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테니스코트가 문닫은 사연 - 키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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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10-05 17:21 조회4,123회 댓글0건본문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코트가 9월 28일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이유는 대한테니스협회가 전임 집행부의 비리 사실을 적시하면서, 적법한 사업자등록증을 받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후로 당분간 육사코트는 사관학교 생도들의 교육을 위해서만 사용된다고 한다. 국내 최고의 실내 클레이코트 시설이 완공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서 문을 닫게 된 까닭이 무엇일까.
곽용운 신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유는 전임 주원홍 협회장의 횡령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형사 고발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주 회장의 횡령 및 비리 혐의의 핵심이 바로 육사 코트 시설에 함축되어 있었다. 그들이 주장한 바를 요약한다면,
-주원홍 전 테니스협회장은 대의원총회를 열지 않고 신규사업(육사코트 리모델링 및 운영)을 결정해 대한체육회 규정을 어겼고,
-이 과정에서 공사 계약을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이 또한 규정을 위반했으며,
-육사 코트 운영 주체는 협회인데 주원홍 회장 개인 통장으로 수익금이 일정 기간 입금된 점.
-또 그린벨트 지역에 실내 테니스장을 건립해 환경개선부담금 80여억원을 물게 돼 테니스계에 감당할 수 없는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그 골자다.
한 마디로 육사코트는 전임 협회 집행부의 공금 유용과 횡령 등이 담긴 비리의 총체라는 주장이다. 계약 주체가 개인이 아닌 협회이므로 새로 집행부를 꾸린 입장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그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홍 회장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현 집행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주 회장 측이 주장하는 골자는 첫째, 육사코트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규정을 어긴 측면이 있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협회와 테니스계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협회 공금을 '유용'한 것은 맞지만 '횡령'은 결코 아니며 제기된 의혹의 상당수는 대한체육회 감사에서 무혐의로 결론났으며, 셋째 체육회 가맹단체 어느 곳도 인수위원회가 전면에 나서서 전임 집행부의 비리를 조사해 형사 고발까지 하는 건 전례가 없는, 한 마디로 '현 집행부의 반대파'를 원천 제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블로그는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 팩트를 파헤치고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다만 테니스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몇 자 적어보고 싶다.
1.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협회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에 걸맞은 처신을 했어야 한다. 비단 육사코트 문제 뿐 아니라 그가 재임했던 2013년부터 3년여간 협회는 시끄럽지 않은 적이 별로 없었다. 모든 사단은 회장의 독선과 고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테니스계의 중론이며, 협회를 공적 단체가 아닌 자신의 사적 소유물로 보는 대단히 잘못된 태도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2. 그러나 주 회장이 테니스협회를 '사유화'한 것은 맞지만, 그가 결코 사리사욕을 위해 업무를 추진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 비록 독단적인 결정으로 주변의 의견을 잘 경청하지 않은 잘못은 있어도 대부분의 결정들은 테니스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육사 코트 역시 규정을 무시하고 꼼꼼하지 못한 계약을 맺은 건 잘못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3. 곽용운 신임 회장은 잘못된 과거와 분명히 선을 긋고 새 출발을 하고 싶은 차원에서 인수위원회의 진상조사를 발표하고 형사 고발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통합체육회 시대 새 집행부의 가장 큰 과제는 분열된 테니스계를 포용하고 통합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곽 회장은 이 명제에 부합하는 일을 했다고 보는가. 전임 집행부가 어떻게 테니스계의 신망을 잃었는지 그 과정을 보았다면 똑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되는데, 첫 시작부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4. 현 집행부는 육사코트의 운영 중단을 결정했고 나아가서 환경개선부담금 문제로 실내 코트 해체까지 검토하고 있다. 협회가 전임 집행부의 위법 행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되묻고 싶다. 가장 중요한 테니스 동호인들이 정작 테니스협회 때문에 테니스를 못 치게 되는 이 상황이 정상적인 것이냐고. 체육회도 문체부도 아닌 대한테니스협회라면 어떻게든 육사 코트를 살리고 이를 테니스계 전체가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88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환경개선부담금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구리시와 육사를 설득해 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우선 고민했어야 하는 일 아닌가. 아파트 단지에 있는 테니스장도 갈수록 없어져 동호인들이 운동할 곳 찾기가 힘든 게 대한민국 테니스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테니스계의 분열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느 가맹단체이든 여와 야가 있게 마련이며 양측의 적정 수위 갈등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하게 만드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본 테니스계는 최근 5~6년간 분열돼도 너무 분열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것 같다. 이러고도 '대한민국 테니스가 세계 정상에 서는 그날을 위하여...'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 수 있을까? 당분간은 정말 어려워 보인다.
[출처] 육사 테니스코트가 문닫은 사연|작성자 키키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