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테니스의 새로운 트렌드 '팀 대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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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23 11:33 조회2,0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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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테니스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혼자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프로 테니스 세계에 매우 낯선 트렌드, 단체전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물론 단식, 복식 등 기존의 포맷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하나의 팀 아래 같은 팀원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일이 테니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데이비스컵, 페드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을 넘어 유명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함께 나서는 새로운 방식의 트렌드를 살펴보자.
테니스에서 단체전 경기를 관람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언급한 전통의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과 페드컵을 제외하면 4년에 한번 열리는 올림픽과 매년 초 이벤트 대회로 열리는 남녀 혼성 국가대항전인 호프만컵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로 눈을 돌리면 단체전 경기를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의 선수들이 모인 만큼 대륙 간의 대항전이 가장 유명한데 현존하는 대표적인 대륙간 대항전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대륙 간 대항전이 테니스에서도 현실로 나타났다. 테니스계의 대표 선수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페더러는 지난 2월 24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체코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에서 수천 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이버컵(Laver Cup)’의 카운트다운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페더러의 절친이자 동료 선수인 토마스 베르디흐(체코)도 함께 했는데 페더러는 레이버컵의 개최에 대해 “나의 뛰어난 라이벌들과 함께 팀원으로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이 대회가 정말 기대된다. 우리는 네트 건너편에서 항상 적으로 만나기만 했고 이처럼 서로를 응원하거나 함께 복식 파트너로 나설 기회가 없었다. 이 대회는 선수와 팬들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며 단순한 이벤트 대회가 아닌 스릴 넘치는 최고 수준의 대회가 될 것이다”라고 밝히며 자신이 주최하는 레이버컵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륙간 대항전의 해답, 페더러의 '레이버컵'
앞서 언급한 다른 스포츠의 대륙 간 대항전 중 레이버컵과 비슷한 성격의 대회를 꼽자면 골프의 프레지던츠컵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선수들 간의 대결이라면 레이버컵은 테니스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과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 선수들 간의 대결이다.
첫 대회는 프라하에서 개최됐는데 대회 장소는 한 해는 유럽, 한 해는 다른 지역에서 열리게 되며 내년에는 미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레이버컵도 데이비스컵과 같이 개최국에 따라 코트 재질이 달라지는 것일까? 이 부분은 오히려 시즌 최강자전 ATP 파이널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붕이 설치된 하드코트 또는 실내 돔구장에서만 개최하는 것으로 규정화 하였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같이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모이는 선수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실내인 만큼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선수들에게는 최적의 선택으로 추정된다.
한편, 해당 스포츠를 대표하는 인물의 이름을 딴 다른 대륙 간 대항전과 마찬가지로 레이버컵 역시 살아있는 테니스 전설 호주의 로드 레이버의 이름을 따 명명하였다. 레이버는 페더러가 늘 존경해 온 인물이자 테니스 선수 중 유일하게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두 차례 달성한 전설로 누구나 수긍할만한 선택으로 보인다.
6월 29일 로드 레이버(가운데), 존 매켄로(가장 왼쪽), 페더러가 참석한 가운데
레이버컵 우승 트로프가 공개됐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6년 8월, 레이버, 보리, 매켄로 그리고 페더러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동료 나달이 모인 가운데 레이버컵의 개최가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시도에 놀라움과 찬사가 이어졌지만 과연 이 대회가 실제로 성사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US오픈이 끝난 후 2주 뒤 개최된 레이버컵은 스케줄상 ATP 250 시리즈 모젤오픈, 상트페테르부르크오픈과 겹치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중시하는 일부 선수들과 ATP측의 반발이 예상되었고 ‘총 6명 중 4명은 상위 랭커로 결정된다’는 선수 선발 규정 자체가 얼마나 현실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선수들이 필수로 참가해야 하는 대회가 아닌 만큼 상위 랭커라도 누구나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의문은 기우로 바뀌었다. 레이버컵의 개최를 발표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 후인 지난 2월 프라하에서의 카운트다운, 지난 6월 레이버컵의 트로피 공개 그리고 시즌 중에 이어진 출전 선수 명단 발표 등 레이버컵의 첫 개최는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페더러, 나달, 도미니크 티엠(오스트리아),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베르디흐가 유럽팀 대표로 출전했으며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 닉 키르기오스(호주), 프렌체스 티아포, 잭 삭, 존 이스너, 샘 퀘리(이상 미국)가 전 세계팀 대표로 나섰다.
지난 2월 20일 페더러와 베르디흐가 체코 프라하에서 레이버컵 론칭 행사를 가졌다
참가 선수 명단을 보면 역시 테니스의 큰 손 페더러가 주도한 만큼 선수들의 수준이 높은 편이며 물론 부상으로 시즌을 접거나 회복 중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스탄 바브린카(스위스)를 제외하고 자격 조건이 충분한 니시코리 케이(일본) 등의 이름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현 출전자들의 명단만으로도 충분히 기대 가치를 충족할 수 있었음은 자명하다.
야심 차게 시작을 알린 새로운 형식의 대회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운 레이버컵이 훗날 페더러의 빈자리에 굴하지 않고 정규 대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단체전은 남자의 전유물? 남녀 혼성 대회 ‘테니스 월드컵’
레이버컵만으로 테니스 단체전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여자 테니스계에선 이러한 시도조차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줄 만한 또 다른 대회가 준비 중이니 바로 2018년 개최될 예정인 남녀 혼성 대회 ‘테니스 월드컵’이다. 테니스 월드컵은 그 형식만으로도 상당히 파격적인 대회인데 레이버컵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매우 독창적인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 월드컵의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이 테니스 월드컵은 기존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대회이다. 사실 이 대회는 경기 방식 등 일부만 놓고 봤을 때 정식 대회가 아닌 이벤트 행사로 봐야 할 것이다. 매 경기가 단 20분이라는 테니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의 제약이 있고 그 시간 내 얻은 게임으로 승패를 가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조차 의문이다.
박빙의 수준 높은 경기일 경우 단 한 게임을 소화하는데 2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농구 경기를 보듯이 20분 후 5분의 휴식 시간을, 또 다른 20분 후 10분의 하프 타임을 갖는 등 전체적인 진행 또한 일반적인 테니스 경기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게임 스코어를 릴레이 형식으로 가져가는 것은 오히려 경기의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장애 요소가 될 가능성 또한 다분하다.
이미 두 경기 후 게임 스코어가 현격히 벌어져 있다면 팬들 입장에서 얼마나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대회가 이벤트 성격을 지니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바로 남녀 혼성 단식 경기의 존재이다.
남자 대 여자의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 경기는 남녀 성 대결로 비화되어 자칫 예상치 못한 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이벤트 대회이고 그 누구도 이 맞대결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이 논란은 기우이길 바라본다. 다만, 현재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의 경우 본인을 둘러싼 남녀 성 대결 논란이 얼마 전 실제로 있었던 만큼 그녀가 남녀 혼성 단식 경기에 출전할 경우 폭발적인 관심을 끌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예측이다.
한편, 이 대회는 현재까지 12개 국가의 출전 리스트를 이미 확정했는데 선수 면모 역시 매우 화려하다. 변동의 여지는 있으나 일단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는 노박 조코비치와 옐레나 얀코비치가 이끄는 세르비아, 앤디 머레이와 요한타 콘타의 영국, 라파엘 나달과 가르비네 무구루자의 스페인,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안젤리크 케르버의 독일, 존 이스너와 세레나 윌리엄스의 미국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하루에 단 20분만 뛸 수도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전혀 없으며 또한 높은 출전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아니라면 거절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일정이 윔블던 직후이기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는 선수가 포기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테니스 월드컵은 대회 성격상 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바로는 2018년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총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2019년에는 도쿄, 2021년에는 시드니, 2013년에는 파리, 2025년에는 뉴욕 등 개최지 역시 잠정적으로 정해놓은 것을 보면 장기간의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운영할 것으로 보여 대회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단체전의 성공 사례, '월드 팀 테니스'
지금까지 살펴본 레이버컵과 테니스 월드컵 외 테니스에서 진행 중인 가장 성공적인 단체전은 월드 팀 테니스(World Team Tennis, 이하 WTT)다.
WTT는 1974년 처음 시작된 전통 있는 테니스 리그로 ATP, WTA, ITF와는 별개의 리그를 운영한다. 미국 내 프로 리그를 지칭하며 특정 도시를 연고로 둔 프로 팀들 간의 대항전이다. WTT의 간략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WTT가 무려 43년간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테니스적인 면보다 오히려 경제학적인 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자본주의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이해했다는 출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NFL, NBA, NHL 등 특정 도시를 연고로 한 각양각색의 프로 리그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테니스 또한 이러한 리그의 존재가 전혀 낯설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고장에 연고를 둔 테니스팀이 생겨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음에 열광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입장권 수입과 스폰서 유치로 이어지며 높은 수익성의 리그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된다.
재미난 점은 이 독특한 리그의 이름은 ‘월드’이지만 사실은 미국 국내 리그라는 점인데 이 정도는 항상 최고를 지향하는 미국인들의 애교로 봐줄 수 있겠다.
성공적인 테니스 팀 대항전으로 평가 받는 WTT 코트는 형형색색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리그의 존재 자체를 떠나 살인적인 스케줄로 고생하는 현역 선수들은 왜 굳이 이런 리그에 참여하는 것일까? 바로 막대한 출전비와 수익 구조 때문이다. 본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소속 팀과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소문에 의하면 스타 선수의 경우 경기당 10만달러(약 1억원)이상의 출전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선수 입장에서는 단 한 세트(심지어 일반적인 풀 세트도 아닌)만을 소화하고 단체전을 통해 동료 선수들과 우애도 다지며 홈 팬들의 응원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WTT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선수들에 따라 본인의 가치관과 투어 선수로의 목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스타성이 높은 선수, 특히 복식 전문 선수에게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총 두 차례 리그 MVP에 오른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선수일 것이다.
또한 WTT는 경쟁적인 프로 리그가 아니라는 점에 착안, 전직 인기 선수들 역시 리그에 영입하였는데 과거 자신이 좋아했으나 현재 은퇴한 선수들까지 코트에서 볼 수 있으니 팬들의 WTT에 대한 애정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WTT를 성공적으로 이끈 빌리 진 킹
피트 샘프라스, 안드레 애거시(이상 미국),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 킴 클리스터스(벨기에) 등 한때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았던 이들 역시 WTT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현재 WTT에는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등 현역 선수 외에 제임스 블레이크, 앤디 로딕(이상 미국) 등 은퇴 선수들이 합세해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참고로 WTT는 코트의 컬러도 형형색색으로 만들어 보는 재미도 챙기고 있는데 결국 WTT의 인기는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공하는 능력, 어찌 보면 창립자이자 최근까지 WTT에 큰 힘을 보태온 빌리 진 킹(미국)의 뛰어난 사업 수단이 이룬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