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로저 페더러(36·스위스·세계랭킹 5위·사진)가 올해는 도박을 선택했다. 클레이 코트 시즌을 건너뛰면서 통산 7번 우승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다걸기(올인)하는 전략을 세웠다. 페더러가 다음 달 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서도 우승하면 피트 샘프러스(46·미국·은퇴)를 제치고 프로 테니스가 출범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윔블던 남자 단식 최다 우승자가 된다.
페더러는 1월 끝난 호주 오픈(하드 코트)에서 2012년 윔블던 이후 4년 반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하드 코트 시즌 마지막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마이애미 오픈 챔피언 역시 페더러였다. 그러나 이 대회가 끝난 4월 2일 이후 페더러는 두 달 넘게 테니스 코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프랑스 오픈을 포함해 클레이 코트 시즌을 통째로 건너뛴 것이다.
페더러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지난해 수술 받은 왼쪽 무릎 보호 때문이다. 윔블던이 열리는 잔디 코트에서는 공이 낮고 빠르게 굴러 무릎을 많이 굽혔다 펴야 한다. 자연스레 무릎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클레이 코트에서는 페더러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라파엘 나달(31·스페인·2위)을 꺾기가 힘들다. 30대 중반을 넘긴 페더러가 아예 휴식을 선택한 이유다. 코트를 떠나 있으면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일. 이 역시 모범생 캐릭터 페더러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페더러는 25일 독일 할레에서 막을 내린 게리베버 오픈(잔디 코트)에서 우승하며 물 오른 컨디션을 자랑했다. 지난주 슈투트가르트 오픈 때 1회전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달래는 우승이었다. 지난해 12월 괴한이 휘두른 칼에 왼손 신경을 찔린 왼손잡이 페트라 크비토바(27·체코·16위)도 이날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아혼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윔블던 정상 복귀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크비토바는 2011년과 2014년 윔블던 챔피언 출신이다.
한편 윔블던 본선 진출권이 있는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1·한국체대·54위)은 왼쪽 발목을 다쳐 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대신 이덕희(19·서울시청·145위)와 권순우(20·건국대·189위)가 26일 시작하는 예선에 출전해 본선 진출을 노린다.