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불참’ 테니스는 ‘절실’…올림픽 대하는 태도 왜 반대일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7-21 11:06 조회2,459회 댓글0건본문
세계 남자골프 톱랭커들은 줄줄이 리우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를 비롯해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모두 올림픽에 가지 않는다.
반면 남자 테니스는 또 다른 양상이다. 25일 개막하는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 로저스컵에 상위 랭커들이 결장한다. 앤디 머레이(영국, 세계랭킹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 3위), 라파엘 나달(스페인, 4위)이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모두 8월에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한다. 로저스컵 불참 이유는 올림픽 준비를 위한 컨디션 조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직전 대회를 포기할 정도로 이들은 올림픽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골프와 테니스, 모두 투어대회를 기반으로 시즌이 진행되고 큰 상금이 걸린 메이저대회가 있다.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도 비슷하다. 어찌 보면 공통점이 많아 보이는 종목인데 선수들의 태도는 왜 극과 극일까.
먼저, 올림픽의 역사에서 골프와 테니스는 큰 차이가 난다. 테니스는 1896년 아테네올림픽 때 정식 종목이었다가 1924년 올림픽 이후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다시 올림픽 종목이 됐고, 이때부터 프로 테니스선수의 참가를 허용하고 지금까지도 올림픽 종목으로 남아있다.
프로 선수가 참가하는 올림픽의 역사가 수십 년이 된 만큼, 테니스 선수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특별해졌다. 88올림픽 당시 슈테피 그라프가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내면서 4개의 메이저대회 우승과 올림픽 단식 금메달까지 모두 경험한 최초의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는데, 이후 이는 테니스 선수들에게는 꿈의 기록이 됐다.
반면 골프는 리우올림픽에서 11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했다. 현재 활동 중인 프로 골퍼들의 기억 속에는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영웅의 이야기가 전혀 없다.
게다가 메이저대회의 일정이 남자 골퍼들에게는 올림픽 출전을 망설이게 만든다. 올림픽 직전인 7월에 디오픈과 PGA챔피언십이 열린다. 올림픽 직후에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페덱스컵이 열린다. 올림픽을 중심에 두고 큰 대회 3개가 붙어있는 형국이다. 테니스의 경우 메이저 대회 윔블던이 6월 말에 열리고, US오픈은 8월 말에 열린다.
▲ 라파엘 나달. 사진=나달 페이스북 |
‘지카 바이러스’를 대하는 태도 역시 좀 다를 수밖에 없다. 톱랭커 골퍼들은 리우올림픽 불참 이유를 공식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걱정돼서”라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질병이다. 골프야말로 ‘자연’과 싸워야 하는 종목인데다 웅덩이, 풀숲 등 모기가 서식하기 딱 좋은 조건에서 경기를 며칠간 치러야 한다. 골퍼들은 투어대회 도중에도 환경에 따라 모기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를 종종 겪는다. 다른 종목에 비해 유독 골프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지카 바이러스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여자 골퍼들은 불참 선언자가 거의 없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이에 대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남자 선수들의 대회에는 많은 돈이 걸려있다. 그걸 거르고 올림픽에 출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골프 종목의 특성상 ‘국가대항전’의 의미가 독특하다. 골프에서 메이저 국가대항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회는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이다. 이 대회는 미국과 유럽,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이 대결한다. 미국팀 외에는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기보다 대륙 혹은 연합팀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반면 테니스는 데이비스컵이라는 국가대항전이 존재한다. 테니스의 월드컵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대표’로 나서는 개념 자체가 다른 부분이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나 로저 페더러(스위스) 등이 개회식 기수를 맡았을 정도로 조국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 역할을 기꺼이 맡는 게 테니스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