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가 여자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이 색다르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모레스모는 2006년 호주오픈과 윔블던 정상에 올랐던 선수 출신이지만 이후 열린 윔블던과 US오픈에서 머리가 연달아 8강에서 탈락해 체면을 구겼다.
주위에서는 '여성 코치의 한계'라는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 결승 진출로 이런 비판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최근 부진했던 성적 탓에 이번 대회에서 머리가 결승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머리는 29일 준결승에서 승리한 뒤 "그런 비난은 들어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솔직히 모레스모의 지도를 받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비판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코치였던 이반 렌들과 결별한 머리는 "모레스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모레스모의 용감한 선택에 나도 보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준결승 상대였던 토마시 베르디흐(7위·체코)는 지난해 말까지 머리의 코칭스태프로 일한 대니 발베르두를 최근 코치로 영입했다.
게다가 발베르두가 모레스모와의 갈등 탓에 머리 캠프에서 나왔다는 소문도 나돌았던 터였다.
하지만 머리는 "발베르두와는 15살 때부터 친구처럼 지낸 사이라 그런 억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여자단식 4강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킨 매디슨 키스(35위·미국)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린지 대븐포트(미국)를 코치로 선임했다.

대븐포트 코치
이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3회전 진출이 최고 성적이던 키스는 8강에서 비너스 윌리엄스(18위·미국)를 제압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메이저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전력의 대븐포트가 미국의 차세대 주자를 직접 지도하게 된 것이다.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에카테리나 마카로바(11위·러시아)는 4강 상대였던 마리야 샤라포바(2위·러시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러시아 선수'를 묻는 말에 아나스타시야 미스키나, 엘레나 데멘티에바,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 디나라 사피나 등을 언급하면서도 샤라포바는 끝내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카로바는 2004년 프랑스오픈 우승자 미스키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미스키나는 현역 시절 샤라포바를 향해 '무늬만 러시아인'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던 적이 있다.
이밖에 보리스 베커(노바크 조코비치), 스테판 에드베리(로저 페더러), 마그누스 노르만(스탄 바브링카), 이반 류비치치(밀로시 라오니치), 마이클 창(니시코리 게이) 등 '왕년의 스타'들이 정상급 선수들의 코치를 맡으면서 테니스 팬들의 볼거리가 더욱 많았던 호주오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