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가 뛴 2010년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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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1-17 12:13 조회1,753회 댓글0건본문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은 매우 축복받은 시대를 살고 있다. 로저 페더러 (Roger Federer), 라파엘 나달 (Rafael Nadal), 노바크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플레이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세 명이 동시에 말이다. 이들 세 선수는 매우 특별하다. 각종 기록으로도 알 수 있듯이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는 하나하나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이들 같은 선수는 한 세대에 한 명 등장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런 역대 최고 선수가 하나둘도 아니고, 셋이나 동시에 등장할 확률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이는 축구로 치면 펠레(Pele), 디에고 마라도나(Diego Maradona), 리오넬 메시(Lionel Messi)가 한 시대에 등장한 것이고 농구에선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윌트 체임벌린(Wilt Chamberlain),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어떤 스포츠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다. 이런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벌어진 이 시대는 테니스 역사상 전무후무한 정말 특별한 시대다. 따라서 2010년대 테니스를 통상 부를 때 빅3시대(Big3 Era)라는 표현보다는 위대한 시대(The Greatest Era)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 위대한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은 페더러다. 2003년, 22세 어린 나이로 윔블던을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페더러는 이후 현재까지 최고의 선수로 수많은 우승을 하고 기록을 세웠다. 역사상 남자 선수 중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단식 대회에서 우승했으며(17회),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경기에서 승리했다(307회). 또한 가장 오랜 기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으며(302주), 가장 많은 윔블던 타이틀(7개)을 가지고 있다.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요즘은 참가하는 대회마다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기록상 뛰어날 뿐만 아니라 페더러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플레이 스타일과 경기장 안팎에서의 좋은 매너로 누구보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다. 이러한 엄청난 기록과 인기 덕분에 페더러는 '테니스 황제'로 불리고 있고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페더러를 역사상 가장 훌륭한 테니스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나달이 아니었다면 페더러는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는 현재 업적보다도 더욱 대단한 업적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달과 맞붙은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전 중(총 8회) 절반만 넘게 이겼더라면 20개의 그랜드슬램 단식 타이틀을 가졌을 것이고, 2006년과 2007년 중 한 해만이라도 프렌치오픈 결승에서 나달에게 승리했더라면 현대 남자테니스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같은 해에 4개 메이저대회(Australian Open, French Open, Wimbledon, US Open)에서 모두 우승하는 단일 시즌 그랜드슬램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나달은 페더러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등장해 황제 페더러와 맞서며 성장하고 본인의 시대를 열었다. 나달은 14개(역대 2위) 그랜드슬램 단식에서 우승했으며 황제 페더러와 역대 전적에서 22승1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나달은 클레이코트의 제왕(King of Clay)으로 불리며 프랑스오픈에서 총 9번 우승하는 등 클레이코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쌓았다. 또한 나달은 최상의 운동 능력과 강한 톱스핀 스트로크를 이용해 과거엔 볼 수 없었던 매우 공격적인 베이스라인 플레이를 하는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 낸 선수다.
나달이 2009년 4개 메이저대회 대회에서 최소 한 번씩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최연소(24세)로 달성하고 10개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냈을 때만 해도 나달이 역대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24세로 아직 어린 데다 2010년 3개 메이저를 우승하고 라이벌 페더러에게도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만 4연승을 거두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최강 나달의 기록 달성을 막은 선수가 바로 조코비치다. 조코비치는 2011년 윔블던부터 2012년 호주오픈까지 3개 그랜드슬램대회 모두 결승에서 만난 나달을 연거푸 이기고 최강자 자리에 오른다. 조코비치는 12번의 그랜드슬램 단식에서 우승했으며(역대 4위), 현대 테니스에서 유일하게 4개 메이저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선수다(2015윔블던, 2015전미오픈, 2016호주오픈, 2016프랑스오픈). 또한 조코비치는 페더러(23승22패)와 나달(26승23패)을 포함한 모든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상대 전적에서 앞선 유일한 선수다. 게다가 조코비치는 아직도 전성기가 지나지 않았으니 남자테니스 역대 최고 선수 순위에서 그의 위치는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결정하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중 한 선수일 수도 있고, 앞 시대의 피트 샘프러스(Pete Sampras)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세리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의 말처럼 여성 선수인 세리나 자신이나 슈테피 그라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를 꼽는 것은 그보다 쉬워 보인다.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은 지금 바로 그 시대를 살고 있다. 아쉽게도 이 위대한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대회 이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나달도 2014년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한 차례도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조코비치도 이제 곧 테니스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인 30세가 된다. 이들이 함께 뛰는 모습을 곧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이 위대한 시대를 목격한 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운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