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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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6-06 11:27 조회2,390회 댓글0건본문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한 번씩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조코비치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천201만7천500 유로·약 419억원) 마지막 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앤디 머리(2위·영국)를 3시간 3분간 접전 끝에 3-1(3-6 6-1 6-2 6-4)로 물리쳤다.
그동안 프랑스오픈에서 2012년과 2014년, 2015년 등 세 차례 결승에 올랐으나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조코비치는 '3전 4기'에 성공하며 역대 8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상금은 200만 유로(약 26억4천만원)다.
2008년 호주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조코비치는 2011년에 윔블던과 US오픈을 제패했고, 올해 드디어 롤랑가로스 패권을 차지하며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모두 수집했다.
지금까지 남자 테니스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프레드 페리(영국·1935년), 돈 버지(미국·1938년), 로드 레이버(호주·1962년), 로이 에머슨(호주·1964년), 앤드리 애거시(미국·1999년), 로저 페더러(스위스·2009년), 라파엘 나달(스페인·2010년) 등 7명이 달성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역 선수는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 등 세 명이다.
조코비치는 1세트 초반 게임스코어 1-4까지 끌려가며 고전한 끝에 첫 세트를 내줘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2세트 이후 대반격에 나서며 그동안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당한 3연패 사슬을 끊었다.
또 지난해 윔블던을 시작으로 US오픈,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등 최근 4개 메이저 대회를 휩쓸며 메이저대회 2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남자 테니스에서 4개 메이저 대회를 연달아 우승한 것은 1938년 버지, 1962년과 1969년 레이버에 이어 조코비치가 47년 만이다.
당시 버지와 레이버는 한 해에 4개 메이저를 석권한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버지는 1937년 윔블던부터 1938년 US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6연승을 이어갔다.
조코비치는 또 1992년 짐 쿠리어(미국) 이후 24년 만에 한 해에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연달아 제패한 선수가 되기도 했다.
머리는 2세트부터 갑자기 범실을 쏟아내며 자멸했다.
2세트에서 처음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줄 때는 더블폴트, 3세트에서 첫 브레이크를 당할 때는 손쉬운 발리가 네트에 걸리는 등 고비마다 실책이 나왔다.
공격 성공에서 조코비치가 41-23으로 앞섰고, 실책은 39-37로 머리가 2개 더 많았으나 2세트 이후만 따져서는 33-24로 차이가 컸다.
특히 조코비치는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머리를 좌우로 많이 흔들어댔고, 이번 대회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드롭샷도 수시로 써먹으며 머리를 괴롭혔다.
머리의 백핸드 샷이 네트에 걸리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그대로 코트에 드러누운 조코비치는 경기를 마친 뒤 유창한 프랑스어로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다. 어쩌면 내 선수 경력에서 가장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프랑스오픈에서는 이날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2012년, 2014년, 2015년 준우승 세 번이 최고 성적이었다.
프랑스오픈 9회 우승자 라파엘 나달(5위·스페인)에게 2011년과 2014년 가로막혔던 조코비치는 작년 8강에서 나달을 꺾는 데 성공했다.
정작 결승에서 스탄 바브링카(4위·스위스)에게 패배한 조코비치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간절하게 바라던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역대 8번째 남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제 조코비치는 누구도 가지 못한 길에 도전한다.
바로 같은 해 4대 메이저대회 석권과 올림픽 금메달 동시 획득이다.
같은 해 4대 메이저대회 동시 우승은 남자단식에서 이제까지 단 세 차례밖에 없었다.
1938년 돈 버지(미국)가 가장 먼저 달성하고, 1962년과 1968년 로드 레이버(호주)가 뒤를 이었다.
프로 선수의 메이저대회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이후에는 레이버가 유일하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테니스는 정식 종목에서 빠졌고, 이들은 대기록에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서로 다른 해에 나눠 달성한 것조차 앤드리 애거시(미국)과 나달 둘 뿐이다.
대신 여자단식에서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1988년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 금메달을 동시에 얻었다.
그라프는 당시 여자단식 역사상 세 번째로 4대 메이저대회를 같은 해 우승했고, 서울 올림픽 여자단식 결승에서 가브리엘라 사바티니(아르헨티나)를 꺾고 대기록을 이뤘다.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까지 차례로 우승해 대기록에 도전할 조건은 충족했다.
앞으로 조코비치는 6월 윔블던,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9월 US오픈까지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달려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올해야말로 조코비치에게 좋은 기회다.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 나달, 머리는 남자 테니스 '빅4'로 불린다.
현재 조코비치는 이들을 상대로 모두 상대전적에서 앞서는데, 견제 세력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페더러는 조코비치와 통산 22승 23패로 호각이었지만, 올해로 만 35세인 나이가 걸린다.
나달은 한때 조코비치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잦은 부상으로 급격한 기량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나달에 통산 26승 23패로 앞서고, 최근 7번의 맞대결을 모두 이겼다.
사실상 머리가 조코비치에 맞설 유력한 대항마다.
그렇지만 머리는 호주오픈 결승에 이어 이날 프랑스오픈 결승에서까지 조코비치에게 져 기세가 꺾였다.
상대전적도 조코비치가 머리에 24승 10패로 절대 우위를 점했다.
조코비치의 코치인 보리스 베커(독일)도 프랑스오픈의 한을 풀었다.
베커는 현역 시절 호주오픈에서 2회, 윔블던 3회, US오픈 1회 등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으나 유독 프랑스오픈에서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으나 이날 조코비치의 우승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롤랑가로스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영국 선수로는 1935년 페리 이후 81년 만에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우승을 노린 머리는 4세트 게임스코어 2-5에서 연달아 두 게임을 만회했으나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경기 시작에 앞서서는 전날 세상을 떠난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를 추모하는 시간이 잠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