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테니스 단식 우승자의 23%가 왼손잡이, 비결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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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6-25 11:19 조회2,681회 댓글0건본문
오픈 시대가 시작된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윔블던테니스대회 남녀 단식 우승자 가운데 왼손잡이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모두 96명이 된다. 물론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0·체코)처럼 대회를 아홉 차례 제패한 경우도 9명으로 계산해서다. 여자 왼손잡이는 1968년 앤 존스(78·영국)를 시작으로 나브라틸로바가 1978년과 이듬해에 이어 1982년부터 1987년까지, 또 1990년 대회를 제패했다. 페트라 크비토바(26·체코)는 2011년과 2014년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왼손잡이는 1968년과 이듬해 로드 레이버(78·호주)에 이어 지미 코너스(64·미국)가 1974년과 1982년 왕좌에 올랐다. 존 매켄로(57·미국)는 1981년을 시작으로 1983년과 이듬해 세 차례 우승 컵을 들어올렸다. 고란 이바니세비치(45·크로아티아)가 2001년 대회를 우승한 뒤 라파엘 나달(30·스페인)이 2008년과 2010년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세계 인구의 열 중 하나가 왼손잡이란 통계가 있으니 그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9명쯤 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22명이어서 23%나 된다. 왜 이럴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영국 BBC 아이원더(iWONDER)가 짚어봤다.
나달은 글을 쓸 때는 오른손으로, 테니스를 할 때는 왼손을 쓴다. 하지만 이건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고, 크비토바를 비롯해 세계인의 10%는 테니스 등 도구를 사용할 때는 왼손을 사용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에 따라 비율이 조금 내려가긴 한다.
왼손잡이의 3분의 1은 테니스 공을 치는 행위를 할 때 주로 우뇌의 통제를 받는다. 3분의 2는 좌뇌에 지배당한다. 진화학자 미셸 레이몽 등은 일대일로 맞붙었을 때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들이 좀처럼 접하지 못하는 면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대를 놀래키는 요소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영국의 랭킹 1위였던 그레그 루세드스키는 “나도 왼손잡이다. 그리고 왼손잡이들은 윔블던대회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공평한 몫 이상을 해내왔다”고 말했다.
루세드스키는 “주니어 때는 나브라틸로바와 코너스, 그리고 매켄로까지 왼손잡이 영웅 셋이 윔블던을 지배하는 것을 봤다”며 “그런 영광스러운 시절이 끝난 뒤 왼손잡이로 윔블던 단식을 우승한 사례는 다섯 차례에 그쳤다”고 돌아봤다. 이어 “왼손잡이들이 다시 지배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소강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거나 오른손잡이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방식을 개선해 차츰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고 분석했다.
엘리트 선수와 코칭 스태프는 비디오 분석을 통해 상대가 경기에 임할 때의 모든 상세한 요소들을 파악해내 철저히 전술을 짜고 나온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전은 다르기 마련이다. 오른손잡이들이 왼손잡이들을 상대하게 될 때는 자동항법을 하듯 하면 안된다. 전술을 적용하려면 정말 많은 술수와 엄청난 훈련을 견뎌내야 한다.
루세드스키는 “올해 윔블던에서 오른손잡이들은 이런 준비를 더 많이 하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나달이 부상으로 빠지고 어떤 왼손잡이들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렇기에 왼손잡이들이 근래 윔블던을 제패하는 장면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