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올림픽 챔피언 사실을 몰랐던 여자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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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7-23 10:18 조회2,038회 댓글0건본문
올림픽 챔피언인데도 죽을 때까지 자신이 챔피언인지 몰랐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올림픽 여자골프 최초이자 마지막 금메달리스트 마거릿 애벗(1878~1955) 얘기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애벗은 1899년 소설가인 어머니 메리 애벗과 함께 예술 공부를 위해 파리로 건너갔다. 이듬해 2회 파리올림픽이 열리자 당시 23살이던 애벗은 어머니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1900년 이전까지 여성은 올림픽 경기를 구경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으나 파리 대회 때는 골프, 테니스, 크로켓 등 3종목에 애벗을 비롯해 22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애벗은 9홀로 진행된 여자골프에서 47타를 쳐서 2위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어머니는 공동 7위(65타) 성적을 냈다.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유일하게 우승자에게 메달이 아닌 예술품을 수여했고 애벗은 도자기 그릇을 부상으로 받았다. 이 때문에 올림픽이 아닌 세계박람회 골프 행사에서 우승한 것으로만 알았다. 그만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엉성했다. 파리올림픽은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이어졌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애벗은 1955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 여자골프는 파리 대회를 끝으로 종적을 감췄다. 1904 세인트루이스올림픽 때 남자골프는 치러졌으나 여자골프는 참가자가 부족해 취소됐기 때문이다. 애벗은 올림픽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였던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사실은 애벗의 남편을 비롯해 자녀들까지도 전혀 몰랐다.
미국 올림픽 참가 역사상 최초의 여자 금메달리스트 애벗의 얘기는 미국 플로리다대학의 폴라 웰치 교수에 의해 뒤늦게 드러났다. 올림픽과 스포츠의 역사를 가르치던 중 애벗이 1900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우승자라는 것을 알아냈고 10년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1996년 드디어 애벗의 후손들을 만났다. 웰치 교수는 “애벗은 생전에 자신이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몰랐지만 올림픽의 한 역사로 사람들이 애벗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애벗은 올림픽 역사상 두번째 여성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최초의 여성 올림픽 챔피언은 테니스 단식의 샬럿 쿠퍼(영국)인데 파리올림픽 때 테니스는 7월에, 골프는 10월에 치러졌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여자골프는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박인비, 김세영, 양희영, 전인지가 애벗 이후 최초의 메달에 도전한다. 과연 누가 우승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