다른 발자취를 남긴 릭스는 1967년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1988년 전립선 암 판정을 받은 후 7년 동안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